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출신 프랑스 사진작가 요세프 쿠델카(Josef Koudelka, 1938~). 집시의 삶과 자취를 기록한 감각적인 사진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그는 1968년, 구 소련의 프라하 침공을 사진으로 기록한 <프라하(Prague)>*로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랐다. 1970년 영국에 망명을 요청하고 체코를 떠난 이후 무국적자라는 독특한 신분으로 <Exile>(1970~1994), <Wall>(2002~) 같은 예민한 감성이 담긴 사진 작업을 이어왔다. 1971년부터는 자유 보도사진 작가그룹인 매그넘 포토스(Magnum Photos) 소속작가로 활동 중이다.

*P.P(Prague Photographer)라는 익명으로 출간한 사진집 <프라하(Prague)>(1968)는 '프라하의 봄'이라 불리는 민주자유화 운동의 생생한 모습을 담았다. 쿠델카는 이듬해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로버트 카파 골드 메달을 받았지만, 이내 소련의 탄압으로 고국인 체코에서 추방되어 1970년 망명길에 오른다.

 

▲ Slovakia, 1963 ⓒJosef Koudelka/Magnum Photos
▲ Slovakia, 1967 ⓒJosef Koudelka/Magnum Photos

 
미국 아퍼처 출판사를 통해 세상에 나온 첫 사진집 <집시>(1975)는 요세프 쿠델카의 등장을 세상에 알린 장본인이다. 집시들의 삶이 담긴 사진들은 전통적 르포나 다큐멘터리 범주를 넘어, 망명자로 살아가는 쿠델카 개인의 비극이 깃들어 있다. 사진집은 한국에도 알려져 국내 작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단 한 번의 외도 없이 단 한 번의 곁눈질 없이 소수 민족의 애환, 숨겨진 약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떠도는 이들의 순박한 삶의 정황을 올곧게 투사해왔다. 늘 우수에 젖는 화면, 클로즈업 없는 이미지, 익명으로만 존재하는 사람들, 짙은 공허와 애수의 그림자, 거칠어 보이는 흑백계조 속에 묻어나는 그의 이미지는 30년을 훌쩍 넘는 오늘날까지 독특한 음색을 전달하고 있다.

-요세프 쿠델카 사진집 <집시> 서문 가운데

▲ Slovakia, 1963 ⓒJosef Koudelka/Magnum Photos
▲ Slovakia, 1967 ⓒJosef Koudelka/Magnum Photos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리는 <요세프 쿠델카 집시>는 요세프 쿠델카의 첫 국내 전시임과 더불어 작가의 순수한 감성이 담긴 초기 연작 <집시>을 만나볼 수 있어 감회가 새롭다. 그가 고향인 체코를 비롯해 루마니아, 헝가리 프랑스, 스페인을 돌아다니며 만난 집시들의 애환과 자취를 담은 흑백 사진 111점을 직접 만나보자.

+Tip. 한미미술사진관에 방문한다면, 프랑스에서 자란 한국인 입양아 아녜스 데르비의 개인전 <#K79_3613>도 함께 둘러보기를 권한다. 입양 서류의 일련번호를 제목으로 한 개인전은 아녜스가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고 자신의 뿌리를 찾아 나선 과정을 담은 작업 <어머니OMONE>와 자신을 길러준 프랑스 아버지의 노년을 담담하게 기록한 <Retired> 연작을 소개한다. 한미미술사진관 제3전시실에서 1월 21일까지 열린다.

 

일정 2016.12.17~2017.04.15
시간 평일 10:00~19:00 / 토요일, 공휴일 11:00~18:30
장소 한미사진미술관 19층 제 1, 2전시실
요금 성인일반 6,000원 / 학생(초,중,고) 5,000원
문의 02-418-1315
홈페이지 http://www.photomuseum.or.kr/

 

(메인 이미지= Slovakia, 1967 ⓒJosef Koudelka/Magnum Phot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