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가게 앞에 꽂아둔 우산, 아무 데나 놓은 머리끈, 창고에 처박곤 들여다보지 않는 옛 사진첩…. 우리는 이렇게 물건을 잃어버리고, 잃어버린 것들은 금세 잊힌다. 이것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단편 애니메이션 <너무 소중했던, 당신>은 이런 물건이 모두 모이는 안식처 같은 세계가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이 세계에는 여러 물건이 종류별로 산처럼 쌓여 있다. 주인 잃은 열쇠와 우산, 오르골과 전축, 낡은 우체통이 가득하고, 그 주변을 나뭇가지들이 감싼다. 이곳에 사는 꼬마 동자와 토끼 두 마리는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물건들이 품은 사연을 들어준다. 어느 날, 이 세계에 편지가 든 유리병이 떨어진다. 편지를 유심히 읽던 동자는 이를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기로 맘을 먹는다. 동자와 토끼의 결심은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

 

<너무 소중했던, 당신>

You were so preciousㅣ2013ㅣ감독 백미영ㅣ20분

<너무 소중했던, 당신>은 물건이 품은 이야기를 조명함으로써, 주변을 채우는 사물을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작품이다. 특히 스토리부터 배경음악에 이르는 모든 요소에서 작가 백미영의 정성을 담뿍 느낄 수 있다. 연필 선이 그대로 느껴지는 정겨운 그림체, 다채롭고 포근한 색감, 화면에 녹아드는 음악까지 어느 곳도 소홀한 부분이 없다. 실제로 작가는 핸드 드로잉을 고집하여 그림을 직접 그리고 스캔한 후, 포토샵 등 디지털 작업을 거쳐 이 단편을 만들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탄생한 작품은 2012년 열린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옥랑문화재단 꼭두문화상을 거머쥐었고, 세계 각국의 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너무 소중했던, 당신> 작업 일부. 출처 – 백미영 브런치 

계원예술대학 애니메이션과에서 공부했던 작가는 프랑스 앙굴렘에 자리한 애니메이션 학교 EMCA에서 유학하며 이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동서양의 세계관이 뒤섞인 이 단편에서는 신비로운 분위기가 풍긴다. 덧붙여 작가는 자신의 브런치에 작업 일지를 연재했는데, 작업 방식뿐 아니라 만들던 당시의 소소한 추억을 함께 기록했다. 그만큼 상세한 작업기는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재미있고 뭉클하기까지 하다.

 

<너무 소중했던, 당신> 작업기
백미영 비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