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은 더 이상 미술작품만 감상하는 곳이 아니다. 전시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관람객과 소통하는 곳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중 최근 눈에 띄는 프로그램은 저녁 시간에 열리는 콘서트들. 작품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공연은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이들에게 더없이 매력적인 행사이자, 퇴근 이후 즐기는 또 하나의 문화생활이 될 것이다. 미술관에서 개최하는 공연은 단순히 깜짝 이벤트를 넘어서 어느덧 정기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 서울 곳곳에서 조만간 만날 수 있는 ‘미술관 콘서트’들을 소개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콘서트+뮤지엄나이트’

가장 먼저 추천하는 행사는 미술관의 야외 공연. 8월의 마지막 수요일, 8월 29일에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앞마당에서 특별한 무료 콘서트가 열린다. 저녁 7시 30분부터 개최하는 ‘콘서트+뮤지엄나이트’는 여름의 막바지에 서울시립미술관이 야심차게 준비한 공연이다. 출연하는 뮤지션들의 라인업도 모두 기대되는 이름들이다.

위아더나잇

먼저 ‘2016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부문’ 후보에 오른 위아더나잇이 무대에 오르며, ‘별빛이 내린다’라는 곡으로 알려진 모던록 밴드 안녕바다가 공연한다. 그리고 K팝스타 시즌 4로 데뷔해 ‘2018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팝 부문’ 후보로 선정된 이진아도 피아노의 선율과 함께하는 콘서트를 선보일 예정. 해 질 무렵 미술관 야외에서 시작되는 공연은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여름밤을 감성적이고 충만한 시간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서울시 공공예약시스템에서 120석의 좌석 신청을 받고 있으며, 사전 신청을 하지 않더라도 현장에서 스탠딩으로 무료 관람할 수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콘서트+뮤지엄나이트’ 공연 예약사이트

안녕바다

 

 

구슬모아당구장의 뮤직 라운지

한남동에 자리한 디프로젝트 스페이스 구슬모아당구장은 저녁 시간에 DJ의 공연을 마련했다. 8월 23일, 저녁 7시에 열리는 ‘구당 라이브: 베이스먼트 라운지(Basement Lounge)’는 이상순과 안트웍이 DJ로 나서 전시장을 색다른 뮤직 라운지로 탈바꿈시키는 공연. 밴드 롤러코스터에서 활약했고 토이, 김동률 등 여러 뮤지션의 앨범에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로 참여한 이상순은 2016년부터 테크노 DJ로도 활동해왔다. 2017년과 2018년에는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코리아(UMF Korea) 무대에도 올랐다. 또 안트웍(Antwork)은 개성 있는 스타일의 디제잉으로 언더그라운드에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DJ. 두 사람은 구슬모아당구장의 전시장에서 감각적인 하우스 테크노 장르의 디제잉을 통해 신나는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사전예매를 통해 신청할 수 있고 참가하는 이들에겐 주류 또는 음료 1잔이 제공된다.

현재 구슬모아당구장에서 개최 중인 전시는 사진가 목정욱, 설치미술가 이원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허재영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그룹 MLH의 첫 기획전인 <EXIT, 또 다른 시작>. 각자 다른 분야에서 활동해온 세 아티스트가 함께 떠난 로드 트립에서 공유한 정서를 바탕으로 작업한 여행의 기록이기도 하다. MLH의 공동작업으로 탄생한 전시를 감상한 뒤 저녁 시간엔 테크노 음악이 흐르는 라운지에서 여행 같은 시간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단, 이날 전시는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관람할 수 있고 7시부터는 라이브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구슬모아당구장의 ‘구당 라이브: 베이스먼트 라운지’ 소개

구슬모아당구장의 <EXIT, 또 다른 시작> 전시장 전경

 

 

MMCA에서 열리는 ‘뮤지엄 나잇’

국립현대미술관(MMCA)의 ‘PLAY WITH US’ 이벤트는 관객들이 예술 안에서 교감하고 즐기도록 마련한 프로그램. 현대미술의 문턱을 낮추고 관람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겠다는 의도다. 지난 5월 리처드 용재오닐의 콘서트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현대무용과 스트리트 댄스, 발레와 접목한 관객참여형 프로그램으로 미술관에서 즐기는 색다른 공연을 선보여왔다.
다가오는 행사는 8월 31일 저녁 6시부터 8시까지 서울관에서 개최되는 ‘MMCA 뮤지엄 나잇 with 무브’. 댄스 퍼포먼스와 디제잉으로 음악이 흐르는 즐거운 자리에 시원한 스파클링 와인도 등장해 한여름밤의 즐거운 뮤지엄 파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여름과 겨울, 두 차례 뮤지엄 나잇을 개최하고 있으며 이번 행사는 8월 23일 오후 2시부터 참가비 1만원에 예약을 받는다. 이 이벤트의 참가비는 국제구호개발NGO인 월드비전에 전액 기부되며, 월드비전에서 진행하는 분쟁지역 피해 아동보호 캠페인 중 난민아동의 정서 회복을 위한 미술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미술관의 특별한 저녁을 즐기며 기부도 할 수 있는 행사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올해의 작가상 2018> 정재호 작가의 작품 설치 전경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윤형근 작가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조명한 전시가 개최 중이며, 구민자, 옥인 콜렉티브, 정은영, 정재호 작가가 참여한 <올해의 작가상 2018> 전시도 열리고 있다. 전시 관람은 6시까지 가능하고 공연은 그 이후 시작하니 8월 마지막 날에는 전시와 뮤지엄 나잇을 함께 관람하며 풍성한 문화생활을 함께 즐길 수 있을 듯하다.

국립현대미술관 이벤트 소개

 

Writer

잡지사 <노블레스>에서 피처 에디터로 일했다. 사람과 문화예술, 그리고 여행지에 대한 글을 쓴다. 지은 책으로는 에세이 <마음이 어렵습니다>, <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 여행서 <Tripful 런던>, <셀렉트 in 런던>이 있다.
안미영 네이버포스트 
안미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