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반 조르주 브라크(Georges Braque)와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등의 입체파 작가들은 유화의 한 부분에 신문지나 벽지, 악보 등의 인쇄물을 풀로 붙이는 ‘파피에 콜레’라는 기법을 사용하였는데, 이는 우리가 아는 콜라주(Collage)의 전신이다. 제1차 세계대전 중 다다이즘에서 발생한 콜라주는 사회 풍자적 몽타주로 발전하였으며, 오늘날 패션과 음악, 건축 등의 이미지에 영향을 준 초현실주의 콜라주는 1930년대 포토몽타주를 기반으로 한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요소들을 엮어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내며, 낭만적인 유토피아를 꿈꾸는 콜라주 아티스트들을 소개한다.

 

새미 슬라빈크(Sammy Slabbinck)

벨기에 출신의 아티스트 새미 슬라빈크(Sammy Slabbinck)는 1960~70년대 잡지나 인쇄물을 수집하여 빈티지한 콜라주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는 여러 가지 이미지를 사용하기보다는 2~3가지 정도의 이질적인 이미지만을 사용하여 간결하면서도 위트있는 작품을 만들어낸다. 때론 비현실적인 상황을 구성하여 상상력을 자극하거나 정치적인 풍자를 지닌 작업들도 선보인다. 그의 작업에 종종 등장하는 여성의 이미지는 당대 노출에 대한 관음을 지닌 남성적인 시각의 이미지로, 작가는 그 위에 다른 이미지를 덧대어 그릇된 시선을 비꼬거나 여성의 아름다움을 재해석하고자 한다.

Birdland(2012) ©Sammy Slabbinck
Don’t Look Back(2016) ©Sammy Slabbinck
Cityscape(2018) ©Sammy Slabbinck
Front Row Seats(2014) ©Sammy Slabbinck
It's Time(2015) ©Sammy Slabbinck
Mind The Beatles, Darling!(2012) ©Sammy Slabbinck
Sammy Slabbinck 홈페이지

 

카렌 린치(Karen Lynch)

호주 남부 출신의 아티스트 카렌 린치(Karen Lynch)는 빈티지 책이나 잡지에서 찾은 이미지를 조합해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호주의 유명한 밴드 버나드 패닝(Bernard Fanning)의 앨범 커버를 작업한 것으로 유명하며, Sony Music Australia, Refune Music 및 다양한 독립 레코드 레이블 및 아티스트들을 위한 앨범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의 작품은 이미지들의 복잡한 구성과 훌륭한 세부묘사를 통해 초현실적인 세계를 경험하는 데 풍부한 재료를 제공하며, 특히 건축과 인테리어 공간을 조합하고 사람들의 이미지를 추가해 넣음으로써 보는 이를 새로운 세계로 초대한다. 그 세계는 어쩌면 사람들이 어느 순간부터 기억에서 잃은 채 살아가고 있는 미지의 세계일 수도 있다.

버나드 패닝 <Civil Dusk> 앨범 커버
Moon Burn(2015) ©Karen Lynch
Spiral Staircase(2016) ©Karen Lynch
Terminus(2016) ©Karen Lynch

 

Urban Sonata(2016) ©Karen Lynch
Neon Highway(2016) ©Karen Lynch
Karen Lynch 홈페이지

 

도요(DOYO)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요소들을 엮어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내는 초현실주의 콜라주 아티스트 도요(DOYO)의 작업들은 최근 디지털아트를 하는 많은 작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베이퍼웨이브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면모를 지닌다. 보다 빈티지하고 따뜻한 느낌을 머금고 있으며, 옛것을 추억한다기보다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에 더 가깝다. 일상 속 평범한 것들과 상상 속 세계, 그리고 낭만을 담아내는 그의 작품은 일에 치여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돌아보면 상상과 낭만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음을 일깨워주고자 한다. 현재 커먼띵즈(Comm1things)라는 종합예술팀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하거나 전시를 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는 중이다.

Crocky <D.O.N(Dream or Not)> 앨범 커버
Feelosopher's MIXTAPE; Our Bright Feelosophy(2018) ©Doyo
Nearby Oddness(2018) ©Doyo
博多紀行; HAKATA TRAVEL(2018) ©Doyo
Neraby Oddness(2017) ©Doyo
Surf Surf Surf(2017) ©Doyo
커먼띵즈 페이스북

 

Writer

낭만주의적 관찰자. 하나의 위대한 걸작보다는 정성이 담긴 사소한 것들의 힘을 믿는다. 현재 서울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있으며, 종종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물건을 만든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공간, 예술로 삶을 가득 채우고자 한다.
박재성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