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Dominique Goncalves

작년 한 해, 해외 음악 매체에서 ‘주목해야 할 앨범’이나 ‘올해 최고의 신인 밴드’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한 이름이 있다. 시카고 출신의 6인조 인디 밴드 휘트니(Whitney)가 바로 그들이다. 이제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음악 매체가 된 <피치포크>(Pitchfork)를 포함하여 영국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과 음악 주간지 <NME>(New Musical Express), 캐나다의 음악 잡지 <익스클레임>(Exclaim) 같은 다수 매체가 올해의 베스트 앨범 목록에 휘트니의 데뷔 앨범 <Light Upon The Lake>를 포함했다. 하지만, 백번 말하기보다 한 번 보고 듣는 게 훨씬 명확할 터. 이제부터 휘트니라는 밴드가 얼마나 매끈하고 아름다운 사운드를 들려주는지 함께 살펴보자.

 

Whitney 'No Woman'

먼저, 앨범 첫 트랙을 장식하는 ‘No Woman’을 소개한다. 후렴구에 흘러나오는 멜로디와 기타 사운드가 묘하게 중독성을 띄는 곡이다. 짙은 안개, 황량한 숲, 외딴 오두막을 배경으로 휘트니 멤버 6명이 모두 출연한 뮤직비디오는 이들의 나른하면서도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휘트니는 2016년에 데뷔했지만, 멤버들의 음악 활동이 처음인 것은 아니다. 드럼을 치면서 동시에 노래를 부르는 줄리언 어리크(Julien Ehrlich)와 기타리스트 맥스 커케이식(Max Kakacek), 밴드의 주축 멤버이자 작사·작곡을 맡은 두 사람은 2009년 데뷔한 인디 록 밴드 스미스 웨스턴스(Smith Westerns)로 활동하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줄리언 어리크의 경우 포틀랜드에서 녹음 스튜디오를 운영하던 아버지에게 2살 때부터 드럼을 배웠으며, UMO(Unknown Mortal Orchestra)의 초기 멤버이기도 했다.

Whitney 'Golden Days' (Pitchfork Music Festival)

작년 ‘피치포크 페스티벌(Pitchfork Music Festival 2016)’ 무대에서 ‘Golden Days’를 부르는 영상이다. 첫 앨범을 발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이들에게서 신인답지 않은(?) 관록과 여유가 느껴진다. 무대 중간에서 드럼을 치며 시니컬하게 노래를 부르는 줄리언의 모습을 보라. 무엇보다 라이브에서 악기들이 빚어내는 호흡과 시너지가 훌륭하다. 밝은 분위기가 느껴지는 ‘Golden Days’는 2분 50초쯤 흘러나오는 후렴구 ‘나나나’를 따라 부르는 게 포인트다. 

Photo by Dominique Goncalves

‘휘트니’라는 이름은 술을 많이 마시는 외로운 작곡자를 가상으로 설정하여 만든 이름이라고 한다. 실제로 스미스 웨스턴스의 해체와 실연의 아픔 속에서 각자 솔로 프로젝트를 준비하던 두 사람은 2014년 겨울부터 함께 음악을 만들었다. 밴드명은 멤버들이 개인 취향에서 벗어나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듣고 새로운 관점으로 음악을 만들 기회를 제공했다.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던 두 사람 사이에 형성된 공감대가 공동 창작으로 이어지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3분 내외의 짧은 곡들이 총 10개로 묶인 첫 EP <Light Upon The Lake>는 ‘호수 위의 빛’이라는 앨범 이름처럼 온화하고 따스한 분위기를 풍긴다. 사운드의 절반은 느긋한 기타 연주로, 나머지는 흐릿한 현악기와 금관악기 소리로 채워져 있는데 섬세한 악기 솜씨에 매력 있는 보컬이 더해진 앨범은 몽글몽글하고 빈티지한 1960~1970년대 포크 사운드를 간직하고 있다. 

Whitney 'Poly'

9번째 트랙을 장식하는 ‘Polly’의 뮤직비디오다. 3분 30초가량의 짧은 애니메이션 영상은 멜랑콜리하면서도 독특한 음악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온갖 시련을(?) 무릅쓰고 꿋꿋이 길을 걸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귀엽지만, 한편 외롭고 슬퍼 보인다.

이들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맥 드 마르코(Mac Demarco)의 앨범 <Salad Days>(2015)가 생각나기도 하고, 얼마 전 새 앨범 <22, A Million>(2016)을 발표한 본 이베어(Bon Iver)의 몽환적인 사운드가 떠오르기도 한다. 어쨌든 인디 팝이 가진 장점을 고루 소화해서 완성도 있는 데뷔 앨범을 선보인 휘트니는 앞으로 더욱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팀이다.

 

올겨울 만나게 될 가장 따뜻한 ‘Golden Days’, 휘트니 내한 공연

새해를 힘차게 열어줄 휘트니의 내한 공연을 소개한다. 지금 가장 새롭고 뜨거운 밴드의 라이브가 궁금하다면 오는 1월 16일 월요일 20시, 하나투어 브이홀에서 열리는 휘트니의 첫 내한공연을 놓치지 말자. 무대를 꽉 채울 6명의 연주자가 올해 가장 활기차고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운드를 들려줄 것이다. 느낌이 왔다면 예매를 서두르자.

일시 2017년 1월 16일 오후 8시
장소 하나투어 브이홀
티켓 스탠딩 66,000원 / 학생 할인 55,000원
문의 02-322-2395(오후 2시~6시)
주최 김밥레코즈(http://gimbabrecord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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