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g Shya
스틸 사진가, 영화감독, 패션 포토그래퍼…. 모두 윙 샤(Wing Shya, 夏永康)를 설명하는 수식들이다. 1964년 홍콩에서 태어난 윙 샤는 대학교를 졸업한 후 캐나다 에밀리카 미술대학(Emily Carr Institute)에서 유학하며 미술을 전공했다. 이후 홍콩으로 돌아온 그는 자신의 디자인 스튜디오 ‘Shya-la-la Workshop’을 오픈하고 사진작가 겸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제 막 커리어를 쌓으려는 신진 작가에게 좋은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1997년 왕가위 감독의 영화 <해피 투게더>에 스틸 사진가로 참여하며 그의 이름은 순식간에 평단에 퍼졌다.


스틸 사진
스틸 사진가는 현장을 기록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영화 촬영의 전 과정을 따라다니며 모든 장면을 빈틈없이 찍는다. 찍은 사진은 영화의 포스터, 보도자료 등 홍보에 필요한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당시 홍콩 영화계는 영화의 스틸 사진에 그다지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그저 빨리, 많이 찍어 언론 매체에 배포하는 데 우선순위를 뒀다.
그러나 영상 미학을 중시하는 왕가위의 작품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왕가위는 영화의 모든 스틸 사진도 그 자체로 미학적 가치를 지닐 것을 추구했고, 윙 샤의 작업들을 일일이 체크해 의견을 반영했다. 윙 샤는 영화의 콘셉트에 맞춰 빛, 구도, 색감 등을 까다롭게 따져 사진을 찍었고, 감독의 마음에 들 때까지 수십차례 수정 작업을 거쳤다. 그렇게 완성한 사진들은 단순한 영화의 스틸컷이라기보다, 예술 사진에 가까웠고 이러한 경험은 윙 샤의 나중 작업에 두고두고 영향을 주었다.


앨범 커버
<해피 투게더>(1998)로 시작해 <화양연화>(2000), <2046>(2004), <에로스>(2005) 등 작품을 거치며 많은 연예인들의 사진을 찍은 경험은 자연스레 그들과의 다음 작업으로 이어졌다. 윙 샤는 영화에서 만난 인연으로 왕페이, 사정봉 등의 앨범 커버를 촬영했고 <해피 투게더> 촬영 이후 장국영의 새로운 앨범 발매를 위한 뮤직비디오 촬영, 콘서트와 투어에 함께하며 그의 무수한 사진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 사진들은 작년 2017년, 1000권 한정 부수로 제작된 윙 샤의 첫 사진집 <夏永康>에 수록되었다.



패션 사진
윙 샤는 영화의 스틸 사진가를 거쳐 <전성열련>(2010), <전구열련>(2011) 두 편의 영화를 연출한 감독으로도 활약했다. 그러나 지금, 그의 현재를 설명할 수식을 찾는다면 패션 포토그래퍼가 맞을 것이다. 그는 <i-D>, <Vogue>, <Numero> 같은 세계적인 패션 매거진을 위한 화보를 촬영하며 더욱 유명해졌다. 특정 패션 브랜드의 로고나 옷을 대놓고 전시하기보다, 스토리와 콘셉트를 담아내는 데에 집중한 그의 사진은 다분히 영화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그는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내 작업 안에는 두 문화가 혼합되어 내게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콩과 캐나다에서 보낸 시간들, 그리고 스틸 사진가와 패션 포토그래퍼로 일하며 누적된 다양한 만남과 그로 인한 복합적인 영향들이 그의 작업에 고스란히 투영된 까닭이다.
기사에 싣지 못한 윙 샤의 사진들과 매거진을 위해 촬영한 패션 필름들을 그의 홈페이지에서 모두 만나자.
Wing Shya 홈페이지
(본문, 메인 이미지 ⓒWing Shya, 출처 Wing Shya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