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소란스럽게 떠드는 사람을 마주했을 때, 툭하면 에러가 나는 컴퓨터 때문에 작업하던 문서를 날렸을 때, 회의실의 공기가 갑갑하게 느껴질 때…. 짜증 나고 불편한 일들은 삶에 수시로 끼어들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처는 고작 작은 탄식과 인상 찌푸리기가 전부일지 모른다. 사회적 규범은 언제나 ‘상식적’인 사고의 틀 안에서 움직이게끔 우리의 행동반경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밀려드는 욕구를 참지 않고 그때그때 분출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다면 어떨까? 아래 단편은 이러한 발상을 바탕으로, 예측불허한 상황들을 하나씩 펼쳐 놓는다. 퍼펫 스톱모션으로 완성한 2분짜리 단편 애니메이션 <Enough>를 보자.

애니메이션은 우리가 모두 느끼지만 결코 행동할 수 없는 충동적인 욕구 분출을 대신해준다. 버스 안에서 시끄럽게 통화하는 사람의 뺨을 때린다든가, 회의실을 박차고 나가버린다든가, 컴퓨터를 창문 밖으로 던져버리는 등의 행동들은 느닷없어서 황당한 한편 묘한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킨다.

<Enough> 스틸컷

혼잡한 일상 속 켜켜이 쌓인 감정적 피로를 건드림으로써 쾌감을 안기는 이 단편은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애니메이터 Anna Mantzaris가 만들었다. 그는 영국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에서 애니메이션학을 전공했고, 최근 웨스 앤더슨의 <개들의 섬>(2017)에 스태프로 참여해 재능을 보탰다. 어딘가 터무니없고 당황스럽지만, 밉지 않은 귀여운 잔상을 남기는 Anna Mantzaris의 작품들을 그의 비메오 채널에서 모두 만나자.

 

Anna Mantzaris 비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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