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슬아의 인스타그램 노래 전용 부계정. 출처- ‘sullalee.recording’ 인스타그램 캡쳐

조만간 ‘누구나 부계 하나쯤은 있잖아요’라고 말하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 SNS에서 본 계정을 둔 채 따로 운동, 음식, 반려동물, 공부 등 관심사나 은밀히 욕, 성적 취향을 이야기하기 위한 계정을 만드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SNS 부계정 트렌드의 세계를 소개한다.

 

1. #관심스타그램

공부 필기 인증, 반려 고양이 일상 사진, 아이돌 덕질, 노래 레코딩 전문 계정부터 길거리 낙서 모음, 도심 동상 사진 모음, 상처 사진 모음까지…. 이전에는 ‘싸이월드’ 미니홈피처럼 한 SNS 플랫폼 계정에 본인의 다양한 관심사를 백화점식으로 진열했다면, 이제 SNS별로 다양한 계정을 만들어 자신의 여러 취미와 관심사를 따로 분류해 업로드하는 ‘부계정’을 만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부계정은 순수하게 자신의 취미를 향유하는 놀이 차원을 넘어서 SNS에 관련 이미지를 아카이빙하고, ‘현실 지인’ 외에도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수단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계정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도록 설정하는 기능인 해시태그(#)를 붙여 놓을 수 있는 이유도 한몫한다.

공부 인증용 인스타그램 부계정. 출처- ‘step_studying_law’ 인스타그램 캡쳐

 

2. 한 개로는 부족해

이러한 ‘부계’ 트렌드는 현대인에게 SNS가 단순히 하나의 온라인 계정을 넘어 일상이 된 까닭도 있다. 예전에는 하나의 SNS 플랫폼이 뜨면 그곳에 집중적으로 자신의 관심사나 일상을 업로드하고, 다른 SNS가 뜨면 그곳으로 게시물들과 지인들을 이전하는 방식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제 대중적이고 독점적인 SNS가 유행하기보다, 주로 이용하는 SNS가 있을 뿐 SNS 특성별로 계정을 가지고 자유롭게 이용하는 추세다.

페이스북은 텍스트나 오프라인 인맥 관리 위주, 인스타그램은 이미지 위주, 트위터는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나 취미,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창구로 삼는 식이다. 최근 뜨고 있는 유튜브는 개인이 1인 리포터, 방송인이 되어 취미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풀거나 영상 편집으로 보여주는 형식이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 전자 기기의 교체 주기가 짧아진 것도 이러한 흐름에 한몫했다. 개인이 가진 공기계가 두세 개쯤 생기면서 주기기 외에 부기기를 사용할 때, 일상화된 SNS를 사용하려면 다른 번호나 계정이 자연스럽게 필요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SNS의 일상화, 스마트 기기의 다양화로 SNS에 게시하는 콘텐츠가 늘어나게 되었다. 그러면서 일상 대화 때 사람들에게 모든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처럼, 자신의 사적인 관심사를 별도로 운영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 된 것이다. 또 이전에는 SNS에 게시물을 많이 올리는 사람을 ‘관종’이라고 불렀지만, 이제 ‘누가 더 멋지고 효과적으로 관심을 끄느냐’ ‘얼마나 SNS를 잘 활용하느냐’가 중요하게 되면서 ‘부계’는 이러한 욕구를 충족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3. SNS 페르소나들

욕을 쓰기 위해 따로 만들어진 욕스타그램 계정. 출처- ‘zr_hane’ 인스타그램 캡쳐

부계정이 SNS에서 막 생기기 시작했을 때, 말 그대로 ‘부수적인 계정’에 불과했다. 하지만 점점 본 계정을 관리하는 비중과 같아지거나, 오히려 본 계정보다 더 공을 들이고 인기를 끄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부계정 트렌드에서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부계정마다 한 개인이 다른 콘셉트에 임할 때 하는 일종의 ‘연기’다. 반려견 부계정에서는 마치 계정 주인이 그 반려견이 된 듯한 입장에서 귀엽게, 시사 부계정에서는 기자가 된 듯 냉철하게 연출하는 식이다.

이러한 ‘연기’가 가능한 것은 한 개인에 얽힌 욕망을 따로 SNS 계정마다 투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관심사 및 욕망에 따라 부계정을 한 개뿐 아니라 3개~5개, 심지어 10개 넘게 만들어 운영하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다. 과거의 관점에서는 일종의 ‘정신분열’로 볼 수도 있지만, 오히려 SNS유저들은 계정별로 다양한 인격을 투영해 ‘연기’하며 일상에서 벗어난 자아의 해방감을 느끼고 있다. 동시에 이는 SNS계정 외에도 다양한 창구로 나타난다. 최근 유행한 카카오톡 익명 대화방인 ‘고독한 직장인 방’, ‘고독한 고양이 방’이나 대학별, 직장별로 고민을 털어놓는 페이스북 계정 ‘ㅇㅇ대 대나무숲’처럼 각종 대화방과 커뮤니티에서 익명의 이름으로 모르는 사람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경향이 도드라진다.

그래서 ‘부계정’의 끝은 ‘뒷계정’이다. 뒷계정은 부계정보다 은밀한 버전으로, 익명으로 욕을 하거나, 고민을 풀거나, 남들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취미를 파거나, 성적 욕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곳이다. 그래서 오히려 본계정보다 부계정에서 더욱 진실해지고, 계정 주인뿐 아니라 그 계정을 팔로우하는 사람들도 더욱 부계정에 재미를 느낀다.

그리하여 몇 년 후, ‘누구나 비밀이 있잖아요’란 관용구를 ‘누구나 뒷계정은 있잖아요’가 대체할지도 모를 일이다.

 

Writer

지리멸렬하게 써 왔고, 쓰고 싶습니다. 특히 지리멸렬한 이미지들에 대해 쓰고 싶습니다. 사진이나 미술 비평처럼 각 잡고 찍어낸 것이 아닌, 그 각이 잘라낸 이미지들에 대해. 어릴 적 앨범에 붙이기 전 오려냈던 현상 필름 자투리, 인스타그램 사진 편집 프레임이 잘라내는 변두리들과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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