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19일 바바파파 탄생 45주년을 맞아 올라온 구글 두들

고구마처럼 두루뭉술한 형태의 분홍색 몸, 동그란 눈과 속눈썹, 웃는 입으로 표현한 ‘바바파파(Barbapapa)’는 지난 47년간 전 세계 어린이들로부터 사랑받아온 캐릭터다. 1970년 아네트 티종(Annette Tison, 1942~)과 탈루스 테일러(Talus Taylor, 1933~2015) 커플이 구상한 바바파파는 처음에 책으로 만들어졌고 이후 텔레비전 애니메이션과 만화책으로도 제작되었다. 꼬마 ‘프랑수아’가 물을 주던 화단에서 태어난 바바파파는 인간 세계에 관심이 많아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 한다. 어린이들과 놀기 위해 각종 놀이기구로 변신해서 즐거움을 주고, 친구와 가족을 위해 집이나 천막으로 변신한다. 어떤 물건으로도 변신하는 능력은 위기가 닥쳤을 때나 모두를 기쁘게 만들고 싶을 때 특히 빛난다.

저자 아네트 티종과 탈루스 테일러. 수줍음이 많아 사생활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바바파파와 바바마마의 낭만적이고 이상적인 관계를 저자의 성향으로 추측하는 사람들이 많다. (출처- listosphere)

옅은 분홍색의 둥글고 폭신폭신해 보이는 몸과 쉬운 발음의 이름이 탄생한 과정은 유명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출신으로 대학 생물과 수학 교수로 일하던 탈루스 테일러와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 건축 설계사로 일하던 아네트 티종은 1970년 5월경 파리의 뤽상부르 공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탈루스 테일러는 어떤 꼬마가 부모에게 “바바파파(Baa baa paa paa)”라고 조르는 귀여운 소리를 듣고, 그 뜻을 아네트 티종에게 물었다. 그는 그것이 불어 단어 ‘la barbe à papa’라고 설명해주었는데, 말 그대로는 ‘아빠의 수염’이지만 실제 의미는 ‘솜사탕’이다. 두 사람은 식당에 앉아 종이 냅킨에 솜사탕에서 따온 그림을 그렸고, 자연스레 그 이름은 ‘바바파파’로 붙여졌다. 어떤 책에서는 두 사람이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게 되며 생긴 일이라고도 설명해 놓았는데, 두 저자에 관해 알려진 바가 적어 어떤 것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두 사람이 이 사건 이후 결혼하고, 오랫동안 함께 바바파파 시리즈를 만들어냈다는 것은 사실이다.

애니메이션 <바바파파의 탄생> 제1화 일부. 불어판이지만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영상 이후 내용에서, 동물원을 나온 바바파파는 화재 진압을 도우며 인심을 얻고, 프랑수아의 집으로 다시 돌아가 그곳에 살게 된다

1980년대에는 KBS1에서 바바파파 애니메이션(1973년 제작판)을 방영하여 한국의 어린이들도 바바파파를 만났다. 부드럽고 알록달록한 색, 무엇이든 흉내를 내 변신할 수 있는 캐릭터의 창의성, 평화와 자연을 귀하게 여기는 소박한 주제는 어린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바바파파, 요—술!(Clickety Click—Barba Trick)”이라는 주문을 성우가 외면 바바파파는 무엇으로든 변신했다. 배, 계단, 목욕탕, 다리, 미끄럼틀까지. 이후 캐릭터 상품들이 세계 곳곳에서 꾸준히 제작되고 한국에 들어오면서 어른들의 팬시 상품으로도 인기를 구가했다. 최근 인터넷 서점 예스24에서는 바바파파 캐릭터 상품을 사은품으로 제작했고, 던킨도너츠는 바바파파 램프를 만들어 붐을 일으켰다. 바바파파를 모티프로 한 화장품, 핸드폰 케이스, 각종 문구류가 판매되고, 희귀하고 색다른 바바파파 상품을 갖기 위해 해외 직구를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애니메이션을 접하지 못한 세대들도 역으로 캐릭터 상품을 보고 바바파파를 알아간다. 바바파파의 추억을 가진 부모들은 동화책을 읽어주며 그들의 아이들과 기억을 이어간다.

