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가까이서 들리는 듯한 선명한 목소리, 어쿠스틱 기타 연주의 예쁜 선율과 사려 깊은 가사. 차분한 매력을 골고루 담은 포크팝 음악은 유독 가을빛과 닮았다. 2집으로 돌아온 김사월, 정욱재(노리플라이)의 솔로 프로젝트, 올해 데뷔한 은도희와 원호의 신보들로 짧지만 아름다운 가을의 감성을 느껴보자.

 

김사월 <로맨스> (2018.09.16)

김사월은 젊은 인디 포크 신을 대표하는 얼굴이다. 2012년 홍대 클럽에서 공연을 시작했고, 2013년 김해원과 함께한 EP <비밀>, 2015년에 발표한 솔로 앨범 <수잔> 모두 좋은 평가와 사랑을 받았다. 최근 발표한 2집 <로맨스>는 김사월 특유의 고상하고 고혹적인 매력이 두드러지는 앨범. 낭만적 분위기가 묻어나는 수록곡들은 가을과 더욱 잘 어울린다.

김사월 ‘프라하’ 라이브영상

더블 타이틀 중 한 곡인 ‘프라하’는 사랑하는 이에게 선뜻 다가가지 않는 화자의 본심을 노래한다. 사랑의 환상을 손에 잡지 않고 스치듯 지나치며 여운을 남긴다. 건반과 함께 소박한 밴드 사운드로 꾸민 ‘누군가에게’는 사랑이 끝난 후 느끼는 너의 아름다움과 나의 고독을 담담하게 고백한다. 마치 이별의 춤을 추듯 살랑살랑.

김사월 ‘누군가에게’ 뮤직비디오

 

튠 <고려인> (2018.08.27)

‘튠(TUNE)’은 노리플라이 멤버 정욱재의 원맨밴드 프로젝트다. 그는 사회에 참여하는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기 위해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튠은 노리플라이가 데뷔한 2009년부터 환경 문제를 주제로 앨범을 발표하는 등 멀리 있는 것이 아닌 우리 곁의 예술로써 음악을 꾸준히 만들어왔다.

튠 ‘아름다운 것과 소멸되는 것’ 뮤직비디오 튠의 첫 앨범 1번 트랙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해 사라져가는 자연에 대한 마음을 담았다.

<고려인>은 일제강점기 머나먼 타향으로 강제 이주된 고려인들의 애환을 노래한다. 앨범에 수록된 4곡은 2017년 고려인 강제 이주 80주년 기념 전시 <1937년으로부터의 초상>에 쓰인 노래들이다. 타이틀곡 ‘이방인’은 이방과 고국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고향을 생각하는 슬픔을 처연한 기타 스트로크와 감미로운 멜로디에 담아냈다.

튠 ‘이방인’ 뮤직비디오

 

은도희 <Weak> (2018.08.16)

싱어송라이터 은도희는 올해 초 몽환적인 분위기의 첫 싱글 ‘Crumpled Form’을 내놓았다. 이후 그가 반년 만에 발표한 첫 번째 미니앨범 <Weak>은 지난 싱글보다 명료하고 가깝게 들리는 어쿠스틱 사운드를 중심으로 부정적인 언어들을 사려 깊게 재해석한다. 각기 Liam Gallagher, Kate Nash 등과 작업했던 엔지니어 Matt Mysko, Alex Gordon이 사운드에 힘을 보탰다.


은도희 ‘Weak’

타이틀곡 ‘Weak’이 전형적인 포크 사운드로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면, ‘Vague’는 우쿨렐레의 반복적인 아르페지오와 여러 겹 포갠 보컬 및 소리 효과를 통해 노래 가사 속 모호하고 희미한 인상들을 전달한다.


은도희 ‘Vague’

 

원호 <DAY DREAMIN’>(2018.10.01)

록키드로 자라나 록스타를 꿈꾸는 싱어송라이터 ‘원호(WONHO)’ 역시 올해 세상에 음악을 처음 선보이는 신인이다. EP <DAY DREAMIN’>은 “욕심과 불안이 가득한 청춘의 현실 속에서 한낮의 꿈일지언정 작은 꿈과 희망을 바라본다.”는 주제로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차곡차곡 담은 앨범. 새소년의 강토, 문팬시 등이 세션으로 참여했다.

원호 ‘Rain’ 뮤직비디오

첫 트랙 ‘Rain’은 리버브를 머금은 끈적한 기타 톤으로 사랑했던 이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을 노래하는 감성적인 블루스 트랙이다. 이후 지난 감정들을 하나둘 정리하는 포크 싱글 ‘Island’와 ‘Stay with me’를 차례로 만나고 나면, 슬픈 감정 속에서도 아름다운 순간을 섬세하게 캐치하는 ‘Stay with me’의 달콤하고 애처로운 후렴구가 오랫동안 귀를 맴돌 것이다.

원호 ‘Stay with me’ 뮤직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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