우리는 우리 몸과 얼마나 친할까. 몸에 어울리는 옷은 곧잘 골랐어도, 몸 자체를 기쁘게 하거나 기능을 올리는 일에는 상대적으로 무심했던 것 같다. ‘나는 3주 만에 3킬로 뺐어’, ‘나는 다리만큼은 길어‘라고는 해도, ‘나는 3년간 꾸준히 달리기를 했어’라거나 ‘나는 다리 근육만큼은 튼튼해’라고 하는 경우는 잘 없지 않은가.

몸은 우리 자체지만, 단지 우리가 대부분 마음대로 움직이고 눈으로 다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몸과 친하다고 착각했던 것은 아닐까.

이제야 다이어트와 몸짱처럼 어떤 목표를 위해 숙제처럼 하는 운동을 넘어, 일상에서 활력을 불어넣고 몸을 잘 쓰기 위해 운동과 가까이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생활체육’ 트렌드를 통해 내 몸과 친해지는 일에 귀 기울여 보자.

 

1. 다이어트, 몸짱을 넘어

인스타그램 ‘#운동스타그램’ 검색 화면

‘퍽퍽한 닭가슴살, 곤약 따위를 억지로 먹어가며 맛있는 음식과 멀리하며, 지루한 운동 과정과 좀처럼 변하지 않는 몸무게를 견디는 일. 큰마음 먹고 헬스장 3개월 이용권을 끊었지만 2주 후부터 나가지 않아 죄책감과 자괴감을 맛보는 일. 즐거울 때는 오직 경기장에서 관람할 때뿐.’

이는 그동안 우리에게 인식되어 온 ‘운동’이나 ‘건강’의 모습 아닐까. 운동은 운동선수나 노화가 진행되는 중년의 전유물이며, 일반인이 하더라도 ‘3주 완성’, ‘비키니 몸매 완벽 대비’ 등 어떤 목표를 위한 의무, 숙제와 같은 것.

하지만 요즘은 운동과 건강에 대해 너무 뛰어나야 하거나 몸매를 만든다는 강박 없이 체력과 몸의 기능을 향상하고, 다양한 운동 종목과 레저 활동을 즐기고, 몸의 변화를 기록하는 등 운동 자체를 ‘삶의 질 향상’으로 대하는 흐름이다.

‘운동·건강 덕후’를 자처하며 각종 운동 어플, 운동 커뮤니티 정보를 공유하거나, ‘운알못(운동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며 SNS에서 운동 계정을 팔로우해 둔다. 그러면서 ‘홈트(홈 트레이닝)’나 ‘퇴근런(퇴근길에 하는 러닝)’등 일상에서 가까이, 조금씩 꾸준히 운동을 해나가는 것이다. 운동 관련 커뮤니티, 유명 운동 유튜버들도 ‘다이어트’, ‘복근’ 일변도에서 ‘체력’, ‘집중력 향상’ 등 다양한 운동의 기능을 공유하며 헬스장 프로그램도 ‘힙레(힙합과 발레)’, ‘번지 댄스(번지점프와 춤)’, ‘발레 요가’ 등 보다 세분화되는 추세다.

 

2. 운동과 친해지는 팁

다이소 운동용품 광고

이제 운동과 친해지는 법을 알아보자. 기본은 집 근처 공공 체육 시설과 운동 강습, 산책할 만한 공원이나 길을 알아 두는 것이다.

그다음 SNS에서 ‘운동’, ‘건강’, ‘체력 기르기’ 등을 검색하며 본받을 만한 트레이너나 계정, 검색어를 팔로우, 저장해 둔다. 특히 ‘퇴근런’이나 ‘반려런(반려견 러닝)’, ‘사무실 요가’처럼 최대한 일상을 활용한 운동 위주로 알아보는 것이 좋다.

그러다 보면 맨손 운동을 넘어 단계별, 난이도 별로 간단하게나마 운동 용품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제 막 사진을 배울 사람이 최고급 카메라를 사는 것마냥 ‘장비 욕심의 오류’에 빠져 돈만 잔뜩 쓸 수 있다. 다이소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다이소는 웬만한 운동 용품 다 갖춘 데다 ‘가성비’ 좋기로 소문난 제품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운동 관련 어플을 1~2개 설치해 본다. ‘나이키 런’이 가장 유명한데, 아디다스나 뉴발란스 등 요즘 웬만한 유명 스포츠 브랜드들은 달리기 앱을 만들어 뒀다. 셀카 등 달리기 인증 사진과 함께 달린 거리, 경로, 시속 그래프를 표시한 이미지를 만들어 줘 기록뿐 아니라 SNS에 인증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인스타그램 ‘#나이키런’ 검색 화면

하지만 명심할 것은, ‘운동은 내 몸과 친해지는 일’이라는 점이다. 운동하면서 SNS 인증에 신경 쓰거나 다른 사람들의 운동 모습을 ‘눈팅’하다 보면 어느새 다시 몸만들기나 기록 경쟁, 멋진 운동복과 운동 기구에 혈안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SNS 인증이나 유명 운동 계정 팔로우, 어플 설치를 하지 않는 것이 낫다(혹은 외국 계정을 추천한다. 동작만 따라하면 되어서 외국어 부담이 적고, 우리나라보다 균형 잡힌 몸과 체력에 신경 쓰는 편이기 때문이다).

보기에 멋진 운동보다 내가 편안한 운동, 몸매보다 내 몸이 나아지는 과정, 여러 종목보다 잘 맞는 1~2개에 확실히 습관을 들이는 즐거움들을 느긋하게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가족이나 연인, 친구나 지인 등 함께하며 일종의 여가로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유튜브 ‘hometraning’ 검색 화면

 

3. 잃어버린 몸을 직시하기

마지막으로, 내 몸과 더 깊게 친해지기 위한 책 한 권을 추천한다.

프랑스 작가 다니엘 페나크가 10대에서 80대에 이르기까지 70년간 자신의 몸에 관해 기록한 책 <몸의 일기>다. 배설, 성장통, 성(性), 질병, 노화, 죽음 등 최대한 가식과 금기를 배제하며 자신의 몸의 반응과 변화에 대해 내밀하게 기록한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얼마나 몸에 무지했는지, 몸이 얼마나 우리에게 많은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지 깨닫게 된다.

책의 주인공은 몸의 일기를 쓰면서 “우리 몸에서 풍겨 나오는 것들, 즉 실루엣, 걸음걸이, 목소리, 미소, 필체, 몸짓, 표정 등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 곁에 있다 사라진 사람들을 떠올려 볼 때, 그런 것들이야말로 우리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유일한 흔적들”이라고 한다.

운동하고 건강을 챙기는 일 역시 궁극적으로 ‘잃어버린 몸을 직시하고 몸의 신호에 귀를 기울이는 일’일 것이다. 우리 모두가 몸과 더 친해지기를 바란다.

 

(메인 이미지 - 짐데이 바디스펙 기초체력 기르기 편 유튜브 캡쳐)

 

Writer

지리멸렬하게 써 왔고, 쓰고 싶습니다. 특히 지리멸렬한 이미지들에 대해 쓰고 싶습니다. 사진이나 미술 비평처럼 각 잡고 찍어낸 것이 아닌, 그 각이 잘라낸 이미지들에 대해. 어릴 적 앨범에 붙이기 전 오려냈던 현상 필름 자투리, 인스타그램 사진 편집 프레임이 잘라내는 변두리들과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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