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어느덧 데뷔 9주년을 맞이한 9와 숫자들이 9월 9일 베스트앨범을 발표했다. 요즘 활동하는 국내 밴드로서 베스트앨범을 발매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간 9와 숫자들이 ‘멋진’ 음악들을 ‘많이’ 그리고 ‘부지런히’ 만들어 왔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밴드의 멤버들은 각자 솔로로도 활동하며 각기 다른 색깔의 음악을 만들기도 하였다. 이번 기회를 통해 밴드 네 사람 중 솔로를 발표한 세 사람의 노래들을 짚어보자.

 

9

9와 숫자들은 밴드 이름처럼 멤버들이 숫자와 관련된 예명을 지니고 있다. 그중 보컬이자 리더 ‘9(송재경)’는 9와 숫자들 이전에 활동했던 ‘관악청년포크협의회’와 ‘그림자궁전’에서부터 9라는 예명을 사용했다. 10보다 딱 1이 부족한 숫자 9가 “완벽을 향해 발버둥치는 존재” 같았다고 한다. 일찍부터 음악에 대한 소신과 취향이 분명했던 그였기에 2015년 발표한 그의 솔로 음악에도 자연히 많은 관심이 쏠렸다.

‘문학소년’ (2015.07)

9와 숫자들에서 목소리와 감성을 도맡았던 9였기에 그의 첫 솔로 곡이 귀에 낯설 일은 없었다. 대신 밴드일 때보다 소박한 사운드, 더욱 개인적이고 내밀하게 묘사되는 가사 줄거리에 집중하며 노래를 듣다보면 실제 풋풋했던 문학소년 9의 과거를 직접 들여다보는 것 같은 매력을 느낄 수 있다.

9 ‘문학소년’ 라이브영상

 

‘손금’ (2018.01)

‘손금’은 9가 올해 1월 발매한 정규앨범 1집 <고고학자>의 타이틀 곡이다. 상대의 손금을 봐주며 다가서는 가사가 조금 간지럽기도 하지만, 단출한 건반 및 고즈넉한 호른의 심상을 따라 아련한 보컬과 멜로디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그 따뜻함에 설득된다.

9 ‘손금’ 뮤직비디오

 

3

9와 숫자들의 드러머 ‘3(유병덕)’은 팀 내 두 번째로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3은 공연장에서 관객이 정해준 이름이었다. 그는 숫자 3이 주는 왠지 모를 균형감이 좋다고도 했다. 줄리아 하트와 9와 숫자들을 거치며 굵직한 경력을 이어가던 3은 ‘BOY.D’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2017년 솔로 음악을 발표한다.

‘끝인사’ (2017.07)

3이 드러머 출신이기에 왠지 투박하고 딱딱한 음악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은 크나큰 오산이다. ‘Dearest Hannah’라는 부제가 붙은 ‘끝인사’는 그가 지나온 줄리아 하트, 9와 숫자들 못지않은 달달한 보컬과 멜로디로 사랑의 감정과 이별의 이야기를 전한다. BOY.D라는 이름처럼 팝스러운 그루브가 넘실대기도 한다.

BOY.D '끝인사' 라이브 영상

 

‘페일데이’ (2018.09)

9월 11일에 발표한 ‘페일데이’는 3의 세 번째 싱글이다. 이번에도 역시 ‘dearest’ 부제가 담긴 이 노래는, 이전과 달리 신시사이저의 스트링과 겹겹의 코러스로 사운드가 조밀하게 채워져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대변한다. 그래서인지 위로의 목소리는 조금은 냉소적인 가사처럼 덤덤하고 진솔하게 다가온다.

BOY.D ‘페일데이’ 티저영상

 

0

밴드에서 기타를 맡고 있는 ‘0(유정목)’은 9와 숫자들에 앞서 2002년 결성한 프렌지에서 활동했다. 로로스와 전자양 등 밴드의 세션으로 활동하며 인디 신 다양한 장르와 색을 모두 경험한 그는 3과 함께 각자의 이름을 딴 ‘병목현상’이라는 듀오 프로젝트를 함께 하기도 했다.

‘계절을 돌아’ (2018.02)

그렇게 긴 여정을 돌아 0도 솔로 음악 ‘계절을 돌아’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프렌지에서 작곡과 리더를 겸했고 9와 숫자들에서도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한 그였던 만큼 자신만의 음악을 하는 일이 새삼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0이 처음 내놓은 노래는 인생에 대한 성찰을 담은 정직한 포크팝 트랙이다.

유정목 ‘계절을 돌아’ 라이브영상

 

‘노가리’ (2018.07)

4월에 컨셉 EP <궤도>를 내놓기도 했던 0은 ‘노가리’로 분위기를 다소 전환한다. 세 사람 중 가장 매끈하고 잔잔한 0의 보컬은 여전하다. 대신 리드미컬한 매력과 밝고 다채로운 구성을 더해 듣는 재미를 다양화했다. 공연장 레퍼토리로 사랑받았던 곡 답게 진지한 듯 장난스러운 듯 귀여운 싱잉랩 파트가 귀에 걸리며 보고 듣는 이를 미소 짓게 한다.

유정목 ‘노가리’ 라이브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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