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뷰트(Tribute)라는 것이 있다. 사전적 의미로는 헌사, 공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음악적 의미로는 특정 뮤지션, 아티스트 등의 공을 찬양하며 바치는 행위를 일컫는다. 단순히 커버곡이라고 칭하기보다는 한 작품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을 꾹꾹 눌러 담아 새로이 표현하는 것이라고 정의를 내려볼 수 있지 않을까.
한국에서는 아직 트리뷰트와 ‘트리뷰트 앨범’ 자체가 상업적 가치를 지녀 대중적으로 소개되는 일이 적다. 하지만 좋은 트리뷰트 앨범을 듣고 원곡에 버금가는 감동을 느낄 때에, 유에서 창조하는 유가 의미 있는 이유를 비로소 알게 될 것이다. 누군가를 위해 ‘바쳐지는’ 것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으니.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 <Loveless>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y bloody Valentine). 슈게이징 록을 대표하는 이 밴드는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지만 평단과 마니아층에서 엄청난 호평을 받았다. 1983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결성되었고, 그 이후 슈게이징의 확산을 도모한 많은 곡들을 발표했다. 이들이 1991년에 발표한 <Loveless>는 비평가들에게 찬사에 가까운 평을 받으며 밴드의 가장 성공적인 앨범으로 급부상하였고, 팬들은 이 앨범에 담긴 황홀한 노이징에 열광했다.

앨범 <Loveless> 수록곡 'Only Shalow'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이 가진 사운드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은 후대의 많은 슈게이징 밴드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후에 한국과 일본의 포스트 록을 대표하는 뮤지션들이 모여 <Loveless>의 튜리뷰트 앨범을 제작했다. 한국의 트리뷰트 앨범은 ‘Blue’, 일본의 트리뷰트 앨범은 ‘Yellow’로 통칭되며, 이 글에서는 ‘Blue’만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이 앨범은 우리에게 익숙한 전자양, 조월, 비둘기우유, 니나이안, 선결, 빅베이비드라이버 등 11팀이 앨범 수록곡 각 한 곡씩을 담당하여 제작했다. 한 곡마다 곡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아 자신만의 음악 스타일로 재해석하였으며, 원곡을 아는 이들은 하나의 곡이 가진 가능성들을 귀로 듣는 황홀한 시간을 선사 받는다.

비둘기우유 ‘only shallow’
조월 ‘when you sleep’

 

퀸 <Queen collection>

퀸(Queen)을 어떻게 기억할지는 대중들의 몫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퀸을 어떤 밴드로 기억하고 있는가. 사실 퀸은 한 장르로 국한하여 얘기하기 어려운 밴드다. 퀸을 이루던 멤버들이 각기 다른 음악적 취향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들 모두가 작곡가였다!) 퀸의 음악들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록 음악의 지평을 넓혔다. 한국에서도 퀸의 음악은 많은 사랑을 받았다. 록 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퀸’이라는 이름은 알기 마련.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퀸의 ‘음악’은 알면서도 그것을 부른 밴드가 ‘퀸’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대중적인 멜로디를 가졌기에 방송 BGM이나 광고 음악으로 삽입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음악사에 한 획을 긋는 수많은 작품을 만들어 냈던 만큼, 퀸을 기리는 트리뷰트 앨범 또한 다양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로얄 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빚어내는 퀸을 향한 애정과 새로움은 단연코 다른 트리뷰트 앨범에 뒤쳐지지 않는다. 로얄 필하모니 오케스트라는 퀸의 유명 곡들을 오케스트라로 새로이 연주하여 Queen Collection 트리뷰트 앨범을 제작했다.

Royal Philharmonic Orchestra ‘Bohemian Rhapsody’

퀸의 곡들이 가진 매력을 오케스트라의 악기들이 재현했을 때, 새롭게 느껴지는 음들의 ‘맛’을 느껴보길 바란다. 조금 더 웅장하고, 조금 더 맑은 음악의 결들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Queen collection full album

 

레너드 코헨 <I’m your fan>

2016년, 레너드 코헨(Leonard Cohen)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그를 ‘하늘로 간 음유시인’이라고 불렀다. 철학적이고 서정적인 가사를 애가 끓는 듯한 중저음의 음으로 부르며 많은 사람들의 귀와 가슴을 녹였던 레너드 코헨. 그가 남긴 수많은 명곡들은 죽음 앞에서도 지워지지 않았고, 오히려 빛을 발하며 우리 곁에 남았다.

레너드 코헨 ‘Hallelujah’ 라이브 영상

음유시인과 더불어 ‘은둔시인’이라고도 불린 그는 음악적 명성과 인기보다 음악 자체에 더욱 초점을 맞추었던 뮤지션이었다. 레너드 코헨이 죽기 전부터 그의 음악을 사랑한 많은 뮤지션들이 그에게 바치는 헌정 앨범을 만들었고, 그중에서도 빛나는 음악성을 인정받은 앨범은 1991년에 제작된 <I’m your fan>이다.
이름 자체에서 이미 레너드 코헨의 ‘팬’임을 자칭하는 수많은 유명 아티스트들이 앨범 제작에 함께했고, 우리는 이 앨범을 통해 픽시스의 ‘I can’t forget’과 존 케일의 ‘Hallelujah’를 들어볼 기회를 얻었다. 명곡이 명곡으로 옷만 바꿔 입고 등장하는 느낌을 주는 이 곡들은, 레너드 코헨의 곡들이 가진 서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음과 동시에, 새로이 덧칠된 각 뮤지션의 특장점이 드러난다.

Pixies ‘I can’t forget’
John cale ‘hallelujah’

 

인간이 ‘창조한’ 모든 것들은 그것이 무엇이든 시간의 흐름을 피해갈 수 없다. 수많은 창작물들은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잊히고 사라진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사람들의 가슴에 새겨져 잊히지 않는 작품들이 있다. 우리는 이것을 ‘고전’이라고 일컫는다.
트리뷰트 앨범은 이 고전에 애정과 존경과 창조를 덧입혀 만들어낸 새로운 창작물이다. 이 헌정물들이 우리에게 주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

 

Writer

아쉽게도 디멘터나 삼각두, 팬텀이 없는 세상에 태어났지만 그 공백을 채울 이야기를 만들고 소개하며 살고 있습니다.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만들고, 으스스한 음악을 들으며, 여러 가지 마니악한 기획들을 작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