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요원과 아랍 테러리스트가 등장하고, 이슬람 강경세력과 미국 정치권이 충돌하는 스파이 드라마 중 현실을 가장 잘 묘사한 작품으로 케이블 채널 쇼타임(Showtime)의 <홈랜드Homeland>가 자주 언급된다. 2011년에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올해 일곱 번째 시즌 방영을 마쳤고, 2019년 방송될 시즌 8으로 막을 내리는 쇼타임의 대표 드라마 중 하나다.
<홈랜드>가 처음 등장하던 시기의 성과는 그야말로 기대 이상이었다. 북미 리뷰 사이트 ‘메타크리틱’은 <홈랜드>를 2011년 No. 2 드라마로 꼽았고, 2012년에는 골든글러브상, 피바디상, 에미상을 연이어 휩쓸었다. 드라마의 초반을 이끈 두 주연 배우 클레어 데인즈(Claire Danes)와 데미안 루이스(Damian Lewis)는 각각 에미상 남녀주연상을 받으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논란과 비난 역시 끊이질 않았다. 드라마의 원작 <Prisoners of War>의 저자 Gideon Raff는 이스라엘인으로, 아랍에 대한 왜곡 또는 과장된 묘사가 작품 속에 심심찮게 등장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후반 시즌으로 접어들어 원작보다 창작에 비중을 두면서 노골적인 반미, 반 이스라엘, 친 아랍 드라마라는 비난 역시 등장했다. 몇몇 사례를 통해 드라마 <Homeland>를 둘러싼 논란을 알아보았다.
보우 버그달(Bowe Bergdahl) 병장과 브로디 하사
2009년 아프가니스탄의 미군 순찰기지에서 실종된 보우 버그달 병장이 아프간 반군에게 감금되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며, 미국은 그를 살리기 위해 관타나모에 수감되어 있던 탈레반 고위 포로 다섯 명과 그를 맞교환하였다. 하지만 그가 기지를 탈영했다는 사실이 동료들에 의해 밝혀져 군 검찰이 그를 기소하면서, 역으로 오바마 정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 사건을 보도한 CNN은 버그달 병장을 <홈랜드>의 주연 브로디 하사에 비유했다. 드라마에서 브로디는 이라크에 포로로 잡혀 8년의 수감생활 중 극적으로 구출되어 미국에서 상원의원까지 오르나, 실제로는 이라크 수감생활 중 이슬람으로 개종하여 미국 정부요인 테러 밀명을 받고 돌아온 것이다.
실제 파리 테러와 <홈랜드>의 베를린 테러
2015년 11월 13일 IS는 세 그룹의 추종자를 동원하여 파리에서 동시다발 테러를 감행해 130명을 살해하고 400여 명에게 상해를 입혔다. 비슷한 시기에 <홈랜드>는 시즌 5에서 IS의 추종 세력이 베를린 중앙역에 독가스를 살포하여 민간인을 살상한다는 내용의 테러 사건을 방영하고 있었다. 시청자와 언론들은 드라마의 현실적 감각에 대해 놀라움을 표했다. <홈랜드> 제작팀에는 실제로 CIA 간부 출신의 컨설턴트가 상주하여, 각 시즌의 스토리 얼개와 세부 사항에 대해 조언을 한다. 이에 따라 픽션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에 매우 근접하다는 평을 받는다.
아랍 사회의 현실에 대한 오해와 왜곡
레바논 정부는 2012년 <홈랜드> 시즌 2 방영 후 제작진을 고소할 것이라는 의사를 표한 바 있다.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의 함라 거리(Hamra Street)가 패션숍과 카페가 들어선 투어리스트 스폿임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에서는 좁고 먼지투성이인데다 테러가 난무하는 치안 부재의 거리로 표현됐다는 것이다. 유럽과 중동의 언론이나 전문가들도 비슷한 우려를 표했다. 드라마를 보고 나면, 아랍인은 테러리스트 아니면 난민, 두 부류밖에 없다거나 미국에 사는 아랍인들은 모두 테러를 돕는 추종자라는 오해를 부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드라마 <홈랜드>는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으며 어느덧 7년을 달려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하며 미국 군사 외교정책이 중대한 변화를 맞이한 시기에 <홈랜드> 제작팀은 어떻게 이를 반영하여 마지막 시즌을 풀어나갈지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