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 바우쉬(1966) via ‘anothermag’

독일의 현대무용가 피나 바우쉬는 기존의 무대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혁명가였다. 그는 보통 발레에 익숙한 청중들 눈에는 난해하고 충격적인 무대를 꾸몄으며 춤뿐 아니라 연극, 음악, 미술 등 모든 예술을 버무려 자신만의 공연으로 만들었다. 무대에 물을 쏟아붓거나 수천 송이의 꽃을 깔기도 하고, 양이 무대 위를 돌아다니거나 닭이 수박을 쪼아먹게 하기도 했다. 뉴욕 초청공연 때는 뉴저지에서부터 물탱크 차량으로 물을 공수하느라 관객들은 몇 시간 동안 대기하면서 화를 삭여야 했다.

무대에 연극적 요소를 많이 가미한 피나 바우쉬 댄스. 이미지 via ‘kampnagel’  
<카페 뮐러>, 영화 <그녀에게>(2002)에도 삽입되었던 무용극이다. 이미지 via ‘nbkorea’   

피나의 무용단이 관중을 놀라게 했던 유명한 사건 2가지가 있다.
먼저 첫 번째, 1978년 독일 북서부의 도시 보훔에서 개최된 셰익스피어학회의 연례학회 무대에 무용 공연 <맥베스>가 올랐다. 새빨간 립스틱 범벅을 한 무용수들이 몰려나오더니 엉덩이까지 치마를 걷어 올렸다. 객석에 앉은 백발의 교수들은 혼비백산했다. 셰익스피어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인 노교수들은 야유를 퍼붓고 손가락질을 하기 시작했다. 행사장은 대소동이 벌어졌다고 한다.
두 번째로는 1979년 인도 콜카타의 공연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여성 무용수들이 일부 나체로 등장하는 무용 공연이 무대에 올랐다. 흥분한 힌두교도들은 객석을 시위장으로 만들었다. 폭동사태에 공연은 중단됐고 생명의 위협을 느낀 무용수들은 공연장을 빠져나와야 했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체> 공연 모습 via ‘dancetabs’

그러나 곧 대중들은 피나 바우쉬의 혁명에 열광했다. 그는 춤과 연극을 결합한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으며 무용단 이름은 그들이 있는 도시와 그가 새로 만든 장르를 따서 ‘탄츠테아터 부퍼탈(Tanztheater Wuppertal)’로 하였다. 이 무용단은 곧 전 세계에서 많은 러브콜을 받는다. 그는 2008년 독일의 괴테상을 받았다. 괴테상은 3년마다 최고의 예술가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그의 수상은 여성으로서는 다섯 번째, 무용 분야에서는 최초였다.

<Ensemble in Vollmond> photo - Laurent Philippe via ‘National Art Centre’

2004 년 10월 말. 독일의 피나 바우쉬 무용단은 2005년에 ‘한국’을 주제로 한 작품의 창작을 위해 내한했다. 이는 2005년, 개관한 지 다섯 돌을 맞이하는 LG아트센터에서 개관 5주년 기념공연을 의뢰한 것으로, 피나 바우쉬와 그의 무용단이 한국의 곳곳을 2주 정도 체험한 후, 약 6개월간의 창작 기간을 거쳐 2005년 6월 22일부터 LG아트센터 무대에서 세계 최초로 작품 <rough cut>을 공연했다.

한국을 소재로 한 작품 창작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전남 곡성에서 상모를 돌리고 있는 피나 via ‘playdb’
한국의 굿판에서 무속인과 춤추는 피나 via 이글루스 ‘Plastic Castle’ 

스페인의 페드로 알모도바 감독의 영화 <그녀에게>는 피나 바우쉬가 춤추고 있는 <카페 뮐러>라는 작품으로 시작한다. 이 영화에서 피나의 춤추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녀에게> 트레일러

2009년 피나는 암 진단을 받은 지 5일 만에 세상을 떠나, 전 세계 사람들을 큰 충격에 빠트렸다.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후 3년, 피나와 평소 절친하게 지냈던 영화감독 빔 벤더스가 그가 죽기 오래전부터 기획했던 3D 영화 <피나>를 가지고 나타났다. 빔 벤더스는 <파리 텍사스>(1984) <베를린 천사의 시>(1987)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1999)을 만든 독일 출신의 세계적 영화감독이다. 영상에 담은 피나 바우쉬와 그의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3D 영상으로 생생하게 살려내 마치 실제 무대공연을 보는 듯하다. 이 영화는 2011년 베를린영화제에도 출품하여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피나> 트레일러

피나가 안무하고 감독한 마지막 공연, <como el muguito> via ‘newyorker’ 
<Neues Stueck> via ‘telegraph’ 
<Vollmond (Full Moon)>
탄츠테아터 부퍼탈의 독특한 춤 <Luts Foerster, Pina 2011 Wenders Leaozinho>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체>

 

메인 이미지 출처 Pina Bausch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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