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잘 먹어서 더 예쁜 ‘언니’들이 대세다. 꽤 오랜 시간 각자의 자리에서 든든한 선배처럼, 때론 따뜻한 친구처럼 함께해온 언니들이 의기투합해 tvN <밥블레스유> 프로그램을 꾸렸다. 화사한 파열음의 ‘최화정이에요’를 전국구 시그니처로 둔 맏언니 최화정을 필두로, 뻔하지만 이만한 표현이 없는 ‘제2의 전성기’ 이영자, ‘갓숙’이란 별명 하나로 모든 게 설명되는 김숙, 그리고 믿음직한 기획력과 특유의 따뜻함으로 이들을 어우르는 송은이가 그 구성원이다. 이들에게 먹방은 하나의 도구일 뿐, 진짜 전하고자 했던 건 진심 어린 공감임을 애청자들의 반응으로써 증명하고 있다.

섬세함과 높은 공감능력으로 때론 따뜻한, 때론 속 시원한 위로를 전하는 언니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1. 공감이 곧 위로

tvN <밥블레스유> 캡쳐

<밥블레스유>에서 소개하는 사연들은 너무 사소해서 웃음 터지는 에피소드부터 깊은 탄식이 절로 나오는 이야기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네 언니들의 반응과 솔루션은 사연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어렵거나 거창하지 않다. 그래서 소박한 솔루션들은 오히려 더 진정성 있는 공감을 자아낸다. 거창하게 위로하지 않아서 깊었던 고민을 한순간에 별거 아닌 일처럼 만들어주는 것이다.

독박 육아에 시달리는 초보 엄마에게 “오늘만큼은 얼음이 다 녹지 않아 여전히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한잔 하라”든가, 초등학생들에게 학원 첨삭 아르바이트가 원래 꿈이었냐는 비아냥을 들은 취준생에게 “너도 40점 맞는 게 꿈이었냐며 똑같이 복수하라”는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될 속 시원한 해결책들이다.

 

2. 편견 없는 쿨함

JTBC <효리네 민박 2> 캡쳐

‘쿨한 언니’ 리스트에 이효리가 빠지면 섭섭하다. 하지만 예능 <효리네 민박>을 통해 보여준 그의 모습의 그동안의 ‘쿨함’과는 결이 조금 달랐다. 민박집 ‘회장님’으로 변신한 그의 ‘쿨함’에는 사람을 향한 따뜻한 진심과 편견 없는 마음이 더해져 있었다. 남과 아무 상관없는 혼자만의 것이 아닌, 존중과 배려가 동반된 ‘쿨함’이었다.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아온 톱스타 윤아의 갑작스러운 눈물에 그저 기다려주는 모습, 녹화 중인 카메라 때문이 아님을 시청자도 느낄 수 있었던 과하지 않은 손님 접대가 그러했다. 편견은 거두고 존중은 잊지 않는 이효리만의 공감과 위로. 바로 그 ‘쿨함’은 이효리의 또 다른 변신이었다.

 

3. 현명하고 자신 있게

<청춘 페스티벌> 캡쳐 ©마이크임팩트

작사가 김이나가 비연예인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매체에 등장하는 건, 그저 저작권 수입 1위라는 화제성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 속에 단단히 자리 잡은 그의 현명한 자신감 때문이다. 그리고 그 현명한 자신감은 그의 높지 않은 목소리와 조리 있는 언변을 통해 정확하고 시원하게 전달된다. 지질해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정제하는 건 나중에 시작해도 괜찮다고 20대를 향해 전하는 조언이 SNS 곳곳에 퍼져있는 것이 그 반증이다. 마치, 알고 지내는 똑똑한 동네 언니의 현명한 처방전을 받아 든 것처럼 말이다.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경험과 지혜, 때론 아파서 더 약이 되는 팩트 폭격, 척하면 척 알아듣는 공감능력은 언니들이 우리에게 주는 위로의 자산이다. 걱정과 고민이 허용치를 넘어설 때면 언니들을 찾아보자. 그들의 진솔하고도 따듯한 위로는 깊었던 고민을 한 순간에 별 거 아닌 일처럼 만들어줄지도 모른다.

 

(메인 이미지- <Vivo tv> 캡쳐)

 

Writer

자기 역할을 다 할 줄 아는 디자인, 이야기를 품은 브랜드, 몰랐던 세상을 열어주는 다큐멘터리, 소소한 일상을 담은 드라마, 먹지 않아도 기분 좋은 푸드 컨텐츠, 조용한 평일 오후의 책방을 좋아하고,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언어로 나누고 싶은 ‘나 혼자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