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과 바스키아만이 아니다. 1980년대 미국 뉴욕에는 공상과학 만화와 그래피티 벽화를 화려한 무대로 삼아 떠오른 케니 샤프(Kenny Scharf)가 있었다. 그의 최초의 대규모 회고전이 오늘 10월 3일부터 내년 3월 3일까지 롯데뮤지엄에서 열린다. 오늘날까지도 애니메이션, 패션, 퍼포먼스, 설치미술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활약 중인 그의 작품세계를 만나보자.

롯데뮤지엄 <케니 샤프, 슈퍼팝 유니버스> 전시 티저 영상

 

길거리 벽에 펼쳐진 총천연색 파티

“난 더 이상 아이가 아니에요. 50살이 넘어서도 길거리를 스프레이로 칠하고 다니는 사람을 보는 건 좀 웃긴 일이죠. 하지만 재밌는 걸요 뭐. 난 그러고 다니는 게 좋아요.” 진지한 태도만을 요구하는 것 같던 미술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오늘날, 케니 샤프의 발언은 크게 어색하게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줏대’가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에, 지금보다 훨씬 더 보수적이었던 세상에 일찍이 들이밀어졌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새삼 놀라운 일이다. 시각적으로 유쾌하고 요란하며 때로 어지럽기까지 한, 케니 샤프의 작업들은 그런 점에서 미술 분야에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주위를 지나다니는 모든 사람들의 일상에 새로운 영감을, 즐거움을 불어넣었다.

 

심슨과 키엘, 제레미 스캇과의 만남

케니의 이러한 도전은 길거리를 넘어 사람들의 집안까지 침투했다. 코스메틱 브랜드 키엘은 케니 샤프의 알록달록한 캐릭터 그림들로 포장한 제품들을 내놓았고, 패션 디자이너 제레미 스캇은 그와의 협업을 바탕으로 만든 개성 넘치는 의상들을 런웨이 쇼에서 선보였다. 지난 2015년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의 탄생 25주년을 기념해, 케니의 손길에서 탄생한 바트 심슨 피규어들이 발매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루이비통과 디자인을 함께한 스카프를 출시하는 등 케니 샤프가 우리의 일상 속 소비하는 제품에 남겨놓은 자국들은 다양하다. 그의 이름을 처음 들은 사람조차 그의 작업을 완전히 낯설게 느끼기 힘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Swatch, 1994
Kiehl’s, 2012
Jeremy Scott 2014 S/S, 2014
Bart Simpson, 2015

 

장난감과 고장 난 물건들로 가득한 ‘형광 우주’

그러나 케니 샤프의 작업들이 우리에게 즐거움과 흥미로움만을 남기는 것은 아니다. 그는 ‘코스믹 카반(cosmic cavern)’ 시리즈를 작업하면서 전쟁이나 마약, 에이즈 같이 공포스러운 문제들로 얼룩진 오늘날, 이로부터 벗어나 안전한 세계로 탈출하기를 꿈꿨다. 이 우주 동굴은 언뜻 쓰지 않는 장난감이나 가전제품들을 마구잡이로 한데 모아놓고 형광 빛깔로 비춤으로써 일상을 다르게 유희한 결과처럼 보인다. 하지만 결국 케니 샤프 스타일의 즐거운 놀이에는 다른 세계에 대한 열망과 지금 이곳 세계에 대한 불안 같은 지극히 현실적인 감정들이 함께 뒤섞여 있다. 그는 불안한 마음을 불안한 형상으로 드러내며 좌절하기보다 새롭고 신선한 희망을 향해 나아가기를 택했을 뿐이다. 그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가장 큰 ‘힘’이라고 외치듯.

Cosmic Cavern #29, Honor Fraser, 2012
Cosmic Cavern #29, New York Art in the 1980s, Modern Art Museum of Fort Worth, 2014
Cosmic Cavern #34, Nassau County Museum of Art, 2016

오늘부터 롯데뮤지엄에서 열리는 케니 샤프의 회고전 <슈퍼팝 유니버스>에서 그의 무한한 상상력과 힘을 직접 전달받는 기회를 마음껏 누려보자.

 

<케니 샤프, 슈퍼팝 유니버스>

장소 롯데뮤지엄
일시 2018년 10월 3일(수)~2019년 3월 3일(일)
시간 월~목요일 10:30~20:00, 금~일요일 10:30~20:30
관람료 성인 13,000원/청소년 10,000원/어린이 7,000원
문의 1544-7744
홈페이지

 

(본문, 메인 이미지 ⓒKenny Scharf, 출처 Kenny Scharf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