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분야에서 영국은 월드 스타의 산실로 자리 잡았지만, 유독 재즈 장르에서는 스타로 꼽을 만한 뮤지션이 많지 않다. 록과 팝 분야의 영국 스타는 차고 넘치지만, 재즈 뮤지션 중에는 ECM의 베이시스트 데이브 홀랜드와 미국으로 건너간 피아니스트 조지 시어링 외에는 이름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최근 영국 출신의 재즈 뮤지션으로 가장 많은 음반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세계 각지의 재즈 페스티벌에 부지런히 얼굴을 내미는 스타가 탄생했다. 바로 재즈와 팝을 오가며 열정적인 노래와 연주, 그리고 다이나믹한 무대 매너를 선보이는 재이미 컬럼(Jamie Cullum)이다.

<Catching Tales>(2005)에 수록한 ‘Mind Trick’

그는 재즈에 뿌리를 둔 피아니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이지만, 장르와 악기를 고집하지 않는다. 때에 따라 힙합 그룹에서 드럼을 치기도 하고, 록밴드의 멤버로서 기타를 치기도 한다. 발을 동동 굴러서 소리를 내는 스톰프 박스(Stomp Box)를 고안하기도 했고, 입으로 비트박스(Beat box) 소리를 내서 다재다능한 끼를 선보인다. 그가 듣고 자란 음악도 마일스 데이비스에서 톰 웨이츠(Tom Waits)까지 다양하다. 우리나라에는 2010년 처음으로 내한해 악스홀에서 공연을 하였고, 2016년에는 서울재즈페스티벌(서재페)에 참여한 바 있다.

<The Pursuit>(2009)에 수록한 리아나(Rihanna)의 ‘Don’t Stop the Music’

그의 데뷔 과정은 극적인 면이 있다. 레딩 대학의 우등생으로 영화와 문학을 전공한 그는 스무 살 때 480파운드를 들여서 데뷔 앨범 <Heard It All Before>(1999)을 5백 장만 한정 판매했다. 이 음반은 희소성으로 인해 현재 이베이에서 6백 파운드(약 87만 원)에 거래된다. 그의 재능이 음반사에 알려지며 그와의 계약을 따기 위한 입찰 경쟁이 붙었고, 1백만 파운드를 써낸 유니버설이 가까스로 소니를 제쳤다. 유니버설과의 첫 음반 <Twentysomething>(2003)은 플래티넘이 되었고, 영국에서 역대 가장 많이 판매한 재즈 음반으로 기록되었다.

영국의 동화작가 로알드 달(Roald Dahl)의 오디오북의 배경음악으로 쓰인 ‘Pure Imagination’. 제이미 컬럼은 그의 손녀 소피 달과 결혼했다

그의 가족사 역시 극적인 면이 있다. 할머니는 독일에 살던 유대인으로 나치를 피해 독일을 탈출하여 예루살렘에서 그의 아버지를 낳았고, 인도인 외할아버지와 미얀마인 외할머니는 일본군의 미얀마 침공 때 다섯 살이던 그의 어머니를 데리고 미얀마를 탈출하여 영국 웨일즈로 이주한 것이다. 제이미 컬럼의 부인은 슈퍼모델 출신의 작가 소피 달(Sophie Dahl)이다. 그는 180센티미터의 큰 키로 유명해, 친할아버지인 영국의 저명한 동화작가 로알드 달(Roald Dahl)이 BFG(Big Friendly Giant)라는 애칭으로 불렀을 정도다. 컬럼 부부는 딸 둘과 함께 할아버지의 고향에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제이미 컬럼과 소피 달 부부

제이미 컬럼은 현재 일곱 장의 정규 음반을 발표하여 천만 장을 판매하면서 영국의 재즈 아티스트로 가장 많은 음반을 판매하였다. 하지만 그의 음악의 크로스오버 경향은 갈수록 짙어져, 평론가들이 그를 재즈-팝 장르로 분류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 “나는 훌륭한 가수도 아니고 훌륭한 피아니스트도 아니다. 그러나 청중과의 소통능력은 좋다”고 평가한다. 언젠가는 영국의 엘튼 존이나 미국의 빌리 조엘을 뛰어넘을지도 모른다.

백악관 콘서트에서 노래한 ‘One of Those Things’(2016)

 

 

제이미 컬럼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