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웬만한 영화를 두루 섭렵하는 영화광이라면, 이전호의 작업이 눈에 익을 것이다. 그는 2003년 개봉한 영화 <오! 해피데이>를 시작으로, <올드보이>(2003), <각설탕>(2006), <밀양>(2007), 최근에 이르러서는 <소셜포비아>(2014), <히말라야>(2015), <부산행>(2016), <안시성>(2018) 등 100여 편이 넘는 영화 포스터를 작업했다. 포스터가 영화의 얼굴이라면, 이전호는 수많은 영화의 얼굴을 발굴하고 만들어내는 일을 쉬지 않고 지속해온 셈이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모션 포스터를 도입한 영화 <해무>(2014). 이전호가 촬영했다
<소셜 포비아> 모션 포스터

물론 그가 영화 포스터 작업에만 천착한 것은 아니다. 이전호의 스펙트럼은 큰 브랜드의 광고 영상 촬영부터 패션 필름, 뮤지션들의 앨범 커버 촬영까지 다양한 영역을 오간다. 무엇보다 그가 안테나 뮤직과 함께한 작업물들은 따로 언급이 필요할 만큼 인상적이다. 특유의 포근한 감성을 예쁘게 담아낸 이전호의 작업물은 앨범의 무드를 한층 끌어올린다. 기존의 명성이나 커리어에 안주하지 않고, 그 안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아이디어를 축적해온 그의 역량이 자연스럽게 발현된 까닭이다.

이전호가 촬영한 안테나 소속 뮤지션들의 앨범 커버. 왼쪽부터 권진아 <웃긴 밤>, 샘김 <I AM SAM>, 이진아 <애피타이저>

그에게 우연히 스친 하나의 장면이나 영상은 영감이 되고, 그것은 곧 새로운 작업물로 치환된다. 여기, 이전호 작가가 취향대로 골라 보낸 영상들이 있다. 이를 감상하는 이들에게 또 다른 창작의 영감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Jono Lee Says,

“4대 매체라고 배우고 접해오던 텔레비전, 신문, 라디오 그리고 잡지. 그중에서 가장 크게 변화된 매체는 단연 신문과 잡지일 것이다. 즉 사진가로서 내 작업의 최종 목적지인 종이 매체가 사라진 것이고, 이는 사진가의 역할 자체에도 아주 큰 변화를 가져왔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속담처럼, 변화된 매체의 특성이 다양한 콘텐츠를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면, 단장의 사진보다는 보다 ‘친절한’ 정보를 담은 콘텐츠를 요구하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리하여 나 역시 단장의 사진보다는 좀 더 재미있고 친절한 메시지를 담은 콘텐츠 제작에 심취하기 시작했다. 물론 사진의 장점을 유지한 채 더 발전된 무언가를 만들고 싶은 마음을 간직하고서.”

 

1. Nick Knight / Massive Attack: Special Cases

닉나이트(Nick Knight)는 영국의 대표적인 패션 사진가인 동시에 비주얼 크리에이터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2003년 제작된 이 영상은 매시브 어택의 곡 ‘Special Cases’를 위해 만든 모션 이미지다. “진짜 비주얼 임팩트는 이런 거야” 하고 말해주는 듯한 영상. 당시 이 영상을 보고 한 방 맞은 듯한 강한 쇼크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2. Greg Wilii / Skyfall MOTO poster of Daniel Craig

그렉 윌리엄스(Daniel Craig) 역시 영국의 포토그래퍼이다. 그는 모션(Motion)과 포토(Photo)의 합성어인 ‘MOTO’라는 단어를 처음 만들었고, 위 영상과 같은 모션 포스터 작업을 다수 해왔다. 남성잡지에서 배우들의 인물 사진을 주로 촬영해오던 그도 새로운 매체 환경에 걸맞은 콘텐츠 제작에 앞장선 셈이다. 그의 독창적인 작업물들을 비메오 계정에서 모두 볼 수 있다.

 

3. Nadav Kander / Evil Instincts: Benicio Del Toro

영국 남성지 <GQ>의 디지털 콘텐츠로 제작된 영상이다. 많은 포토그래퍼들이 이처럼 다양하고 새로운 영상을 계속해서 만들고 있다. 종이 매체의 시절이라면 아마도 베니시오 델 토로 감독의 정지된 인물 사진을 기사와 함께 내보내는 것이 의례적이었겠지만, 현재는 이러한 움직이는 영상으로 기존 기사 형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4. Wayne Peng / 中華電信: 心慢篇

대만의 중화 텔레콤(中華電信) 통신 광고. 아마도 이 영상이 나오고 나서 많은 사람에게 회자되고, 소위 ‘카피’라 불리는 아류작들이 탄생했을 것이다. 클래식하고 고급스러운 영상미가 매력적으로 표현된 3분 길이의 영상. 새로운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기존의 제한적이었던 광고영상의 길이에도 자유를 부여한다.

 

사진작가 이전호는?

디지털미디어 시대에 걸맞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 오랜시간 사진가로 커리어를 쌓았고, 현재 새로운 형태의 비주얼 콘텐츠를 계속해서 만들어나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모션 포스터를 선보인 장본인이다.

에이전시 테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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