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 <센과 치이로의 행방불명>(2001)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등이 우리를 감동시켰던 이유 중 하나는 아름다운 색채였다. 이 색채의 설계를 담당했던 야스다 미치요가 2년 전 7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지브리 스튜디오와 30년을 일했던 야스다 미치요는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색채’를 자신만의 감성으로 담아냈다. 야스다 미치요는 스튜디오 지브리 채색부의 리더로서 모든 공정을 감독했다. 여기에는 애니메이션 등장인물의 신체나 의상부터 동물이나 사물 등 모든 것의 색을 결정하는 캐릭터 색채 설계, 셀에 색을 칠하는 것을 중심으로 하는 ‘시아게(仕上)’라는 과정 등이 포함된다. 보통의 애니메이션은 2백여 가지 색을 사용하나 지브리는 5백여 가지의 색을 쓴다. 그가 색채 설계를 담당했던 지브리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을 보면 색채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를 알 수 있다.

생전의 야스다 미치요 모습 via ‘art forum’ 

도쿄에서 1939년 태어난 야스다 미치요는 1958년 도에이 동화(현 도에이 애니메이션)에 입사하면서 애니메이션 작업을 시작한다. 당시 여자가 가질 수 있는 직업은 전화교환원, 은행원, 선생님, 백화점 판매원 등으로 한정되어 있었고, 뭔가 재미있는 일을 찾던 그에게 눈에 띈 것이 애니메이션 작업이었다. 그는 도에이 동화에서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다 이사오를 만났고, 1968년 <태양의 왕자 호루스의 대모험> 작업에 참여한 것을 필두로 <엄마 찾아 삼만리> <빨강머리 앤> <미래 소년 코난> 등 TV 시리즈를 거쳐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등 지브리 작품 대부분의 색채설계를 담당하게 된다.

2001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의 모습 via ‘cine21’ 

2008년 야스다 미치요는 체력적인 한계를 느껴 <벼랑 위의 포뇨>를 마지막으로 50년 동안 몸담았던 애니메이션계를 떠난다. 하지만 2013년 미야자키 하야오가 본인의 은퇴 전 마지막 작품으로 고른 <바람이 분다>를 도와달라고 요청하면서 다시 한번 그와 뭉쳐서 작품을 만들었으며 이것이 야스다 미치요의 진정한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종종 ‘전우’라고 부르기도 했던 그는 2016년 지병으로 별세한다. 그가 죽은 다음 해 미야자키 하야오가 은퇴를 번복하고 애니메이션 제작에 다시 나서게 된 것은 야스다 미치요의 유언 때문이었다고 한다.

야스다 미치요는 2009년 <LA Times>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색채에는 뜻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영화를 좀 더 쉽게 이해하게 만든다.”

아래 야스다 미치요가 참여한 작품들의 스틸컷을 모았다. 이를 통해 그의 색채를 감상하자.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

 

<이웃집 토토로>(1988)

 

<모노노케 히메>(1997)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벼랑 위의 포뇨>(2009)

 

<마루 밑 아리에티>(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