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곤 쉴레: 욕망이 그린 그림>부터 <톰 오브 핀란드>까지 그 누구도 전설임을 부인하지 않는 화가들을 다룬 영화 4편을 소개한다. 실존 화가들의 삶과 그 속에 아로새긴 열정을 가까이 들여다볼 기회다.

 

<에곤 쉴레: 욕망이 그린 그림>

Egon Schiele: Death and the Maiden | 2016 | 감독 디터 베르너 | 출연 노아 자베드라, 마레지 리크너, 발레리 파흐너

에곤 쉴레(1890~1918)는 20세기 초 오스트리아 빈에서 가장 도발적인 예술가였다. 과감한 터치로 적나라하게 인체를 표현한 그의 작품들은 당시 보수적이던 유럽 화단에 큰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어린아이를 유괴했다는 누명으로 고소당해 법정에 서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는 그림에 대한 열정을 굽히지 않았고, 예술의 점화제로 꾸준히 여성 모델들을 기용하며 <꽈리열매가 있는 자화상>(1912), <검정 스타킹을 신은 발리 노이질>(1912), <죽음과 소녀>(1915) 같은 미술사에 획을 긋는 걸작을 남겼다. 그림에 대한 욕망과 예술적 성취로 에곤 쉴레의 청춘은 반짝거리는 듯했지만, 어렵사리 얻은 명성을 오래 누리지는 못했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관능적 욕망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그는 예술계로부터 인정받고 안정적인 삶을 누리기 시작할 즈음인 1918년, 전 유럽을 휩쓸었던 스페인 독감으로 28살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에곤 쉴레: 욕망이 그린 그림>은 이러한 그의 짧지만 강렬했던 예술가로서의 삶과 그 뒤에 감춰진 시련들을 섬세하게 짚어낸다. 국내에서는 2016년 개봉해 5만 명 관객을 모았다.

<에곤 쉴레: 욕망이 그린 그림> 예고편

영화보기 | 옥수수 | N스토어 | 유튜브

 

<내 사랑>

Maudieㅣ2017ㅣ감독 에이슬링 월쉬ㅣ출연 에단 호크, 샐리 호킨스

모드 루이스(1903~1970)는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고 자유롭고 순박하게 그린 그림으로 많은 전문가와 미술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캐나다 최고의 나이브 화가로 기억된다. 그의 작품 세계는 언제나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과 솔직함이 묻어났고, 비록 몸은 불편했지만 화폭에 쏟아낸 내면의 기쁨만큼은 누구보다도 생기발랄하고 선명했다. 2년 내리 양친을 떠나보내고 고모에게 받아들여져 지내던 모드는 가정부를 구하는 광고를 보고 운명처럼 만난 에버렛 루이스와 34살의 나이에 결혼했다. 모드는 에버렛과 함께 걸어온 사랑의 여정을 작은 집에 그림으로 그려 넣었고, 부부가 살았던 집은 현재 사랑스러운 모습 그대로 복원돼 캐나다 노바스코샤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영화 <내 사랑>은 이러한 모드의 가난하지만 찬란했던 화가로서의 삶과 운명 같은 사랑을 다룬다. 배우 샐리 호킨스가 류머티즘 관절염 때문에 등이 굽고 다리를 저는 등 몸은 불편하지만, 누구보다 꼿꼿하고 강인한 내면을 지닌 모드의 모습을 훌륭하게 연기해냈다.

<내 사랑>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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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빙 빈센트>

Loving Vincent ㅣ2017ㅣ감독 도로타 코비엘라, 휴 웰치맨 ㅣ출연 더글러스 부스, 시얼샤 로넌, 제롬 플린

반 고흐(1853~1890)에게는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순교자, 욕망으로 가득 찬 사티로스, 자신의 귀를 자른 미친 사람, 천재, 게으름뱅이 등이다. 살아생전 단 한 점의 그림만을 팔며 화가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다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그는 사망 후에야 서서히 세간의 인정을 받기 시했다. 가난했음에도 그림에 대한 재능과 열정으로 가득 찼던 그의 삶을 다룬 영화는 앞서 몇 편 있었지만, <러빙 빈센트>는 제3자의 시선으로 이를 그려내며 깊이와 재미를 더했다. 특히 앞선 영화들과 다르게 반고흐 특유의 유화 필치를 스크린에 구현해낸 최초의 유화 애니메이션을 완성해 호평받았다. 영화에 참여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모인 4천여 명의 화가 중, 오디션을 통해 뽑힌 107명의 화가들이 2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린 62,450점의 유화로 완성된 이 대형 프로젝트는 반 고흐라는 예술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더라도, 보는 것 자체로 웅장한 감동을 안긴다.

<러빙 빈센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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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오브 핀란드>

Tom of Finlandㅣ2018ㅣ감독 도메 카루코스키ㅣ출연 페카 스트랭, 제시카 그레보스키, 로리 틸카넨

전쟁이 끝나면 그림을 그리고 싶다던 평범한 청년 토우코 라크소넨(1920~1991). 그는 2차 대전에서의 활약으로 조국 핀란드의 훈장까지 받았지만, 제대 후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조국의 억압을 받으며 전쟁터에서만큼이나 피폐한 삶을 살았다. 그림을 그리며 꿈을 이뤄가려 했지만, 은밀한 욕망을 담대하게 드러낸 그의 파격적인 일러스트는 조국인 핀란드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남들의 눈을 피해 ‘톰 오브 핀란드’라는 필명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가던 그는 점차 세계의 주목을 받고, 더 나은 삶을 좇아 미국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과 자신의 그림을 지지하는 이들을 만나고, 뉴욕 MOMA, 나아가 앤디 워홀, 로버트 메이플소프 등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주는 아티스트로 거듭난다. 이러한 그의 삶을 다룬 영화 <톰 오브 핀란드>는 세계 11개 국제 영화제에 초청되어 호평받은 화제작. 금기의 일러스트를 그려내며 예술로써 부당한 사회에 맞선 예술가의 행적을 반드시 극장에서 확인해볼 일이다. 오는 8월 30일 개봉.

<톰 오브 핀란드>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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