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드릭 라마 앨범<DAMN.> 커버

미국 ‘블러드 갱들의 성지’라 불리는 캘리포니아의 컴튼 출신의 힙합 아티스트 켄드릭 라마. 2017년 발표한 그의 앨범 <DAMN.>은 현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삶의 모순과 고통, 대물림의 역사, 그리고 21세기에도 여전히 참담한 인종차별의 현실을 짚어낸다. 켄드릭 켄드릭 라마는 앨범<DAMN.>으로 제60회 그래미 어워드 5관왕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힙합 뮤지션으로서는 최초로 2018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그는 “기교적인 면과 음악적 깊이와 폭, 여기에 위트와 정치적, 도덕적 메시지, 공감 능력을 두루 갖추고 있는 그는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유일한 MC”라 평가되며 만장일치로 음악부문 수상자로 지목됐다. 그러나 성찰과 저항의 아이콘인 그가 지난 5월 공연 중 일명 ‘N-word’(흑인 비하 단어) 사태로 논란이 됐다.

켄드릭 라마 공연 중 무대로 불려 올라간 팬

사태는 켄드릭 라마가 행아웃 뮤직 페스티벌에서 자신의 히트곡 ‘M.A.A.D City’를 부르던 도중 한 팬을 무대 위로 부르면서 발생했다. 그 팬은 공연장에서 켄드릭 라마가 랜덤으로 지목한 백인 여성 들라네이였다. 켄드릭 라마는 들라네이에게 마이크를 건넸고 음악을 열창하던 팬은 갑자기 음악이 끊기며 무대를 제지당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유는 바로 가사 중 나오는 ‘N단어’(Nigger)를 그대로 내뱉었다는 것이다.


켄드릭 라마: 넌 그 단어를 묵음 처리했어야 했어.
들라네이: 어머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내가 그랬어?
켄드릭 라마: 어 그랬어.
들라네이: 너무 미안해.
켄드릭 라마: (관중들에게) 얘 계속해도 괜찮을까?
들라네이: (생략) 미안해. 네가 곡 썼던 그대로 부르는 게 익숙해서 그랬나봐.

-켄드릭 라마와 들라네이의 대화 중

2018년 8월 <베너티 페어> 매거진 커버

켄드릭 라마는 이 사태에 대해 지난달 <베너티 페어>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이제껏 지구에 30년을 살면서 백인들은 나에게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수도 없이 말해왔다. 좋은 크레딧(신용등급)을 쌓거나, 도시에 집을 사는 등 일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나는 이 단어(Nigger)를 내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딱 그 단어 하나만 내 것이라고 하고 싶다.”

퓰리처 상을 받은 세계적인 힙합 아티스트 켄드릭 라마는 왜 그토록 이 단어에 집착하는 걸까? 이 단어는 특히 아프리카계 미국인들만 쓸 수 있는 ‘그들만의 단어’가 되었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영어권 국가들에서는 N-단어가 사회적으로 금기시되어왔다.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N-단어 사용 의혹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나 켄드릭 라마를 포함한 수많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자신의 음악에 그 단어를 거리낌 없이 사용한다. 왜 그들은 그들과 다른 피부색을 지닌 인종에게 ‘언어 꼰대질’을 하는 것일까? 동시에 이 행동을 비단 ‘꼰대질’이라는 편협한 단어로 정의내릴 수 있는 것일까?

나이키 2018년 ‘JUST DO IT’ 30주년 캠페인

2016년 가장 주목을 받았던 아프리카계 미국인 민권운동 ‘Black Lives Matter’(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 운동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향한 차별적 폭력과 제도적 인종주의 반대를 외치며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특히 그들을 향한 경찰의 가혹행위, 특히 미국의 형사 사법 제도안의 인종간 불평등을 항의한다. 얼마 전인 9월 3일 나이키에서 ‘저스트 두 잇’ 캠페인 30주년을 기념하여 전 세계에 선보인 사진 광고가 화제가 되었다. 그 광고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쓰여 있다.

“Believe in something. Even if it means sacrificing everything.
(무언가를 믿어라. 설령 그것이 모든 것을 희생한다는 의미 일지라도.)”

