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시골길. 한 젊은이가 44번 버스에 탄다. 얼마 안 가 또 버스에 탄 남자 둘은 노상강도로 변신해 승객들의 금품을 갈취하고 여성 운전사를 끌어내리지만, 승객들 중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 젊은이만이 강도들을 저지하려 하지만 역부족. 강도에게 성폭행 당한 여성 운전사는 젊은이를 버스에 타지 못하게 하고는 다시 버스를 몰고 가버리는데.

<44번 버스>는 1999년 8월 중국의 한 지방신문(<Lianhe Zaobao>)에 전해진 충격적인 사건을 바탕으로 대만 출신의 데이얀 엉(Dayyan Eng) 감독이 만든 단편영화다. 영화는 2001년 베니스영화제, 2002년 칸영화제와 선댄스영화제 등에서 수상하며 단숨에 그를 주목받는 감독으로 만들어 주었다. 또한 감독은 이 작품으로 여성 운전사 역을 맡은 중국의 인기배우 공배필(Gong Beibi)과 인연이 되어 2004년 결혼한다.

▲ 버스 운전사 역을 맡은 배우 공배필

실제 이 사건의 보도에 따르면, 강도는 단 2명이었고 승객은 40여 명에 대부분 남성이었다. 여성 운전사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대부분 외면했고, 심지어 빨리 저들의 요구를 들어주라고 종용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단 한 명의 남성만이 강도에게 저항했고, 결국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가 된다. 그의 이름은 Wu Wei Cai라고 알려졌다. 물론 유일한 생존자의 증언으로 이 사건이 알려지게 되었으니 진실 여부를 완전히 가려내기는 어렵다. 그러나 “어느 국가 어느 민족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보편적인 인간의 심리 반응을 그리고자 일부러 시간과 장소를 희미하게 표현했다. 이 작품을 통해 현대사회에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책임과 협조가 필요하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다”는 감독의 말대로, 현대인에게 ‘방관’과 ‘정의’에 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놀라운 스토리임에는 틀림없다. 영문 자막만으로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크게 불편함이 없지만, 좀 더 짧게 편집한 한국어 자막 버전도 있으니 참고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