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망과 사랑, 빛과 어둠의 총화인 뉴욕. ‘도시들의 도시’ 뉴욕에는 인간의 모든 바람들이 투영되어 있다. 다섯 가지 키워드를 중점으로 뉴욕을 담아낸 영화들을 소개한다.

 

1. <맨하탄>

Manhattan ❘ 1979 ❘ 감독 우디 앨런 ❘ 출연 우디 앨런, 다이안 키튼, 마리엘 헤밍웨이, 카렌 러드윅

뉴욕의 일상. 악당과 영웅, 변호사와 정치가. 범죄와 액션, 그리고 로맨스가 용광로처럼 뜨거울 것 같은 뉴욕에도 거짓말처럼 ‘일상’이 존재한다. 조지 거쉰의 재즈 음악 ‘랩소디 인 블루’가 흐르면서 시작되는 영화 [맨하탄]. 그 속에 그려지는 70년대 뉴요커들의 일상은 마치 오늘날 우리들처럼 자연스럽다. 공원에서 산책하는 사람들, 실내에서 은은한 음악을 틀고 춤추는 연인의 실루엣까지. 흑백 시네마스코프 화면으로 만들어진 <맨하탄>은 뉴욕을 가장 일상적으로 다룬 영화로 손꼽힌다.

세계적인 감독으로 발돋움하기까지, 뉴욕의 밑바닥과 정상을 모두 맛본 우디 앨런 감독. 그는 스탠딩 코메디언으로 시작해 연기와 영화 연출로 활동 영역을 넓히며 80세가 넘은 지금까지 왕성한 작품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우디 앨런의 풋풋한(?) 40대 모습과 그의 뮤즈이자 70년대 패션 아이콘 ‘다이안 키튼’의 젊은날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슬며시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는 영화.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손녀 딸 ‘마리엘 헤밍웨이’가 우디 앨런의 연인 역할로 등장하여 성숙한 연기를 선보였다.

영화 <맨하탄> 예고편

 

2. <택시 드라이버>

Taxi Driver ❘ 1976 ❘ 감독 마틴 스콜세지 ❘ 출연 로버트 드 니로, 조디 포스터, 시빌 셰퍼드, 하비 키이텔

뉴욕의 어둠. 영화사의 걸작을 논할 때 반드시 거론되는 영화 <택시 드라이버>는 1976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로버트 드 니로의 명연기, 영화 속 12살짜리 창녀 아이리스 역을 맡은 조디 포스터의 이름을 널리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영화 음악의 거장 ‘버나드 허먼’의 음악이 흐르는 뉴욕 밤거리의 모습은 어두운 뒷골목의 성판매 여성와 부랑자들, 겉으론 풍요롭고 화려하지만 지독히 외로운 현대인의 모습을 인상깊게 비춘다. 아마도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은 수많은 영화와 배우들에게 패러디 된 드 니로의 독백 장면일 것이다. 놀랍게도 100% 드니로의 애드리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버트 드 니로의 독백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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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티파니에서 아침을>

Breakfast at Tiffany's ❘ 1961 ❘ 감독 블레이크 에드워즈 ❘ 출연 오드리 헵번, 조지 페파드, 패트리샤 닐, 버디 엡센

뉴욕의 사랑.1960년대 초 뉴욕, 부유한 남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화려한 신분상승을 꿈꾸는 한 홀리(오드리 헵번)와 가난한 작가이자 그녀의 이웃인 폴(조지 페파드)의 만남과 사랑을 담은 영화. 오드리 헵번의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이 영화는 그녀의 전성기 시절 모습이 오롯이 담겨 있다. 또한 까만 벨벳 드레스와 긴 장갑, 길다란 담뱃대. 패션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헵번 스타일’이 탄생한 영화로도 뜻 깊다.

하지만 원작자인 트루먼 카포티는 자신이 원했던 퇴폐적이고 섹시한 이미지의 ‘마릴린 먼로’가 아닌 '오드리 헵번' 을 캐스팅 했다는 소식을 듣고 격분했다는 후일담도 전해져온다. 주제곡인 ‘Moon River'가 나오는 장면 역시 개봉 당시 파라마운트의 사장이 삭제하라고 지시했으나 오드리 헵번이 강력하게 반대해 편집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의 고집이 아니였으면 유명한 주제곡 역시 사장되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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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The Wolf of Wall Street ❘ 2013 ❘ 감독 마틴 스콜세지 ❘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조나 힐, 매튜 매커너히, 롭 라이너

뉴욕의 욕망.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뉴욕과 월스트리트로 상징되는 욕망의 극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영화다. 본래 중산층 출신인 주인공 ‘조던 벨포트’의 장래희망은 단 하나, 바로 ‘부자’였다. 그는 주식시장의 틈을 파고들어 꿈을 이룬다. 도박꾼에 술고래, 마약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그이지만 물론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마약은 ‘돈’이다.

주식투자자로 1990년대에 월 스트리트와 투자은행 등에서 대규모 주식 사기를 일으킨 벨포트(Jordan Belfort)의 자서전 <월 가의 늑대>(The Wolf of Wall Street)를 바탕으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선량하지 않은 사람들이 일구어 낸 ‘아메리칸 드림’을 레이싱 경기처럼 빠르고 에너지 넘치게 그려낸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물론 마고 로비, 조나 힐 등 조연들의 뛰어난 연기 또한 이 영화를 선택하게 하는 힘이다. 실제 인물과 디카프리오의 간극이 궁금하다면, 마지막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인공이 출소하고 강의를 할 때 그를 소개하는 인물이 바로 실제 인물 ‘조던 벨포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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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 2013 ❘ 감독 벤 스틸러 ❘ 출연 벤 스틸러, 크리스튼 위그, 숀 펜, 셜리 맥클레인

뉴욕의 상상. 이 영화의 주제는 주인공이 근무하는 잡지사 ‘라이프’ 지의 모토로 소개되는 글귀에 드러나 있다.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목적이다.”(실제 '라이프' 지의 모토는 좀 다르다)

누구나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도시 ‘뉴욕’에서 누구보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남자 던 월터 미티(벤 스틸러). 뭣 하나 특별한 일을 해본 적도, 여행도 가본 적 없던 그는 자신의 직장을 떠날 때가 되어서야 이 금언을 실천한다. ‘라이프’ 지 폐간호에 실릴 사진가 숀 오코넬(숀 펜)의 25번째 사진을 찾아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아프카니스탄 등을 종횡무진하게 되고, 다시 돌아온 뉴욕에서 진짜 인생의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차가운 바다에서 상어와 싸우기, 스케이트 보드로 내리막길 활주하기, 히말라야 오르기 등 각종 난관들을 극복하고 북구의 도시들을 넘나드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호세 곤잘레스의 곡 'Stay Alive'가 흐르는 가운데, 영화에 소개된 풍경과 인물들의 컷들이 필름 형식으로 아름답게 지나가는 엔딩 크레딧 역시 놓치면 안 될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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