이 문구와 함께 보이는 흑백사진의 남성은 전 미국 프로풋볼(NFL) 선수 콜린 캐퍼닉이다. 그는 2016년 8월 그린베이 패커스와의 경기에 앞서 진행된 국가 제창 때 기립을 거부하고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앉아있었다. 흑인과 유색인종을 탄압하는 나라에 존경을 표하기 위해 일어설 수 없음을 표출한 항의였다. 이후 그는 ‘시팅맨’(sitting man)이라 불렸고 곧이어 ‘시팅맨 따라하기’ 열풍이 스포츠계에 불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수많은 이들의 비난으로 인해 2017년 팀에서 방출된 이후 어떤 프로팀에도 차출되지 못했다.

켄드릭 라마 ‘Alight’ 뮤직비디오 캡쳐. 100% Real NEGUS 티셔츠가 등장한다

켄드릭 라마는 자신의 노래 ‘i’에서 ‘negus’라는 단어를 뱉는다. 가사에서는 “N-E-G-U-S는 흑인 황제, 왕, 통치자/역사책은 이 단어를 숨겼지/미국은 사람들을 분열시켰지/우리는 단어를 잘못 써왔어.”라고 외친다. 이렇듯 켄드릭 라마는 암하라어로 에티오피아의 황제를 뜻하는 단어를 이용해 흑인들의 각성을 촉구하고 인종차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어쩌면 켄드릭 라마를 포함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꼰대질은 그들의 차별당한 노예 역사에서 비롯된 분노와 항의의 목소리다.

세상은 변하는데 꼰대의 가치관은 바뀌지 않기에 그들이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라면, 켄드릭 라마를 포함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항의의 목소리는 결코 꼰대질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힙합을 선봉으로 한 주류 아프리카계 미국 예술이 상업성, 인종 및 문화적 정체성 사이 어딘가의 미묘하고도 불편한 지점에 들어선 것만은 확실하다. 이들은 힙합을 포함하여 음악, 영화 등 다양한 문화들을 타인종들과 나누며 즐기다가도 그들이 인종 경계를 침범해오면 냉정하게 선을 긋는다. 이 복잡성은 우리의 숙제가 되었다.

2017년 4월 22일 연합뉴스 ‘꼰대’ 주의보

꼰대란 과거에는 젊은 세대들이 소위 ‘꼬장꼬장한’ 아저씨나 교사 등 나이 많은 사람들을 가리키는 은어였으나 근래에는 타인과 나의 거리를 분명히 하여 권위 의식, 서열 의식, 특권 의식 등으로 똘똘 뭉친 사람을 가리키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예전과 같이 나이 많은 세대들뿐만 아니라 젊은 꼰대, 이른바 ‘꼰대 조로’가 돼버린 2030 세대는 물론 10대들에게도 꼰대라는 딱지를 붙일 수 있을 정도로 사용범위가 넓어졌다.

홍익대학교 아사달 페이스북 포스트

본래 꼰대는 사회의 주류로 살아 남기 위해 기성세대의 위계질서를 그대로 답습하기만 함으로써 생겨났다면 젊은 세대를 포함한 우리들은 타인을 경계하고 경쟁하여 승패를 보려 하지 말고 타인의 입장에서 공감하기를 우선시한다면, 꼰대의 굴레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국내에서도 위계질서, 권위주의 문화에서 비롯된 꼰대 사회 문제들이 현 사회에 숙제로 놓였다. 얼마전에는 홍대 응원단 ‘아사달’의 군기 문화 논란, 간호사들의 ‘임신순번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이처럼 최근 생겨난 젊은 꼰대들은 자신들의 경직된 사고를 조직적인 형태로 끌어들여와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국적과 나이를 불문하고 우리는 상대방을 적대시하기보다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자세가 우선적으로 필요할지도 모른다. 타인과 나의 거리를 인정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거부감을 덜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며, 그 어떠한 것도 경쟁, 승패를 나누지 말아야할 것을 인식해야 한다.

 

메인 이미지- 켄드릭 라마 ‘Alight’ 뮤직비디오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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