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제작된 SF 드라마 <블랙 미러>는 가까운 미래사회의 기술 발전이 인간에게 미치는 어두운 측면을 풍자한 앤솔로지(anthology) 형식의 드라마이다. 각 에피소드는 독립적인 스토리 라인과 캐스팅으로 제작되어, 한 시간 분량의 TV 영화를 보는 느낌을 준다. 2011년부터 영국 채널 4에서 방영되기 시작하여 마치 예전의 명품 드라마 <트와일라잇 존>을 재현한 듯하다는 극찬을 받았다. 특히 에피소드마다 미래사회를 다르게 상상하고 이에 따라 서로 다른 메시지와 교훈을 전하는 것 또한 이색적인 재미를 제공한다.

<블랙 미러> 시즌 4 메이킹 영상

시즌 3의 네 번째 에피소드 <산 주니페로>가 2017년 에미상 2관왕에 오르며 <블랙 미러>를 대표하는 에피소드로 등극한 데 이어, 2018년에는 시즌 4의 첫 번째 에피소드 <USS 칼리스터(USS Callister)>에 각종 수상 소식이 이어졌다. 이 에피소드는 올해 9월에 열린 에미상 시상식에서 최고 TV 영화상, 각본상, 편집상, 음향효과상을 받으며 새로운 대표 에피소드로 등극한 데 이어, 시즌 4에서 어떤 에피소드를 먼저 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덜어주었다.

에미상 시상식의 <USS 칼리스터> 수상 장면

<USS 칼리스터>는 다른 어떤 에피소드보다 블랙 코미디와 패러디적인 요소가 강하다. 두 작가의 언급에 따르면, 이는 <트와일라잇 존>의 ‘It’s a Good Life’ 에피소드에서 영감을 받았고, 여기에 <스타트랙>의 디테일을 차용하여 이야기의 상당 부분이 우주함선 USS 칼리스터 호의 조종실에서 진행된다. 지질한 오프라인의 현실과는 달리, 온라인 게임 내에서 신과 같은 절대적인 권력을 누리고 이를 남용하려는 천재 개발자와 그에 맞서 대항하는 동료 개발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블랙 미러> 시즌 4 <USS 칼리스터> 예고편

시즌 4가 나오자 <USS 칼리스터>는 로튼 토마토 93%의 평점으로 <블랙 미러> 최고의 에피소드로 인정받았다. 때마침 북한 독재자의 핵 위협과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과 같은 연관성 있는 뉴스가 터지면서 인기에 더욱 불을 지폈다.

재시 플레먼스(좌)는 간혹 맷 데이먼(우)과 비슷하다는 평을 듣는다

주인공 역의 제시 플레먼스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상반된 캐릭터를 실감나게 연기하여 극찬을 받았다. 에미상 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아깝게 수상에는 실패했다. <USS 칼리스터>는 단편으로 끝나는 <블랙 미러> 에피소드 중 유일하게 속편 제작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USS 칼리스터> 메이킹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