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이트보드를 사랑하는 17세 소녀 라셸(Rachelle)은 외롭다. 어머니는 그의 취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보드를 타러 가도 그곳을 장악한 소년들의 비아냥 섞인 견제를 참아야 한다. 마음을 다잡고 보드 위에 오른 순간, 라셸은 짓궂게 다가온 다른 소년과 부딪혀 크게 넘어진다. 소년이 되레 라셸에게 면박을 주고 있을 때, 어디선가 소녀들이 나타나 그를 밀쳐버리고 라셸에게 손을 내민다.

 

<That One Day>

That One Dayㅣ2016ㅣ감독 Crystal Moselleㅣ13분

소녀들은 함께 보드를 타고 춤추고 이야기를 나눈다. 같이 보낸 하루의 끝에, 라셸은 새 친구들에게 고백한다. 이 세상에서 자신은 언제나 외로웠다고, 그러나 오늘은 정말이지 외로움을 조금도 느끼지 않았다고. 모두 비슷한 일을 겪고 같은 감정을 느껴본 이들은 함께 보드를 타고 도시를 누빈다. 그 무엇도 서로 격려하며 즐기는 소녀들을 막지 못할 것이다.

<That One Day> 스틸컷

<That One Day>는 패션 브랜드 미우미우(Miu Miu)가 기획한 시리즈 ‘Miu Miu Women’s Tales’의 12번째 작품이다. 이는 여러 여성 영화감독들이 ‘21세기 여성’이라는 주제로 단편을 만드는 프로젝트. 조 카사베츠, 아녜스 바르다, 가와세 나오미 등 유명한 감독이 여럿 참여해 인상적인 작품을 남겼다. 이번에 소개한 <That One Day>는 <더 울프팩>(2015)으로 데뷔한 크리스탈 모셀의 작품이다. 감독은 단편을 더욱 발전시켜 장편 영화 <스케이트 키친(Skate Kitchen)>을 만들었고, 이 영화는 북미에서 지난 8월 10일 개봉했다.

스케이트 키친 크루. 출처 – 스케이트 키친 인스타그램 

뉴욕에 사는 스케이트보더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에는 단편과 똑같은 배우들이 출연한다. 더 놀라운 건 영화 속 소녀들이 진짜 스케이트보더들이고, 영화 제목 ‘스케이트 키친’ 역시 이들의 크루 이름이라는 사실. 단편의 주인공이자 크루 멤버인 Rachelle Vinberg는 한 인터뷰에서 ‘스케이트 키친’이라는 이름의 의미를 밝혔다. 여성이 보드를 타는 영상 아래엔 언제나 “여자가 무슨 보드?” “네가 있을 곳은 주방(kitchen)이야” 등 조롱하는 댓글이 달려있더라는 것. 분노한 이들은 그렇다면 ‘보드를 타는 곳이 우리가 노는 키친이다’라는 뜻을 담아 이름을 지었다고.

영화 <스케이트 키친> 포스터

쿨하고 유쾌한 소녀들은 스케이트보드뿐 아니라 패션, 아트, 영화 등 여러 분야로 영역을 넓히는 한편, 보드 신 내 성차별에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차고 멋진 이들의 시대는 막 시작됐다.

영화 <스케이트 키친> 트레일러

 

Miu Miu Women’s Tales 사이트
스케이트 키친 인스타그램
영화 <스케이트 키친> 홈페이지 

 

Editor

김유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