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개성과 미장센으로 관객을 상상의 세계로 이끄는 감독들이 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로 잘 알려진 웨스 앤더슨은 특유의 기하학적 화면구성과 풍부한 색감으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며, 팀 버튼은 동화와 현실 사이를 거니는 듯한 몽환적인 작품세계로 주목받았다. 영화적 초상과 풍경으로 앞선 두 감독을 연상시키는 사진작가이자 아티스트 듀오, Scandebergs를 만나보자.
이탈리아 출신의 Scandebergs는 미술과 사진을 전공한 알베르토 알바니스(Alberto Albanese)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팅을 전공한 스테파노 콜롬비니(Stfano Colombini)로 구성된 듀오로 런던과 밀라노를 오가며 잡지와 패션, 예술, 사진 등 전 분야에 걸쳐 감각적인 이미지를 만든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캡처한 듯한 초상과 풍경은, 서로 각기 다른 사진임에도 함께 나란히 놓았을 때 강력한 서사를 지닌다.
작업 전반에 걸쳐 실행되는 퍼포먼스는 그들이 생산하는 이미지에 존재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피사체들의 행위는 허구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 소비되며, 풍경은 정지된 이미지로서 별도의 서사를 유발한다. 하루 중 서로 다른 시간, 같은 장소에 놓이는 빛은 하나의 공간에서 수많은 가능성과 추상성을 열어준다. 그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진정성이란 반드시 현실과 일치해야 하는 것이 아니며, 그들이 작업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행위와 풍경에 의해 진정성 있게 담기는 순간을 의미한다.
지난 겐조의 2018년 SS 컬렉션 <YO! MY SAINT> 캠페인에서는 다카다 겐조(Kenzo Takada)의 뮤즈 옐로우 매직 오케스트라(Yellow Magic Orchestra)로부터 영감을 받아 가상의 일렉트로닉 팝 밴드 ‘The Composers’를 만들어냈다. 특히 중성적인 매력으로 세계 패션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모델 나재영의 모습도 눈에 띈다.
(본문, 메인 이미지 ⓒScandebergs, 출처 Scandebergs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