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2019 SS 파리 패션위크도 막을 내렸다. 패션위크에서 펼쳐지는 런웨이는 자체로 하나의 작품. 테마를 잡아 어울리는 공간을 선정하고, 오브제를 배치해 실내를 장식하는 일, 분위기를 아우르는 음악을 선정하는 것까지 철저하고 섬세하게 기획되기 때문이다. 특히 음악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애초에 음악과 패션은 따로 떼어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밀접한 데다, 런웨이 역시 ‘쇼’이므로.

미셸 고베르. 출처 – 미셸 고베르 인스타그램 

런웨이의 음악을 말할 때, 미셸 고베르(Michel Gaubert)는 꼭 들어가야 할 이름이다. 음악 프로듀서, 혹은 사운드 디자이너라 불리는 그는 하이엔드 브랜드의 런웨이 음악을 구성해왔다. 샤넬(Chanel), 디올(Dior), 로에베(Loewe), 펜디(Fendi), 클로에(Chloé), 루이비통(Louis Vuitton),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발렌티노(Valentino) 등 패션계를 넘어 여러 분야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브랜드들이 미셸 고베르를 신뢰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미셸 고베르와 칼 라거펠트가 함께한 2008 SS 펜디 쇼, 만리장성에서 열렸다

미셸 고베르는 아주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다. 십 대에 그는 오로지 레코드를 사기 위해 다른 나라를 여행했고, 레코드 가게에서 일하기도 했다. 점차 ‘자신만의 사운드’에 갈증을 느낀 미셸 고베르는 여러 클럽에서 디제잉하며 영역을 넓혀간다. 1990년대 초반, 미셸 고베르를 눈여겨본 칼 라거펠드(Karl Lagerfeld)가 건넨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그는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한다.

2017/2018 FW 루이비통 쇼, 클로징 음악은 프랭크 오션의 ‘Pyramids’

다양한 음악들을 섞고, 구조적으로 큐레이션할 때 두려워하거나 망설이지 않는 미셸 고베르의 방식은 패션계의 사랑을 받는다. 지난해 3월 파리 패션위크, 무려 루브르 박물관에서 열린 루이비통 쇼에서 프랭크 오션의 ‘Pyramids’를 클로징 곡으로 선택한 건 좋은 예다. 그는 사운드로써 브랜드의 정체성을 창조하기 위해 디자이너와 끝없이 대화하고 의논한다. 또한 미셸 고베르는 무드보드(Mood board, 테마나 아이디어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압축한 보드)를 활용해서 일한다. 디자이너가 영감을 받은 영화 장면, 식물, 공간 등 온갖 이미지를 보여주면, 그는 이미지에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무드보드에 정리해나간다고.

미셸 고베르의 작업 과정을 담은 짧은 영상, 로에베가 촬영했다

많은 사람이 미셸 고베르를 ‘아티스트’라 일컫지만, 그는 스스로 아티스트가 아니라고 말한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난 예술적이고 창조적인 감성을 가졌을 뿐 아티스트는 아니다. 내가 하는 일은 음악이 이미지와 함께 숨 쉬도록 하는 것, 즉 공기(atmosphere)를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예순에 가까운 나이에도 끝없이 뭔가를 만들어내는 미셸 고베르를 본다면, 이 사람이 아티스트가 아니라면 대체 누가? 싶어질 거다. 미셸 고베르가 만든 런웨이 음악은 관객과 디자이너 모두를 춤추게 하고, 그의 인스타그램 피드마저 예술적 영감으로 가득하니까!

 

 

미셸 고베르 믹스클라우드 
미셸 고베르 인스타그램 

 

메인 이미지 출처 ’Antidote Magaz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