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A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진가 닐 크루그(Neil Krug)는 빈티지하고 몽환적인 사진과 영상들을 선보인다. 무엇보다 그는 다양한 뮤지션들의 앨범커버와 뮤직비디오를 작업한 것으로 유명하다. 독학으로 사진을 배운 그의 작업물들은 광활한 자연과 컨셉추얼한 피사체들 사이의 독특한 색감과 배치로 시선을 끈다. 1970년대 미국을 연상시키는 거칠고도 이질적인 이미지들은 영화적인 구도와 이미지들 간의 시놉시스를 가진다.

닐 크루그 Via Wild Magazine

“나는 항상 사진 그 자체보다는 분위기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자 노력하였다(I’ve always tried to make things more about the mood than the photo itself).”

-닐 크루그

Art Book

닐 크루그는 그의 전 부인이자 모델인 조니 하벡(Joni Harbeck)과 함께 1970년대 미국 사회 내 존재했던 몇 가지 이슈를 스파게티 웨스턴(Spaghetti Western)풍의 사진들로 풀어낸 펄프 아트북 <Pulp Art Book> 시리즈를 플리커(Flickr)에 올린다. 모든 사진은 유통기한이 지난 폴라로이드 필름으로 촬영했으며, 캔자스의 황량한 사막과 총, 담배와 사이키델릭한 이미지들로 가득 찬 아트북은 2011년 당시 온라인상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다. 하드 커버로 제작한 LP 크기의 아트북은 제2권까지 출판되었으며, 작업 이후 둘은 결혼에 성공했지만 2013년 이혼하기에 이른다.


*스파게티 웨스턴(Spaghetti Western)-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유행했던 서부 영화의 한 장르.

<Pulp Art Book: Volume One>
<Pulp Art Book: Volume Two>

Album Cover

영국 뉴웨이브 밴드 레이디트론(Ladytron)의 멤버 루벤 우(Reuben Wu)는 닐 크루그의 사진을 보고 다음 앨범의 커버와 영상 제작을 요청하였으며, 2011년 <Gravity The Seducer>와 <Ace Of Hz> 앨범에 아트 디렉터로 참여한다. 이를 계기로 그는 호주의 사이키델릭 밴드 테임 임팔라(Tame Impala), 영국의 인디 락 밴드 폴스(Foals), 스코틀랜드의 일렉트로닉 음악 듀오 보즈 오브 캐나다(Boards of Canada), 미국의 새드 코어 싱어송라이터 라나 델 레이(Lana Del Rey) 등 전 세계 다양한 뮤지션들과의 작업을 통해 자신만의 몽환적이고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나갔다.

Ladytron <Gravity The Seducer>
My Morning Jacket <The Waterfall>
Tycho <Dive>
Scissor Sisters <Magic Hour>
Bonobo <Migration>

Music Video

닐 크루그가 참여한 뮤직비디오 중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보즈 오브 캐나다의 ‘Reach for the Dead’와 뉴 다운템포의 창시자 보노보(Bonobo)의 ‘Break Apart (feat. Rhye)’를 꼽을 수 있다. 드론으로 촬영한 광활하고도 쓸쓸한 대자연의 비주얼이 돋보이며, 감각적인 그래픽과 기하학적인 화면비율은 마치 인간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외계행성과 같은 이질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는 대자연을 통해 음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극대화하는데, 가령 ‘Break Apart’에서는 보노보가 새로운 세상 혹은 장소를 만났을 때 느꼈던 감정을 표현해낸 것이라고 한다.

Boards of Canada ‘Reach for the Dead (from Tomorrow's Harvest)’ MV
Bonobo ‘Break Apart (feat. Rhye)’ MV

 

(본문, 메인 이미지 ⓒNeil Krug, 출처 Neil Krug 인스타그램)

 

 

Writer

낭만주의적 관찰자. 하나의 위대한 걸작보다는 정성이 담긴 사소한 것들의 힘을 믿는다. 현재 서울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있으며, 종종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물건을 만든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공간, 예술로 삶을 가득 채우고자 한다.
박재성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