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설렌다. 무명 시절을 거쳐 현재 너르게 사랑받고 있는 뮤지션들에게도 떨리는 시작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사랑한 인디밴드의 설레는 처음을 돌아본다. 한국 인디 음악 1집 열전 ‘인디 부흥기’ 2000년대 편 세 번째. 그럼 준비, 출발!

* 발매년도 순으로 작성

 

검정치마 1집 <201>(2008)

추천곡 ‘Antifreeze’ ‘좋아해줘’

조휴일(그는 일요일에 태어났다)은 '검정치마’라는 밴드 이름을 "단지 어감이 좋아서" 만든 이름이라고 했다. 가볍게 지어진 이름에 비해 그의 음악은 한국 음악계에 심상치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1집 앨범 <201>은 제7회 한국대중음악상(2010) 최우수 모던 록 음반' 수상을 비롯한 5개 부분에서 후보에 오르며, 심사위원들로부터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사를 받았다. ‘201’은 조휴일이 미국에서 자란 도시의 지역 번호라 한다. 개성이 뚜렷한 음색과 가사에 담긴 자유분방하고 솔직한 태도는 한국에서 등장하기 힘든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을 선사한다. 우주 속을 유영하고 있는 느낌의 곡 'Antifreeze'만 들어봐도 그렇다. 이 앨범은 2010년 메이저 유통사인 소니뮤직을 통해 3곡이 추가된 '스페셜 에디션'으로 재발매됐다.

검정치마 'Antifreeze'

 

국카스텐 1집 <Guckkasten>(2009)

추천곡 ‘거울’ ‘Vitriol’

'국카스텐(Guckkasten)'은 '중국식 만화경'을 뜻하는 독일어 고어로, 당시 국카스텐에 맺히는 상은 불꽃놀이의 이미지였다고 한다. 탄탄한 기본기가 느껴지는 연주와 보컬 하현우의 카랑카랑하고 또렷한 목소리는 흡사 불꽃처럼 뜨겁고 매혹적이다. 이들은 2008년 헬로루키 대상, 제7회 한국대중음악상(2010)에서 ‘올해의 최우수 록 노래’(곡 ‘거울’)와 ‘올해의 신인상'까지 2관왕을 차지하며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국카스텐의 음악을 특정 장르로 규정지을 수 있을까? 아니다. 펑크도, 모던록도, 헤비메탈로도 규정할 수 없다. 오히려 이것들을 합해 놓은 독자적인 장르에 가깝다. 아래 동영상에서 ‘Gavial’의 어쿠스틱 버전을 들어보자. 국카스텐의 새로운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국카스텐 '가비알'

 

장기하와 얼굴들 1집 <별일없이 산다>(2009)

추천곡 ‘정말 없었는지’ ‘달이 차오른다, 가자’

이제는 ‘인디밴드’라고 칭하기도 어색한 ‘장기하와 얼굴들’. EP앨범 <싸구려커피>(2008)로 한국 음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밴드다. 장기하는 반어와 해학을 적절히 버무린 가사를 특유의 말 하듯이 내뱉는 창법으로 부르며 많은 이들을 ‘웃프게’ 했다. 1집 <별일없이 산다>는 분명 싱싱하지 않은, 눅눅한 감성을 노래했는데도 듣는 이로 하여금 단번에 공감하게 하는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산울림, 송골매 같은 정서, 펑크스타일, 로큰롤, 레게풍 음악 등 종잡을 수 없는 다양한 스타일을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장기하와 얼굴들 '별일 없이 산다'

 

9와 숫자들 1집 <9와 숫자들>(2009)

추천곡 ‘오렌지 카운티’ ‘슈가 오브 마이 라이프’

'별이 빛나는 밤에' 같은 심야 방송에 어울리는 감성적인 노래, 80년대 팝송을 연상시키는 전자음. 복고풍으로 아련함을 불러일으키는 ‘9와 숫자들’의 정규 1집. 하지만 ‘복고’라고 해서 촌스러운 음악을 떠올리진 말자. 멤버 송재경은 ‘관악청년포크협의회’(붕가붕가 레코드)와 로큰롤 밴드 ‘그림자궁전’으로 이미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았고, 9와 숫자들은 모던록과 신스 팝, 기타 팝을 섞어 1집부터 높은 완성도를 선보였다. 과잉 없이 담백하고 서정적인 목소리, 가사와 잘 어울리는 멜로디가 인상적인 앨범이다.

9와 숫자들 '착한 거짓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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