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인스타그램 #비주얼맵]은 지금 주목할 만한 젊은 비주얼 아티스트들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소개하고, 이들의 작업에 접근하는 간단한 가이드를 제시합니다.


 

다수의 단행본 표지 삽화와 인디밴드 ‘가을방학’의 앨범 자켓 작업(2015)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 이규태. 그의 인스타그램 피드(@kokooma_)는 요즘 환한 빛으로 가득하다. 부드러운 빛이 풍성한 계절에 찍은 사진으로 빼곡한 작은 앨범 같기도 하다. 그의 그림 속 사람들은 대부분 작고 표정이 없는 모습으로 화면 속 각자의 자리에 조용히 머무른다. 인물들을 둘러싸고 있는 풍경들, 종이의 결이 옅게 드러나는 색연필의 질감. 이렇게 만들어진 빛의 묘사와 공간감은 보는 이의 마음을 쉽게 빼앗는다.

 

이규태 작가의 그림 하나 하나를 쉽게 지나칠 수 없는 것은 그 속에 묘사된 자연광의 속성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회사를 가고 친구를 만나기 위해 통과하곤 하는 여름 한낮의 세찬 해와 겨울의 새벽빛에는 무심하지만, 전철을 타고 강을 건너다가 ‘발견한’ 햇빛에는 깜짝 놀라곤 한다. 그늘 속에서, 건물 안에서, 차 안에서, 어둠 속에서 자신을 빛으로부터 떨어뜨려 놓기 전까지 우리는 빛의 세계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햇빛 속에서 개와 산책을 하거나 길을 건너는 사람들을 그린 작가의 그림을 본다는 것은 어쩌면 빛의 세계에서 잠깐 비껴 그늘로 옮겨 가는 일과 같다.


‘아련함’, ‘아날로그 감성’이라 대변되는 ‘모방된 빛’인 각종 카메라 필터 어플리케이션이 사랑받는 것은, 내가 그늘에서 발견한 적 있는 ‘햇빛의 기억’을 지속하고자 하는 욕망 때문이 아닐까. 우리 모두는 각자만의 ‘햇빛 속의 찰나’를 가지고 있고, 아름다운 햇빛일수록 쉽게 스러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규태는 박제할 수 없던 그 순간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을 자신의 그림 속, 대수롭지 않은 일을 하는 작은 인물들의 틈에 슬쩍 끼워 우리를 빛의 순간으로 스며들게 한다.


소박한 몽당 색연필과 스케치북, 그림 제작의 과정을 구경할 수 있는 작가의 인스타그램 피드에서는 또 다른 스타일의 일러스트레이션, 애니메이션과 만화잡지 <쾅>에 수록된 만화의 단면들도 확인할 수 있다. 한 장의 그림에 어쩐지 많은 이야기가 담긴 듯한 느낌은 그저 우연이 아님을 보여주는 작가의 성실한 단서들이다.


*작가소개: 이규태는 애니메이션 감독이자 그림책 작가, 만화잡지 편찬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폭 넓은 이력을 지닌 작가이다.


이규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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