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부터 연재된 아베 야로의 만화 <심야식당>은 소소한 삶을 담백하게 그려내며 큰 인기를 끌었다. 덕분에 만화 <심야식당>은 2009년에 드라마로, 2015년엔 영화로 만들어졌고, 이듬해인 2016년에는 영화 속편까지 제작되었다. 영화 <심야식당>과 <심야식당2>에는 드라마와 같은 스태프와 주연 배우가 그대로 참여해 이야기의 흐름을 이었다.
특히 영화 <심야식당2>는 사람 사는 이야기에 더욱 집중했다는 평을 받으며 화제가 되었다. ‘심야식당’ 시리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리’를 중심으로, 지난해 국내 개봉한 <심야식당2>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마음을 사로잡는지 살펴보자.

 

불고기 정식

‘노리코’(카와이 아오바)는 일상에 지칠 때마다 상복을 입고 거리를 헤맨다. 평소와 다른 자신이 되어 방황하는 노리코의 마지막 코스는 언제나 심야식당. 그에겐 마스터가 만드는 불고기 정식이 소울푸드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노리코는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나면서 더 이상 상복을 입지 않는다. 남자와 함께 불고기 정식을 먹는 그의 평온한 일상은 계속될 수 있을까?

노리코에게 불고기 정식은 단순한 메뉴 이상이다. 무기력하고 우울할 때, 그는 의식적으로 ‘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달콤한 양념으로 버무린 두툼한 고기, 빛깔 고운 채소들을 한 접시에 담은 불고기 정식은 스스로 선사하는 만찬이자 내일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그 의미를 아는 마스터 역시 노리코에게 “고기 먹고 힘내서 보란 듯이 잘 해내 봐”라 말하며 요리와 응원을 함께 건넨다.

 

볶음우동과 메밀소바

메밀소바집을 운영하는 ‘세이코’(키무라 미도리코)에겐 ‘세이타’(이케마츠 소스케)라는 아들이 있다. 세이코 눈에는 아들이 철부지로만 보인다. 아들만 생각하면 답답한 세이코는 심야식당에 앉아 푸념을 쏟아낸다. 세이타는 가업을 이으려 하지도 않는 것 같고, 행동은 굼뜬 데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모르겠다며.

그러나 아들 세이타에게도 고민은 많다. 엄마의 걱정은 잔소리처럼 들리고, 연인과는 결혼하고 싶은데 이마저 수월하진 않을 것 같다. 소바집 아들이지만 우동을 더 좋아하는 그는 자신의 정체성과 미래에 대해 깊게 고민하다가 마침내 결정을 내린다. 이 에피소드에서 볶음우동과 메밀소바는 세이코와 세이타의 감정 변화를 표상한다. 영화는 너무 다른 엄마와 아들을 비추면서도, 언젠가 이들이 함께 소바를 만들고 먹는 날도 있을 거라는 희망을 또렷하게 펼쳐놓는다.

 

돼지고기 된장국 정식

규슈에 사는 ‘유키코’(와타나베 미사코)는 아들 일로 급히 돈이 필요하다는 전화를 받고 도쿄에 온다. 그는 아들의 동료라는 자에게 200만 엔이라는 돈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건넨 후에야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걸 깨닫는다. 그러나 유키코는 크게 동요하지 않고, 다만 도쿄에서 며칠 더 머무르기로 한다. 우연히 심야식당을 찾은 그는 돼지고기 된장국(돈지루) 정식을 맛보고 깊이 감동한다. 정말 오랜만에 이 요리를 먹는다며 기뻐하는 유키코, 그는 심야식당의 사람들과 가까워지며 제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한다.

돼지고기 된장국은 일본의 평범한 가정식이다. 그러나 유키코에게 이 음식은 여러 기억을 불러오는 매개체였다. 그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유키코는 죄책감과 그리움, 애틋함이 모두 섞여 차마 먹을 수 없던 이 요리를 끝내 맛있게 먹게 된다. 영화는 모든 과정을 섬세하게 그리며 뭉클한 감동을 안긴다.

덧붙여 <심야식당> 시리즈에 나오는 음식은 모두 푸드스타일리스트 이이지마 나미의 작품이다. 튀지 않고 작품에 스며드는 요리들을 찬찬히 훑어보는 것도 이 작품을 보는 재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