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사랑받아온 괴짜 캐릭터들이 있다. 좀처럼 알 수 없는 그들만의 세계가 때론 허를 찌르며 뜻밖의 매력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은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1. 괴짜 탐구

그 유형을 크게 셋으로 나누어보면 다음과 같다.

<노다메 칸타빌레>의 ‘노다메’(좌) & <빅뱅이론>의 ‘쉘든’(우)

먼저 '천재형'. 그들은 특정한 한 분야에 천재성을 갖고 있지만 그 외의 것들엔 평균 이하의 양상을 보이는 반전 매력으로 사랑받아왔다. 나사 하나가 풀린 듯 나른하고 어눌한 말투의 <노다메 칸타빌레> 속 ‘노다메’(우에노 주리). 그가 자신이 짝사랑하는 ‘치아키 센빠이’(타마키 히로시)를 부를 때면 천재 피아니스트에서 한순간 천진난만한 어린아이 같은 모습으로 바뀐다. 미드 <빅뱅이론>에 등장하는 4명의 천재 과학도 중 가장 강력한 괴짜로 평가받는 ‘쉘든’(짐 파슨스)은 어떤가? 세상만사를 과학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바람에 가끔 무례하다고 오해받지만, 그의 순진한 일방통행은 그래서 많은 이들을 무장 해제시켰다.

<프렌즈>의 ‘피비’(좌) & <연애시대> ‘지호’(우)

다음은 '자유 방임형'이다. 사실 이 유형은 가장 큰 오해와 편견을 낳을 수 있는 타입이지만, 대신 가장 강한 자존감이 밑바탕 되어야 하기에 누군가는 은근히 부러워하는 유형이다. ‘아, 나도 저렇게 남 눈치 안 보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이다. 그런 이유로 시트콤 <프렌즈>를 시청한 사람이라면 ‘피비’(리사 쿠드로)의 매력이 번뜩 떠오를 것이다. 냄새나는 고양이를 주제로 노래를 부르고, 자기만의 독특한 패션으로 친구들을 당황시키고, 급기야 이복동생 부부를 위한 대리 임신까지 감행하는 그녀. 그렇게 피비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거침없이 날아가는 자유로운 캐릭터다. 한편, 이러한 타입의 괴짜는 한국 드라마에서도 찾을 수 있다. 드라마 <연애시대>의 ‘지호’(이하나)가 그렇다. 그는 이혼한 언니에게 얹혀살며 병원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취준생임에도 언제나 당당하고 여유롭게 세상의 이치를 관통하는 신개념 괴짜였다.

<지붕 뚫고 하이킥>의 ‘해리’(좌) & <순풍 산부인과> ‘미달이’(우)

마지막으로 'NO 필터형'이다. 이는 말 그대로 정제되지 않은 생각과 행동으로 세상을 향해 직진하는 시원한 매력의 괴짜들이다. 예를 들면, 매일 고집을 피우고 ‘빵꾸똥꾸’를 외치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아이다운 순수함이 들통나는 <지붕 뚫고 하이킥>의 초딩 ‘해리’(진지희)와 그런 해리의 원조 격 캐릭터라 할 수 있는 <순풍 산부인과>의 ‘미달이’(김성은)가 그렇다.

 

이렇게 다양한 괴짜 캐릭터들에겐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단편적으로는 사회성이 떨어지고, 다음 행동을 가늠하기 어려워 주변인들을 때때로 곤란하게 할 때도 있지만, 그 이면엔 ‘의외성’이란 매력과 함께 강한 자존감을 갖고 있다. 각기 다른 스타일임에도 불구하고 하나같이 블랙홀 같은 매력으로 우리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물하는 것이다.

 

2. 괴짜를 대하는 양날의 검

하지만 이쯤에서 한 가지 상상을 해보자. 지금껏 미소로만 바라본 화면 속 괴짜들이 실제 내 주변 인물이 된다면, 우린 여전히 그들을 미소로만 대할 수 있을까? 아마 상상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우리 안에 숨겨져 있던 양날의 검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빅뱅이론> 시즌6 제13화 캡쳐

첫째, 그들의 ‘매력’이 ‘부담’으로 변할 수 있다. 괴짜다운 기발함이 때론 분위기를 깨는 아이디어로, 자유로운 솔직함이 누군가를 향한 뜻밖의 상처로, 확실한 자기만의 세계가 부족한 사회성으로 변해버릴 수 있는 것이다. 즉, 화면을 통해 구경만 하던 괴짜들의 매력이 내가 직접 겪고, 받아내는 과정에선 작지 않은 도전이 될 수도 있다.

둘째, 괴짜라는 기준의 모호함이 초래하는 폭력성을 기억해야 한다. 괴짜라 불리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누가, 어떤 기준으로 만든 것인지도 모를 그 '괴짜'란 명함을 그들 자신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들은 그저 자신의 생각대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성실히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과 똑같은 한 명일 뿐이다. 어쩌면 우리는 각자 마음대로 만든 불명의 테두리 안에 그들을 욱여넣고 엉뚱한 폭력을 휘두르고 있는 건 아닐까?

 

3. 가끔은, 암기가 해답

사람은 그 숫자만큼 다양한 개성과 성격을 갖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살면서 이 말의 핵심을 쉽게 잊어버리곤 한다. 우리는 태생부터가 다른 서로의 성향 차이를 억지로 이해하려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이 더 현명할지도 모른다. 그 원리(?)를 대다수의 사람이 (마음대로) 괴짜라 일컫는 부류에게도 적용해보자. 여전히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요구되는 우리 사회에서 고려해볼 만한 해답이다.

 

(메인 이미지 Via ‘cbs’)

 

Writer

자기 역할을 다 할 줄 아는 디자인, 이야기를 품은 브랜드, 몰랐던 세상을 열어주는 다큐멘터리, 소소한 일상을 담은 드라마, 먹지 않아도 기분 좋은 푸드 컨텐츠, 조용한 평일 오후의 책방을 좋아하고,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언어로 나누고 싶은 ‘나 혼자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