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킹 크룰(King Krule)만큼 단기간에 세계적인 주목을 모은 뮤지션이 또 있을까. 그는 2010년 주 키드(Zoo Kid)라는 이름으로 EP <U.F.O.W.A.V.E.>를 발표하며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2011년 킹 크룰로 예명을 바꾼 뒤, 동명의 EP <King Krule>을 발매하며 리스너들과 평단의 주목을 받는 루키로 단숨에 떠올랐다. 

킹 크룰 Via wepresent

주 키드(Zoo Kid), DJ JD 스포츠(DJ JD Sports), 에드가 더 비트메이커(Edgar The Beatmaker)에서 본명인 아치 마샬(Archy Marshall)까지, 다채롭기 그지없는 활동명 아래 킹 크룰이 지난 십여 년간 내놓은 갖은 결과물들은 기존의 음악사에서 참조할 만한 레퍼런스를 찾기 어려울 만큼 새롭고 독창적인 스타일의 것이었다.

킹 크룰 ‘Easy Easy’ MV. 2013년 발매한 1집 정규 <6 Feet Beneath the Moon>의 타이틀곡이다

펑크 재즈, 힙합, 트립합, 포스트 덥스텝, 인디록 등 도무지 섞일 것 같지 않은 장르들의 조합이나, 쇠를 긁는 듯 거친 목소리, 가사에 고스란히 녹아든 음울하고 불안한 세계관은 그의 앨범들을 관통하는 불변의 정서와도 같은 것이다.

지난해 10월 발매한 정규 <The OOZ>의 앨범 재킷. 비행기 구름을 담고 있는 커버 아트워크는 그의 친형이자 비주얼 아티스트인 잭 마샬(Jack Marshall)이 맡았다

<6 Feet Beneath the Moon> 이후, 4년 만에 발매하는 2집 정규 <The OOZ>는 킹 크룰의 추상적이고 불안정한 자아를 최대치로 끌어올려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모두 19곡이 담긴 이 방대한 길이의 앨범은 재즈 피아노와 색소폰, 그 사이로 말하듯 나지막하게 읊조리는 가사들을 통해 청자를 어두운 분위기와 공기가 뒤덮인 시공간으로 끌어들인다.

앨범 발매를 기념해 NPR에서 주최하는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에서 공연한 킹 크룰

킹 크룰은 이틀 전인 8월 28일, <The OOZ> 앨범의 오프닝 트랙인 ‘Biscuit Town’ 뮤직비디오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다. 자신의 음악을 시각적 기호로 환원하는 3부작 프로젝트의 첫 번째 작품이며, 그의 유년기 친구들이자 감독 듀오로 잘 알려진 Paraic과 Michael Morrissey(CC Wade)가 연출을 맡았다. 좁은 침실과 연기가 자욱한 재즈 바를 전전하며 살아가는 도시인의 쓸쓸하고 공허한 모습을 담았다. 뮤직비디오 속 빼곡히 밀집된 아파트는 카드보드 즉, 판지로 만든 미니어처 세트다. 킹 크룰의 다음 작업물을 기다리며, 초현실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뮤직비디오를 감상해보자.

킹 크룰 ‘Biscuit Town’ 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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