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참지 않는다. 부당함에 눈감거나 물러서지 않고, 맞서 싸우며,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4편을 소개한다.

 

<서프러제트>

Suffragette ㅣ2015ㅣ감독 사라 가브론ㅣ출연 캐리 멀리건, 메릴 스트립, 헬레나 본햄 카터

20세기 초 영국, 세탁 공장에서 태어나 노동자로 평생을 살아온 ‘모드 와츠’(캐리 멀리건). 어느 날 그는 우연히 거리에서 여성 투표권을 주장하며 시위에 나선 여성들이 경찰과 기마부대에 무참히 짓밟히는 모습을 목격하고 세계의 부조리를 온몸으로 절감한다. 설상가상으로 여성 인권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쫓겨나 아들과 헤어질 위기에 놓인 모드 와츠는 단지 여자라는 이름 앞에 무너진 정의와 인권 유린의 세태에 분노한다. 폭력과 시위가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던 평범한 인물이 시위의 한복판에 서서 팔을 휘두르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다. 캐리 멀리건, 메릴 스트립, 헬레나 본햄 카터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호연은 영화의 완성도에 크게 한몫한다.

<서프러제트> 예고편

 

<쓰리 빌보드>

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ㅣ2017ㅣ감독 마틴 맥도나ㅣ출연 프란시스 맥도맨드, 우디 해럴슨, 샘 록웰

딸을 잃은 엄마 ‘밀드레드’(프란시스 맥도맨드)는 마을 외곽 도로에 세워진 대형 광고판에 도발적인 메시지를 새긴다. 딸이 죽은 사건과 관련해 진전이 없는 수사를 표지판을 통해 비난한 것. 이에 마을 경찰들은 밀드레드를 회유하거나 압박하고, 이웃 주민과 지역 언론도 그를 적대시하기 시작한다. 여성과 유색인종에 가해지는 차별과 폭력의 한복판에서 밀드레드는 울거나 감정을 토로하는 대신 분노를 참지 않고 행동한다. 화염병을 던져 경찰서를 불태워버리는 등 한 걸음도 물러나지 않고 세상과 맞서는 밀드레드의 대처에 꿈쩍도 하지 않던 주변 상황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올해로 연기 경력 34년 차의 배우 프란시스 맥도맨드가 딸을 잃은 엄마의 분노와 슬픔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쓰리 빌보드> 예고편

 

<거룩한 분노>

The Divine Orderㅣ2017ㅣ감독 페트라 볼프ㅣ출연 마리 루엔베르게르, 맥시밀리언 시모니슈에크, 레이첼 브라운쉬웨이그

여성 참정권은 지금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만,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누군가의 간절한 염원이었다. 영화 <거룩한 분노>는 유럽에서 가장 늦은 1971년에서야 여성참정권이 인정됐던 스위스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시대적 상황을 극복하고 진정한 자유를 찾기 위해 활약한 여성들의 모습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의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단순히 참정권을 얻는 과정뿐 아니라 여성이 주체가 되는 삶과 성에 관한 이야기까지 섬세하고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수작으로, 2018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후보로 올랐고, 지난 제11회 여성인권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선정됐다.

<거룩한 분노> 예고편

 

<여자라는 이름으로>

Name Of A Woman ㅣ2018ㅣ감독 마르코 툴리오 지오다나ㅣ출연 크리스티아나 카포톤디, 아니타 크라보스, 발레리오 비나스코

싱글 맘의 신분으로 어렵게 요양원에 임시 취업한 ‘니나’(크리스티아나 카포톤디). 근무 태도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는 기쁨도 잠시, 니나는 그곳의 이사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게 된다. 위험한 상황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그는 이 일을 주변에 알리려 하지만, 오히려 직장 동료들로부터 뜻하지 않은 따돌림과 비난을 받는다. 진실을 위해 싸우려는 사람과 그 이면의 사람들을 함께 비추며 여성 인권 문제에 대해 첨예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 쉬쉬하며 사건을 덮기 급급한 사람들과, 부당한 일에 눈감지 않고 권력 집단과 직접 맞서 싸우는 니나의 모습은 <여자라는 이름으로>가 여성 인권 영화로서 지니는 가치를 증명한다. 오는 10월 11일 개봉.

<여자라는 이름으로>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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