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좀 버틸 만하다가 오늘 또 힘든 것이 회사 생활. ‘퇴사’ 한번 꿈꾸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녹록지 않은 삶에 맘속으로나마 퇴사를 그려보는 당신을 위해, 퇴사를 소재로 한 영화와 책을 소개한다.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ちょっと今から仕事やめてくる, To Each His Own ㅣ2017ㅣ감독 나루시마 이즈루ㅣ출연 후쿠시 소우타, 쿠도 아스카, 쿠로키 하루

처참한 오늘, 나아지리란 기대 없는 암담한 내일…. 그렇게 쌓일 시간에 어떤 가치도 없다고 느껴질 땐 누구라도 “내일 같은 건 안 와도 돼”라고 읊조리게 될지 모른다.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의 주인공 ‘아오야마’(쿠도 아스카) 역시 마찬가지. 그는 긴 취준 시기를 거쳐 가까스로 입사하지만, 회사생활은 너무 버겁다. 상사는 실적을 내라고 압박하며 폭력을 일삼고, 동료는 각자 업무가 바빠 서로 다독일 여유가 없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중도 받지 못하는 아오야마는 소모되는 데 지쳐 삶을 놓아버리려 한다. 바로 그때 아오야마의 초등학교 동창이라 주장하는 ‘야마모토’(후쿠시 소우타)가 나타난다. 대책 없이 발랄하면서도 은근히 사려 깊은 야마모토 덕분에 아오야마는 조금씩 활력을 되찾는다. 그는 고된 회사 생활을 잘 견뎌낼 수 있을까?

아니, 애초에 비인간적이고 비상식적인 상황을 ‘잘’ 견디는 방법 따위 있을 리 없다. 그러나 야마모토의 진실한 조언으로 점차 다른 마음가짐을 품는 아오야마, 그의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까? 영화는 냉혹한 회사생활을 잔인할 만큼 현실적인 시선으로 그린다. 오로지 결과로만 평가되는 구조 속에서 인간성을 지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인간이 결국 어떻게 순응하며 자기를 잃어가는지를 바라보게 한다. 그러나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는 야마모토를 만남으로써 변화하는 아오야마를 보여주며 희망의 실마리를 풀어놓는다. 비현실적이거나 꿈 같은 설정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영화엔 극 중 아오야마의 아버지가 말하듯 “인생이란 살아있기만 하면 어떻게든 풀리는 법”이라고 믿고 싶게 만드는 미덕이 있다.

 

 

책 <회사가 싫어서>

글 너구리(김경희) ㅣ 그림 김혜령 ㅣ 시공사 ㅣ 2017

독립출판물 <회사가 싫어서>는 독자의 열렬한 반응에 힘입어 단행본으로 새로이 출간되었다. 28살에 두 번의 입사와 두 번의 퇴사를 겪은 작가는 회사원으로 살며 떠올린 주옥같은 생각들을 정리해 엮었다. 토요일 저녁부터 월요일 출근 생각에 우울해진 경험이 있다면, 입사 후 험한 말 사용이 늘어난 자신을 보고 놀란 적 있다면, 이 책을 읽으며 시원하게 공감하게 될 거다.

<회사가 싫어서> 중 ‘퇴근’. 그림 김혜령

 

 

책 <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

글 안미영 ㅣ 종이섬 ㅣ 2018

<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는 열 사람의 퇴사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은 단순히 퇴사가 유일한 답이라는 듯 막무가내로 등 떠밀지 않는다. 다만 퇴사 이후에도 삶은 이어지며, 그 모습은 저마다 다른 가능성을 품었다는 사실을 담백하게 풀어낸다. 오랫동안 잡지 피처 에디터로 일해온 저자가 직접 인터뷰한 내용은 가감 없이 솔직하여, 잊고 지내던 ‘회사를 벗어난 삶’을 떠올리는 데 도움을 준다.

‘무엇이 우리를 일하게 하는가?’ 하는 것은 중요한 화두다. 매달 통장에 찍히는 숫자가, 혹은 명함에 찍혀 있는 근사한 타이틀이 우리를 움직인다고 해도 틀린 대답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직장생활을 해본 이라면 누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고 있다. 24쪽

나이가 들고 사회 경험이 쌓일수록 자신의 가치관에 반하는 회사로부터 등을 돌리는 결정과 판단은 빨라져야 한다. 그 이유는 한 가지, 우리의 시간은 소중하기 때문이다. 199쪽

- <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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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