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애니메이션은 큰 규모가 아니고 원작 보유 비중도 적은 회사다. 대신에 외주와 계약직 애니메이터에 의존하지 않고 확실한 급여와 복지를 보장하는 정직원을 고용하며, 이처럼 안정된 제작 환경을 바탕으로 다른 원작의 애니화에 주력한다. 여성 직원이 대다수인 교토 스튜디오가 만든 작품에는 폭력 등 선정적인 표현이 거의 없다. 덕분에 모든 사람이 즐겁게 볼 수 있는 이들의 작품은 언제나 큰 인기를 끈다. 교토 애니메이션 선전을 이끄는 젊은 여성 감독 야마다 나오코의 작품 4편을 짚어봤다.

 

<더 무비 케이온>

映画 けいおん! | 2011 | 감독 야마다 나오코 | 출연 토요사키 아키, 타케타츠 아야나, 코토부키 미나코, 사토미 사토

애니메이터로 일을 시작한 야마다 나오코는 일찍부터 재능을 발휘해 이내 연출 분야로 영역을 넓혔다. 급기야 2009년 TV 시리즈 <케이온!>의 감독으로 전격 발탁되었을 때의 나이는 불과 26세. 주인공 ‘히라사와 유이’와 친구들이 폐부 위기의 고등학교 스쿨 밴드에 들어가 벌이는 일상을 그린 <케이온!>은 젊은 야마다 나오코의 손에 의해 4컷 만화 원작 애니메이션 중 가장 성공한 작품 중 하나가 되었다.

극장판 <케이온> 예고편

극장판 <더 무비 케이온>은, 2009년 1기부터 2010년 2기까지 인물들의 고등학교 3년을 담아냈던 TV 애니메이션의 스토리를 이어받아 고등학교 졸업여행 이야기를 그린다. 전작의 줄거리를 잇는다고 해도, 작품과 야마다 나오코의 연출 특성상 복잡한 갈등을 다루지 않아 영화를 처음 보는 관객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다. 런던에 갔지만, 막상 영어 한마디 못하는 주인공들의 잔잔하고 코믹한 사건과 극 중 이들이 연주하는 귀엽고 경쾌한 펑크 음악이 특히 재미있는 포인트다. 2012년 애니메이션 고베 작품상을 받았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타마코 러브 스토리>

たまこラブストーリー | 2014 | 감독 야마다 나오코 | 출연 스즈키 아야, 타마루 아츠시,카네코 유키

야마다 나오코는 뒤이어 <타마코 마켓> 시리즈에 감독으로 참여했다. <케이온!> 시리즈를 성공으로 이끈 주요 제작진이 뭉친 교토 애니메이션 오리지널 작품으로, 집안 가업으로 이어온 떡집과 방과 후 활동밖에 모르는 엉뚱한 고등학생 ‘타마코’와 그런 타마코를 짝사랑하는 소꿉친구 ‘모치조’의 사춘기 로맨스를 그리고 있다.

<타마코 러브 스토리> 예고편

영화는 <타마코 마켓>의 후속작이자 완결편이다. 소소한 일상의 순간과 감정을 캐치하고 이를 다채로운 화면으로 담아내 영화의 완결성만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야마다 나오코의 섬세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연출과 캐릭터의 생각과 고민을 꼼꼼히 묘사한 디테일이 영화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야마다 나오코는 이 영화로 2014년 일본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 애니메이션 부문 신인상을 받았다.

 

<목소리의 형태>

聲の形 | 2016 | 감독 야마다 나오코 | 출연 이리노 미유, 하야미 사오리, 유우키 아오이

따돌림 가해자와 피해자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목소리의 형태>는 사춘기 학생들의 평온한 일상 이면의 어두운 주제를 다룬 작품이다. 일본의 심각한 사회 이슈인 ‘집단 괴롭힘’을 소재로, 주인공 ‘쇼야’가 과거의 잘못을 깨닫고 죄책감에 괴로워하며 점차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다. 원작 만화 7권 분량의 줄거리를 주요 스토리 위주로 자연스럽게 재구성했다.

<목소리의 형태> 예고편

초등학교 시절 청각 장애가 있는 ‘쇼코’는 같은 반 아이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여러 가해자 중 한 사람이었던 쇼야마저 주범으로 몰려 함께 왕따를 당한다. 고등학생이 되어 과거의 잘못을 깨달은 쇼야. 쇼코에게 용서를 구하고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지지만 마음은 여전히 죄의식과 상처로 얼룩져 있다. 무거운 이야기를 작은 일상의 사건들로 차분히 이어가는 야마다 나오코 식 구성과 카메라의 세심한 시선 처리, 성우들의 열연과 부드러운 매력의 작화 등이 빛을 발해 ‘일본 영화 비평가 대상’ 작품상을 비롯한 많은 상을 받았다. 왓챠플레이에서 상영 중.

 

<리즈와 파랑새>

リズと青い鳥 | 2018 | 감독 야마다 나오코 | 출연 타네자키 아츠미, 토우야마 나오, 혼다 미유

<리즈와 파랑새>는 고교 관악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2015년 방영한 TV 애니메이션 <울려라! 유포니엄>의 스핀오프로 제작되었다. TV판은 야마다 나오코가 시리즈 연출을,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2006) 등으로 교토 애니메이션의 초기 전성기를 이끈 이시하라 타츠야가 감독을 맡았지만, 영화를 위해 야마다 나오코가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

<리즈와 파랑새> 예고편

고등학교 음악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여학생들의 일상물이라는 점에서 시리즈 초기에는 <케이온!>과 자주 비교됐지만, 훨씬 진지한 스토리와 발전한 작화, 인물에 대한 깊이 있는 심리 묘사를 통해 개별적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영화는 주요 캐릭터 중 ‘미조레’와 ‘노조미’라는 두 소녀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언제나처럼 인물의 표정 하나하나를 다듬어가며 각자의 마음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야마다 나오코의 미려한 연출이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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