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작년 12월과 올해 3월 개봉한 영화 <패터슨>과 <소공녀>. 극 중 주인공들은 남들이 보기엔 그저 쳇바퀴 돌듯,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을 반복하는 인물들이지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취향과 기준을 갖고, 그 안에서 온전한 행복감을 누리며 살아간다. 분명 다르지만, 어딘가 비슷한 지점을 지닌 두 영화의 이모저모를 짚어봤다.

 

<패터슨>

본업

두 영화에는 모두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들에겐 본업이 따로 있다. <패터슨> 속 주인공 ‘패터슨’(아담 드라이버)의 직업은 버스 운전사다. 그는 매일 오전 6시 10분 언저리에 기상해 시리얼을 먹고, 걸어서 직장에 출근한다. 버스를 운전하며 승객들의 대화를 엿듣고, 폭포를 마주보며 아내가 싸준 점심 도시락을 먹는다. 퇴근해서는 애완견 마빈을 산책시키거나 근처 바에서 맥주 한잔을 마시고 집에 돌아온다. 이렇게 하루를 마치면 또다시 하루가 시작된다.

 

취향(취미)

별다를 것 없이 반복되는 그의 일상에 특별함을 끼얹는 요소는 다름 아닌 ‘시 쓰기’다. 아마추어 시인인 그는 아침 식탁에서, 출근길에서, 운전하는 버스 안에서, 점심을 먹는 벤치에서 틈틈이 시상을 정리해 노트에 적는다. 마치 패터슨이 틈틈이 쓰는 시가 평범한 일상 속에 던지는 의미처럼, 영화는 일상의 구석구석에 새겨져 있을 인생의 시적 요소를 관찰한다.

패터슨은 컴퓨터와 휴대폰이 노트가 된 시대에 펜으로 글을 쓰는 인물이다. 한편 주변에 휩쓸리지 않으며 자기만의 삶의 방식을 오롯이 일궈 나가는 그의 모습은, 변화의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항상 똑같이 반복되는 것 같지만 실은 매 순간이 다르며, 본인이 옳다고 믿는 확고한 취향이 있다면 그 삶이 얼마나 특별하고 소중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영화. 짐 자무쉬는 이처럼 평범한 시인 겸 운전사의 일상을 담담한 필치로 그리며, 삶 자체가 영화이자, 예술이 되는 아름다운 순간들을 조명한다.

 

<소공녀>

본업(현실)

3년 차 프로 가사도우미 ‘미소’(이솜)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한 잔의 위스키와 담배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친구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새해가 되자 집세도 오르고 담배와 위스키 가격마저 올랐지만 일당은 여전히 그대로다. 좋아하는 것들이 비싸지는 세상에서 미소가 포기한 건 단 하나, 바로 집이다. 그런 그가 결국 이 집, 저 집을 전전하며 고생하는 모습, 동시에 주변인들의 안정된 직장과 삶 뒤에 가려진 그늘들은 삶에 지친 현대인들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취향

극 중 주인공 미소는 돈도, 집조차도 없지만, 자신에게 행복감을 주는 것들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켜낸다’. 자기 취향을 확실하게 알고 타인이 아닌, 자신의 가치에 기준을 둔 소비를 통해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미소의 모습은 판타지 같다가도, 카타르시스와 부러움의 감정을 동시에 안긴다. 아무리 궁핍하게 살아도, 싫은 것을 감수하고 기쁨이 없는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취향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미소의 다짐은 어엿해서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하고 싶어진다.

배우 이솜은 앞서 인터뷰를 통해 “잔잔하고 확실한 행복을 주는 영화들이 좋다. 최근엔 <패터슨>을 정말 좋게 봤다.”고 말했다. <패터슨>과 <소공녀>는 모두 주변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내면의 고요를 지켜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이 영화들은 삶의 방향이 조금 다를지언정 그만의 가치와 다양성은 오롯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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