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해로한 부부 사이의 심연을 그린 영화 <45년 후>로 호평받은 앤드류 헤이 감독. 그는 2018년 신작 <린 온 파트>에서 척박한 세계에 던져진 소년의 여정을 특유의 섬세한 연출과 관조적인 시선으로 펼쳐냈다. 감정의 진폭을 고요하게 그리는, 앤드류 헤이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봤다.

 

<주말>

Weekend ㅣ2011ㅣ감독 엔드류 헤이ㅣ출연 톰 컬렌, 크리스 뉴, 로라 프리맨

이성애자인 룸메이트와의 홈파티에서 많이 취한 ‘러셀’(톰 컬렌)은 파티가 끝난 후 게이클럽으로 향한다. 영업 종료 시간을 곧 앞둔 그곳에서 러셀은 운명처럼 ‘글렌’(크리스 뉴)을 만난다. 원 나잇 스탠드로 끝날 거라 생각했던 만남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이들은 점차 서로에게 스며들며 특별한 감정을 나눈다.

<주말>은 제목 그대로 주말 동안 만난 두 사람의 강한 이끌림과 여운을 그린 영화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일찍이 깨닫고 집에서나 일터에서나 소외감을 느끼는 러셀과 과거 사랑하는 사람으로 받은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해 힘겨워하는 글렌, 둘은 외로움과 상처들을 하나둘씩 터놓는 과정에서 마음의 벽을 허물기 시작한다. 동시에 이러한 주인공들의 모습은 관계에 실망하고 상처 입으면서도,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는 우리의 모습과도 다르지 않아 공감을 준다. 스스로의 감정에 충실하지 못하고 시종 방어태세를 취하며 경계하고 물러서는 삶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되돌아보게 하는 영화. 앤드류 헤이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으로, 제32회 런던 비평가 협회상을 안았다.

 

<45년 후>

45 Yearsㅣ2015ㅣ감독 엔드류 헤이ㅣ출연 샬롯 램플링, 톰 커트니, 돌리 웰스

‘케이트’(샬롯 램플링)와 ‘제프’(톰 커트니)는 며칠 후에 있을 45주년 결혼기념일 파티 준비에 여념이 없다. 서로 의지하며 사이좋게 살아온 부부에게 오래전 사고로 실종된 남편 첫사랑의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남편은 복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온종일 과거를 추억하고, 그를 바라보는 케이트는 불안에 빠진다.

마치 시체가 발견된 빙하의 틈처럼 이들 부부 사이 갈등의 골도 서서히 깊어간다. 이 관계의 균열은 처음과 달리 시간이 흐를수록 45년의 시간을 뒤흔들 만큼 강한 위력을 갖는다. 이 영화에는 극적인 사건이나 전개가 끼어들지 않는다. 다만 감독은 평범한 일상 속 짧은 대화와 미묘한 표정의 변화들을 포착함으로써 주인공들 내면에 억누른 위태로운 감정의 파동을 세세하게 짚어낸다. 샬롯 램플링과 톰 커트니는 생의 생기가 모두 사라졌다고 생각된 노년에 찾아온 감정의 동요를 섬세히 그려내며 베를린영화제의 여우주연상과 남우주연상을 나란히 거머쥐었다.

 

<린 온 피트>

Lean on Pete ㅣ2017ㅣ감독 엔드류 헤이ㅣ출연 찰리 플러머, 스티브 부세미, 클로에 세비니

아빠와 단둘이 사는 15세 소년 ‘찰리’는 우연한 기회에 ‘린 온 피트’라는 경주마를 만난다. 그는 매일 피트를 훈련시키고 경주에 나가며 말에 깊은 애착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찰리는 아빠를 사고로 떠나보내게 되고, 자신에게 유일한 의지가 되어준 피트마저 경주에서 져 팔릴 위기에 처하자 도망을 결심한다.

찰리는 아빠와 함께 살던 집을 떠나 어릴 때 자신을 돌봐준 고모 ‘마지’(앨리슨 엘리엇)를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당연히 그 길에는 마음처럼 흘러가지 않는 온갖 어려움과 부당한 일들이 앞을 가로막는다. 그러나 찰리는 잠깐의 안온함에 안주하지도, 부당한 일들을 참고 넘어가지도 않는다. 다만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고 시간을 견디며 안전하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집’을 찾아가는 소년의 모습은 묵직한 울림을 준다. 제74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신인남우상을 거머쥐며 할리우드의 거장들이 주목하는 신예로 떠오른 배우 찰리 플러머가 내면의 미묘하고 복잡한 변화를 간직한 소년 찰리로 분해 위태롭고 험난한 여정을 우직하게 헤쳐간다.

<린 온 피트> 메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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