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ifford Brown and Max Roach Quintet의 연주 모습. 교통사고로 재즈계는 리더인 클리포드 브라운과 피아니스트 리치 파웰을 한꺼번에 잃었다

1956년 6월 폭우가 쏟아지던 한밤, 펜실베니아에서 시카고로 향하는 고속도로에서 뷰익 자동차 한 대가 빗길에 미끄러져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제방 아래로 떨어졌다. 차량에 타고 있던 3명 모두 즉사한 대형사고였다. 차 안에는 최고의 트럼펫 연주자로 명성을 날리던 클리포드 브라운(Clifford Brown, 1930~1956)과 버드 파웰(Bud Powell)의 동생이자 클리포드 브라운의 밴드 ‘Clifford Brown and Max Roach Quintet’ 멤버였던 재즈 피아니스트 리치 파웰(Richie Powell, 1931~1956), 운전하던 그의 부인 낸시 파웰이 타고 있었다. 이 사고로 클리포드 브라운은 26년이라는 짧은 생을 마감하였는데, 그는 단 5년의 연주 생활만으로 최고의 트럼펫 연주자로 등극, 재즈의 미래로 추앙받던 상태라 재즈계는 큰 충격에 빠진다.

그의 고향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자리한 묘비

브라운은 최고의 트럼펫 연주 실력뿐 아니라 성실함과 누구와도 다투지 않는 따뜻한 인성을 지녔으며, 술과 마약을 멀리해 다른 동료들에게 귀감이 됐다. 그의 고향인 델라웨어주 윌밍턴(Wilmington)에서는 매년 그의 이름을 딴 재즈 페스티벌을 개최하며 그를 기린다. 동부 지역 가장 큰 규모의 무료 재즈 페스티벌이다. 한 페스티벌 참가자가 찍은 영상을 보자.

Clifford Brown Jazz Festival 2016 팬 영상

브라운의 짧은 인생은 불운의 연속이었다. 음악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델라웨어주립대에 입학하였으나 음대가 없어지며 수학과에서 1년을 보내야 했다. 메릴랜드컬리지로 전학한 후 스무 살이 되던 1950년, 그는 교통사고로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투병 생활은 거의 1년 동안 지속되었고, 이후에도 간혹 어깨가 탈골될 정도로 온전하게 회복되지 않았다. 당대 최고의 재즈 트럼펫 스타였던 디지 길레스피(Dizzy Gillespie)가 병원을 방문하여 트럼펫을 계속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그의 연주 영상은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유일하게 TV에 출연했던 영상 하나가 유튜브에 올라와 있다.

TV쇼에 출연한 Clifford Brown. 1953년 또는 1954년으로 추정된다.

그가 재즈 신에서 활동한 기간은 교통사고에서 회복한 1951년부터 1956년 사망할 때까지 단 5년에 불과하다. 이 기간에 약 스무 장의 앨범을 출반하였으며, 특히 1954년부터 2년간 드러머 맥스 로치(Max Roach)와 함께 한 밴드 'Clifford Brown and Max Roach Quintet’의 작품은 대부분 명반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의 오리지널 중 가장 유명한 곡은 ‘Joy Spring’이다. ‘Joy Spring’은 그의 아내(Larue Anderson) 애칭으로, 재미난 일화가 전해진다. 클래식 음악을 전공하던 그녀는 논문 주제를 ‘클래식 vs 재즈’로 정해 클래식의 우월성을 증명하려고 했다. 맥스 로치로부터 처음 그녀를 소개받은 브라운은 “세상은 우월하다거나 강하다는 것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아요(Honey, the whole world is not built around tonic/dominant)”라고 말하면서 그녀를 서서히 재즈 팬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Clifford Brown & Max Roach Quintet의 'Joy Spring'

그의 트럼펫 솔로는 후대의 연주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1955년 출반한 <Study in Brown>은 그의 베스트 음반으로 여겨지며, 수록한 ‘Cherokee’에서 연주한 그의 솔로는 평론가와 팬들이 최고라고 꼽는다. 해롤드 랜드(Harold Land)의 테너 색소폰 후 1분 17초부터 그의 솔로가 시작된다. 지금도 많은 아마추어 트럼펫 연주자들이 유튜브 등에 이 부분을 따라 연주한 영상을 올리고 있다. 원곡과 함께 이탈리아의 한 20대 청년이 올린 연주 영상도 들어보자.

Clifford Brown의 가장 유명한 솔로 'Cherokee'

 

이태리의 팬이 유튜브에 올린 연주 영상

1956년 6월 26일, 시카고 공연을 위해 가다 일어난 교통사고는 그의 마지막이자 치명적인 불운이 되었다. 한편 사고 하루 전 브라운이 윌밍턴의 부모님 집에서 오는 길에 필라델피아에 들러 예전에 자주 연주했던 ‘Music City’라는 재즈클럽에서 3곡을 즉흥적으로 녹음하였다는 사실이 알려져 판권을 확보하기 위한 소동이 벌어졌다. 후일 조사를 통해 하루 전이 아니라 1년 전인 1955년 5월 31일에 녹음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그만큼 클리포드 브라운의 높은 명성과 그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증명하는 에피소드가 되었다. 평론가들은 이 3곡에 대해 “트럼펫 역사의 결정적인 순간”으로 평가했다.

▲ 클럽 ‘Music City’에서 녹음한 3곡이 실린 음반 커버

그의 죽음 후 수많은 헌정 음반들이 만들어졌다. 그중 재즈 피아니스트 베니 골슨(Benny Golson)이 작곡한 ‘I Remember Clifford’는 지금도 재즈 트럼펫 연주자들이 자주 연주하는 레퍼토리다. 한때 마약으로 고생하던 동료 소니 롤린스(Sonny Rollins)는 “클리포드는 나의 생활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 그는 마약 없는 깨끗한 생활을 하면서도 훌륭한 재즈 뮤지션이 된다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라고 회고하였다. 로이 하그로브(Roy Hargrove)가 연주하는 ‘I Remember Clifford’를 들어보자.

Roy Hargrove의 'I Remember Clifford'

찰리 파커의 뒤를 이을 재즈 스타로 급부상한, 그러나 찰리 파커와는 정반대의 깨끗한 삶을 살았던 클리포드 브라운. 그가 마지막 불운을 피했다면, 지금의 재즈 음악은 많이 달라져 있을 지 모른다.

클리포드 브라운 추모 사이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