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다시 떠오르는 혹은 이미 뜨겁게 인기를 끌고 있는 일렉트로닉 싱어송라이터들이 있다. 이들은 최근 발표한 음악에서 서로 다른 격정과 주제의식을 차갑게 절제된 보컬과 특유의 매력적인 무드로 뽐내며, 국내 일렉트로닉 음악의 한 영역을 공고히 구축하고 있다.

 

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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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서는 데뷔 후 2년여 만에 평단과 대중의 찬사는 물론 해외의 러브콜까지 끌어내며 떠오른 근래 가장 뜨거운 일렉트로닉 뮤지션이다. 그것도 변변한 소속사 하나 없이 모든 것을 홀로 해낸 성과이다. 차가운 기계음으로 도배된 일렉트로닉 사운드 틈 사이로 시종일관 하이 피치로 만들어진 또렷한 멜로디를 천천히 밀어 넣는 감각에서는 관능미마저 풍긴다.

예서 ‘Silhouette’. 이 노래 및 노래를 포함한 앨범 <Mil;iion Things>(2017)은 ‘2018 한국대중음악상’ 3개 부문(‘올해의 신인’,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 음반’,’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 노래’)을 포함한 각종 시상식 수상 후보로 노미네이트 되었다.
예서 <Damn Rules> 앨범 커버

7월 발표한 그의 첫 정규앨범은 다소 도발적인 앨범 제목 ‘Damn Rules’를 앞세워 세상의 룰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자신의 마이 웨이 메시지를 과감히 내보인다. 뮤직비디오로 공개된 ‘Bitches Rule’만 들어도 리버브 사운드의 비중을 줄이고 더욱 거친 질감의 베이스와 비트를 앞세운 저돌적인 스타일을 잘 느낄 수 있다. 물론 그와 같은 자아상과 자의식을 지나친 과잉없이 세련되게 조율하는 절제된 매력의 보컬 역시 여전하다.

예서 ‘Bitches Ru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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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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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은 2012년 ‘유카리’라는 이름으로 먼저 데뷔한 바 있다. 당시 데뷔앨범의 타이틀 ‘Am I Dreaming’에서 알 수 있듯이 밝고 명료한 신시사이저 코드 반주, 정직하고 확고한 상승 기류의 서사와 꿈결을 걷듯 에코를 머금은 몽롱하고 아름다운 보컬 및 새소리 등이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기반에 둔 드림팝”이라는 세간 설명의 근거가 되었다.

유카리 ‘Am I Dreaming’
아슬 <Asobi> 앨범 커버

아슬로서의 음악은 유카리 시절 멜로디 중심으로 나긋이 부유했던 서사 대신 통통 튀어 오르고 툭툭 튕겨 나가는 거칠고 불규칙한 상상력으로, 감상적이기보다 감각적인 장면들을 많이 연출해낸다. 정규앨범 <New Pop> 이후 2년 만의 EP <Asobi>로 돌아온 아슬은 더 다양한 방법론을 취한다. 유카리의 감성과 아슬의 사운드가 밝은 무드에서 공존하는 이 노래 ‘Fill Me Up’을 들어보자.

아슬 ‘Fill Me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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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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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레는 일렉트로닉 음악에 도전 중이던 여노와 함께 듀오 벨파를 결성하여 활동한 바 있다. 벨파의 음악은 매 트랙마다 독특한 질감의 실험적인 비트에 일레의 진하고도 처연한 보컬을 얹는 식이었다. 하지만 일레는 이내 2015년 싱글 <누군가와 이어지려>를 발표하며 원맨밴드 활동으로 전향하였고, 같은 해 첫 정규앨범 <Black Moon>을 내놓으며 좀 더 내밀한 감성을 내보였다.

일레 ‘Black Moon’. 앨범 동명의 타이틀. 차분하고 몽환적인 서정의 사운드와, 속마음을 추상적이지만 날카롭게 전시하는 가사가 영상의 감각적인 비주얼과 잘 어울린다.
일레 <Out of my Side> 앨범 커버

이후 일레는 싱글을 발표할 때마다 매번 각기 다른 콘셉트와 이미지의 뮤직비디오를 함께 공개하며 노래를 통한 자기 세계 전달에 충실해 왔다. 8월 발표한 ‘Out of my Side’는 이전과 비교해 유독 음산한 보컬과 비트로, 자기 필요에 따라 쉽게 태도를 바꾸는 이들에 대한 공격적인 태도와 분노를 표현한다.

일레 ‘Out of my Side’. 이 같은 분노 역시 철저하게 계산된 서사와 마치 빈정대는 듯 절제된 가사로 그만의 독특한 미학을 자랑하고 있다. 영상 속 스트리트 댄스와 행위예술 중간께쯤을 표현하는 윤대륜의 안무도 멋들어진다.

 

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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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경(Wanee Jung)은 2000년대 감성 힙합 듀오로 인기를 끌었던 프리스타일의 ‘Y(please tell me why)’(2004)에서 처음, 중간, 끝을 가리지 않고 등장하는 애처로운 후렴구 피쳐링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이후 한동안 힙합 신에서 프로듀싱 및 피쳐링으로 참여하며 활동을 이어갔지만 돌연 음악계를 떠난다.

프리스타일 ‘Y(please tell me why)’
정희경 <틈(Crevasse)> 앨범 커버

그렇게 1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 돌아온 정희경은 이제 스스로 하고 싶은 음악을 완성하는 데 집중한다. 컴백곡이자 진정한 의미의 데뷔곡 ‘틈(Crevasse)’은 대학 시절 트립합 밴드를 결성했다는 그의 경력과 취향이 묻어나는 칠아웃 계열의 음악이다. 가녀리지만 단단한 그의 보컬과 내면의 불안 및 두려움을 묘사하는 가사가, 잔뜩 채도와 명도를 낮춘 영상의 시린 자연과 잘 어우러진다.

정희경 ‘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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