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구석'에서 일러스트레이터 밥장(Bob Chang)

시원한 바람과 맥주가 즐거워지기 시작한 초여름,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밥장의 작업실 ‘믿는구석’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자신만의 우주를 그리는 사람, 평범한 일상을 여행으로 만드는 사람, 다양한 이야기를 글로 쓰는 사람, ‘밥장’을 만났다.

그에게는 보통 ‘평범한 샐러리맨에서 조금 늦은 나이에 일러스트레이터로 전향해 꿈을 이룬 작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하지만 ‘믿는구석’에서는 유명한 성공스토리의 주인공이 아닌, 한 명의 ‘인디피플’로서의 밥장을 만날 수 있다. ‘믿는구석’은 밥장의 독립 공간이다. 그곳에는 밥장만의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잘 차려진 카페를 닮은 ‘믿는구석’은 밥장의 작업실이자 그림을 통해 재미있는 일을 도모하는 공간, 주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나누기 위한 공간이다. 그곳의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운 책과 음반사이로 아기자기하고 독특한 수집품들이 있고, 천장에는 ‘진짜’ 미러볼이 달려있다. 이 개성 가득한 ‘믿는구석’에서 밥장이 주변 사람들과 함께 보고싶은 영화는 무엇일까? 인디피플들에게 밥장이 직접 추천하는 영화들을 소개한다.

안녕하세요 밥장입니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혼자 일 하면서 정말 친구가 필요하다는 걸 새록새록 느낍니다. 다행히 친구(라고 굳게 믿고있는 동생들과 아재)가 많습니다. 함께 모여 맥주 홀짝거리며 마음 편하게 낄낄거릴 수 있는 공간을 집 가까운 상가를 구해 조그맣게 마련했습니다.

이름하여 '믿는구석'입니다. 누구에게나 믿는구석은 필요하니까요. 냉장고에는 언제나 시원한 맥주가 가득합니다. 걸어서 30초 거리에는 단골 곱창집이 있어 언제든지 채소볶음곱창을 즐길 수 있습니다. 취향을 고려하여 와인과 위스키도 갖다놨지요.

자 그럼 이제부터 <믿는구석 영화제>를 한번 열어볼까요?

 

1. <라운드 미드나잇>

Round Midnightㅣ1986ㅣ미국, 프랑스ㅣ133분ㅣ감독 베르트랑 타베르니에ㅣ출연 덱스터 고든, 프랑수아 클루제

재즈를 눈으로 보고 싶은 분을 위해. 덱스터 고든(Dexter Gordon)의 묵직하고 달콤한 연기 때문일까. 돌아갈 수 없는 시간 때문일까. 그렇게 싫은 담배연기마저 영화 속에선 무척 달콤해 보인다.

<라운드 미드나잇>에서 'Body and Soul'

 

2. <기적의 칸딜>

The Miracle of Candealㅣ2005ㅣ스페인ㅣ감독 페르난도 트루에바

범죄로 물든 동네를 음악으로 바꾸는 프로젝트. 어떻게 음악이 세상을 바꾸는지 놀랍도록 아름답게 보여준다. 흥이 넘치는 브라질 음악은 기막힌 덤!

<기적의 칸딜>에서 'Roots & Bebo'

 

3. <인터스텔라 5555>

インタ-ステラ 5555, Interstella 5555: The 5tory Of The 5ecret 5tar 5ystemㅣ애니메이션ㅣ일본ㅣ감독 타케노치 카즈히사, 마츠모토 레이지

한번쯤 덕질(?)을 할 수 밖에 없는 일본 애니메이션. 게다가 다프트 펑크(Daft Punk)까지 붙으면 늪이나 다름없다. 언제 봐도 달달하게 뇌주름을 핥아준다.

Something About Us (Love Theme from Interstella 5555) 

 

4. <바바렐라>

Barbarella, Queen Of The Galaxyㅣ1968ㅣ프랑스, 이탈리아ㅣ감독 로제 바딤ㅣ출연 제인 폰다, 존 필립 로우, 데이빗 헤밍스

1968년에 만들어진 영화지만 우주에서 가장 섹시한 오프닝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제인폰다… 큰 화면으로 보고 싶다.

<바바렐라>의 오프닝신

 

5. <렛츠 겟 로스트 - 쳇 베이커의 초상>

Let's Get Lost, 1988ㅣ미국ㅣ감독 브루스 웨버ㅣ출연 쳇 베이커

에단호크 주연의 <본투비블루>를 재미나게 보셨다면 진짜 쳇 베이커가 나오는 이 영화도 챙겨보시길. 흑백영상과 흐트러진 눈빛 그리고 플랫으로 부르는 노래까지, 재능과 인간성은 별개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더욱 힘들어진다.

<렛츠 겟 로스트 - 쳇 베이커의 초상> 예고편

 

◆ 밥장이 생각하는 ‘인디(Indie)’란?

“인디는 뾰족뾰족한 겁니다. 어떤 형식이나 틀에 넣어도 뾰족하게 튀어나오는 것! 그것은 기성품이 아니기 때문이죠. 틀에 잘 맞아 떨어지는 것이라면 이미 독립(Indie)된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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