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에 돌란 감독은 1989년생이다. 스무 살에 만든 첫 영화 <아이 킬드 마이 마더>로 칸영화제 감독 주간에 처음 초청되어 단숨에 3관왕을 석권하며 그야말로 혜성처럼 데뷔했다. 그리고 스물 일곱 살인 2016년, 여섯 번째 연출작인 <단지 세상의 끝>으로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는다.

이처럼 화려한 필모그래피 덕에, 그의 재능은 종종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천재 감독’이라는 흔한 수사가 마음에 들던 들지 않던, 굳이 사용해야 한다면 그 주체는 자비에 돌란 감독이 되어야 할 것이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배우의 얼굴을 스크린 가득 채우는 익스트림 클로즈업, 인스타그램을 연상케 하는 정사각형 프레임과 비스타(1.85:1)를 넘나드는 과감한 화면비 설정, 격정적인 감정으로 풀어내는 성장과 성 정체성, 가족 관계에 대한 고찰을 담은 주제의식은 물론 색과 음악을 쓰는 방식까지. 자비에 돌란 감독은 자기가 좋아하는 방식을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환해 나가고 있다.

 

<단지 세상의 끝>

It’s Only the End of the Worldㅣ2016ㅣ출연 나탈리 베이, 뱅상 카셀, 마리옹 꼬띠아르, 레아 세이두, 가스파르 울리엘

가스파르 울리엘, 마리옹 꼬띠아르, 레아 세이두, 뱅상 카셀, 나탈리 베이. 금년 초에 개봉한 자비에 돌란 감독의 신작 <단지 세상의 끝>에 출연한 배우들이다. 프랑스 최고의 스타 배우 5인이 자비에 돌란 감독의 신작을 위해 모인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화제를 불러모은 이 영화는 2016년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불치병에 걸린 유명 작가 ‘루이’가 자신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12년 만에 집으로 돌아와 가족과 재회하는 이야기로, 서로를 향한 사랑과 칼날을 동시에 품고 있는 가족 관계를 집요하고 강렬하게 파고든다. 주인공 ‘루이’ 역을 맡은 가스파르 울리엘의 표현처럼, “아주 미세한 감정의 떨림까지도 마치 지진계처럼 기록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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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미>

Mommyㅣ2014ㅣ출연 앤 도벌, 안토니 올리버 피론, 쉬잔느 클레먼트

자비에 돌란 감독은 강인하고 주체적인 여성을 그려내는 데 늘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마미>는 자비에 돌란의 강한 두 페르소나, 안느 도벌과 쉬잔느 클레망이 출연한다. 영화는 ‘디안’(안느 도벌)이 ADHD와 애착 장애를 함께 가지고 있는 아들 ‘스티브’(앙트완 올리비에 필롱)를 집으로 데려오며 시작된다. 누구보다 서로 사랑하는 모자지간이지만, 결핍으로 인한 갈등 또한 누구보다 격하다. <마미>는 자비에 돌란의 과감한 연출을 감상하기에 더없이 적절한 영화이기도 하다. 스티브와 디안, ‘카일라’(쉬잔느 클레망)의 행복한 한 때를 보자. 롱보드를 타고 질주하던 주인공 스티브가 점점 카메라로 다가오더니, 급기야 화면을 두 손으로 ‘연다’! 1:1의 화면비가 등장인물에 의해 1:85:1로 넓어지는 이 신은 오아시스의 ‘wonderwall’과 어우러져 물리적인 시원함마저 선사하는 명장면. 게다가 자비에 돌란은 블루레이 코멘터리에서 포토그래퍼 볼프강 틸먼스와 낸 골딘의 사진을 직접적으로 오마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어떤 장면인지는 영화를 보며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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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스 애니웨이>

Laurence Anywaysㅣ2012ㅣ출연 멜비 푸포, 쉬잔느 클레먼트, 나탈리 베이, 모니아 초크리, 이브 자크

<마미>가 볼프강 틸먼스와 낸 골딘 같은 현대 사진작가에게 영향을 받았다면, <로렌스 애니웨이>는 구스타프 클림트와 마티스, 타마라 드 렘피카, 샤갈, 피카소, 모네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영화다. 비주얼에 관한 자비에 돌란 감독의 관심은 의상과 미술 작업으로까지 이어진다. 1990년대에 처음 시작하는 ‘로렌스’(멜빌 푸포)와 ‘프레드’(쉬잔느 클레망)의 사랑이기에, 약 10년간의 의상을 모두 선보여야 했다. 자비에 돌란은 옛날 패션지들을 참고하고 아마존과 이베이에서 직접 의상을 구매하는 등 영화의 스타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세심하게 매만졌다.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여우주연상과 퀴어영화상을 휩쓴 영화로, 성전환을 결심한 로렌스와 그런 연인을 지키고 싶은 프레드의 힘 있는 사랑을 담았다.

영화 <로렌스 애니웨이> 예고편

 

<아이 킬드 마이 마더>

I Killed My Motherㅣ2009ㅣ출연 자비에 돌란, 앤 도벌

그야말로 빛나는 데뷔작. 2009년 칸영화제 감독주간 3관왕, 전 세계 28개 영화제 수상 및 14개 부문 노미네이트란 눈부신 성과를 이뤄내며 자비에 돌란이란 이름을 세상에 알린 영화다. 4세부터 아역배우로 활동하던 자비에 돌란이 16세에 쓴 시나리오로 19세에 완성한 <아이 킬드 마이 마더>는 10대 사춘기 소년이 겪는 엄마에 대한 애증을 독특하고 과감한 앵글과 색채 사운드로 담아낸 수작. 자비에 돌란이 연출은 물론 주연까지 맡아 탁월한 배우로서의 면모를 선보인다. 아들의 성 정체성을 알게 된 엄마 ‘샨탈’(안느 도벌)과 엄마를 사랑하면서도 받아들일 수 없는 아들 ‘후베르트’(자비에 돌란)의 이야기로, 그 자신이 게이인 자비에 돌란 감독의 반자전적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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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비에 돌란의 차기작 정보

현재 자비에 돌란은 첫 번째 영어 영화인 <존 F. 도노반의 삶과 죽음>을 만들고 있다. 영화는 할리우드 스타인 존 F. 도노반이 팬과 나눈 편지가 대중에 공개되며 벌어지는 내용으로, <왕좌의 게임>의 ‘존 스노우’로 유명한 킷 해링턴, 나탈리 포트만, 제시카 차스테인, 니콜라스 홀트가 출연한다. 이 영화가 개봉할 때에도 자비에 돌란은 채 서른이 안 된다.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온 20대의 끝은 어떤 모습일까? 하나의 끝을 통과한 자비에 돌란의 다음 시작은 또 어떤 모습일까? 먼저, <단지 세상의 끝>부터 확인하자.

 

+ 자비에 돌란이 연출한 뮤직비디오 보기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2015년 발표한 아델의 3집 <25>의 리드 싱글 ‘Hello’의 뮤직비디오를 만든 이가 자비에 돌란이다. 뮤직비디오는 자비에 돌란의 고국인 캐나다의 몬트리올에서 촬영되었다. 아이맥스로 촬영한 아델의 첫 뮤직비디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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