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모더니즘의 1세대 작가이자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알려진 유영국 화백의 작품이 큰 대중적 공감을 얻은 계기는 2016년,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개최한 <유영국 절대와 자유> 전시일 것이다. 아름다운 한국적 추상화 앞에서 많은 관람객들이 오래도록 발길을 떼지 못했고 전시장을 떠난 이후에도 오래도록 그의 작품이 남긴 여운을 되새겼다.
이번에 그의 작품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9월 4일부터 10월 7일까지 국제갤러리에서 개최하는 <유영국의 색채추상> 전에서는 그의 주요 작품세계를 담은 작품 30여 점을 전시한다. 이번 개인전에서도 자연에서 숭고미를 끌어낸 추상회화들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한계 없는 자유를 누리는 추상의 세계
일제강점기인 1916년 울진에서 태어나 서울과 일본에서 미술공부를 한 유영국은 1937년 도쿄의 자유미술가협회에 작품을 발표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그의 초기작은 회화가 아니라 나무판자 조각을 붙인 부조 작품. 일본 유학 시절에 자유로운 미술사조를 경험하고 영향력 있는 추상미술 화가들과 교류한 그는 1943년 한국으로 돌아왔고,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는 동안 생계를 위해 10여 년간 그림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다시 본격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것은 1950년대 후반으로 당시 모던 아트협회, 현대작가초대전 등 여러 미술 그룹을 이끌며 활발히 활동했다. 그런 작가 생활에 큰 전환점을 맞은 시기는 1964년. 그는 그룹활동을 중단하며 첫 번째 개인전을 개최했고 이후 2002년 86세의 나이로 작고할 때까지 줄곧 혼자만의 작업을 이어갔다. 1970년대 후반부터는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투병 생활을 했는데, 그 시기에도 꾸준히 그림을 그리며 삶의 본질에 대한 사유와 생에 대한 예찬이 담긴 작품을 남겼다.
그는 한국의 자연을 점, 선, 면, 색 등 조형 요소들로 표현하며 추상회화에만 몰두한 작가다. 시대적 굴곡을 관통하며 살아오면서도 작품 안에서는 규칙에서 벗어나 한계 없는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추상의 세계를 살았다. 자연을 바탕으로 한 그의 많은 작품에서는 대상을 구체화하지 않음으로써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간 강한 힘이 느껴진다.
생동하는 자연의 에너지
유영국이 남긴 수많은 작품들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강렬한 원색이 발산하는 에너지일 것이다. 그의 작품은 빨강과 검정, 파랑과 보라 등 다양한 색채가 만나 독특한 조화를 이루며 긴장감을 형성한다. 단순히 시각적 아름다움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원천적인 힘까지 담아낸 듯한 숭고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그가 대상화한 것은 산과 바다, 태양 등 여러 자연 요소들. 자연으로 둘러싸인 울진에서 태어나 성장한 그는 산수의 풍경을 순수하게 추상적인 형태로 형상화하며 자연의 본질을 담아내려 했다. 그가 오랜 시간 탐구한 장엄한 자연의 모습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보는 이들에게 거대한 에너지로 다가간다. 절제된 추상이 내뿜는 무한대의 힘이 무엇인지 경험할 수 있다.
이번 <유영국의 색채추상> 전에서는 그가 독자적인 스타일을 완성한 1964년 이후의 작품들도 20여 점이 전시된다. 자연의 모습을 모티프로 삼은 작품들 중에서도 특히 산을 소재로 강렬한 색채를 사용한 절제된 구성의 작품들이 대거 소개될 것. 그의 생애 중 ‘원숙기’로 꼽히는 기간에 완성한 작품들이니 유영국만의 추상 세계를 경험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유영국의 색채추상> 전
장소 국제갤러리
일시 2018.09.04(화)~2018.10.7(일)
시간 오전 10시~ 오후 6시(월~토), 오전 10시 ~ 오후 5시(일/공휴일)
관람료 무료
유영국 홈페이지
국제갤러리 홈페이지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