바바가족

1980년대 한국 방영 당시 바바파파는 일본과 한국 애니메이션이 장악한 어린이 프로그램 사이에서 보기 드문 유럽산 애니메이션이었다. 알록달록한 색감과 단순한 내용, 언어보다는 형태에 집중한 스토리텔링 방식은 저연령층 시청자들을 겨냥했다. 이른 아침 어린이들은 바바파파를 보기 위해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 텔레토비 시리즈처럼, 캐릭터들이 직접 대사를 말하는 대신 내레이터와 삽입 음악의 노랫말이 상황을 설명하여 시청자의 몰입을 도왔다. ‘바바파파’는 주요 캐릭터의 이름이자 ‘바바파파’와 ‘바바마마’, 그들의 일곱 자녀를 모두 일컫는 말이다. 엄마 바바파파인 ‘바바마마’는 분홍색인 남편과 대조적인 검은색으로 표현되었다. ‘바바가족’의 일곱 아이는 각각 보라, 빨강, 주황, 파랑, 초록, 노랑, 검은색으로 모두 다른 특성을 가졌다. 패션, 운동, 공부, 과학, 미술, 음악, 자연 친화라는 일곱 특성을 각 캐릭터에 부여했다. 외형은 여성과 남성의 구분이 확실하다. 여성 캐릭터들은 봉긋하게 솟은 머리를 꽃으로 장식했고 속눈썹의 긴 곡선이 뚜렷하다.

1975년 출간한 코믹스의 일부(출처- 터닝페이지)

처음 혼자 땅에서 솟은 바바파파가 무성에 가까운 존재로 그려졌다가 결혼을 하고 자식들을 낳은 것은 어쩌면 작가들의 경험과 그들이 중요시하는 가치들이 변화한 탓일 수도 있다. 또 아동용 콘텐츠의 한계 속에서 가족 간의 우애라는 주제를 제외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저연령층을 대상으로 하지 않은 바바파파 코믹스 출판물들이 바바파파가 세상에서 인간들로 인해 겪는 각종 고난을 꽤나 생생하고 험난하게 그려 현실 비판적 성격마저 드러내는 반면, TV 시리즈물에서는 그런 고통의 과정을 상당 부분 축약하거나 삭제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물론 ‘바바가족’이 형성된 뒤 더 많은 바바파파가 만들어지며 이야기가 풍성해지고, 다룰 수 있는 소재도 점차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공해와 난개발을 피해 이사하는 바바가족.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하지만 누가 뭐래도 바바파파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화다. 다양한 개성을 가진 아홉 명 가족의 어울림뿐만 아니라 인간 세계의 친구들, 자연 속 동식물과의 교감과 조화를 지향한다. 바바가족은 살던 곳에서 쫓겨나 아파트로 내몰리고, 아파트가 싫어 새로 손수 지은 집을 지키기 위해 친구들과 포크레인을 물리친다. 작은 섬에서 죽어가던 나무를 육지로 옮기며, 섬 아래 살던 수달의 항의를 귀 기울여 듣고 새로운 섬을 하나 더 만들기도 한다. 말썽꾸러기 아이들을 혼내려는 부모들 사이에서 바바파파는 말한다. “아이들은 즐겁고 신나게 놀면서 공부하게 해야 해요.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도 있고 노래를 좋아하는 아이도 있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공부하게 되면 훨씬 즐겁게 할 수 있을 거예요.” 세대 차를 넘어 차이와 평등, 조화의 가치를 담은 소박한 이야기들은 아이와 어른 모두를 위한 메시지다.

친구 프랑수아, 클로디느와 이별하는 바바파파

바바가족이 그리는 세계는 솜사탕처럼 달콤하고 친절한 세계다. 어린이들은 동화책을 보면서 가치를 학습한다. 행복과 화목함이 어떤 것인지, 존중은 어떤 행동으로 이루어지는지. 어른들도 아이들에게 사과할 수 있음을, 여자아이들도 리더가 되고 싶어 할 수 있으며, 혼자만 다른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책과 만화로 배웠다. 바바파파 수첩을 쓰며 바바파파 화장품을 바르는 우리를 바바파파가 웃는 얼굴로 들여다본다. “바바파파 요—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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