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가 바라보고 기록한 한국의 이미지들은 여전히 낯설고 생경하다. 서울 속 깊숙이 살고 있기에 미처 체감하지 못했던 경험들은 이방인의 시선으로 담아낸 영상들을 통해 오히려 선명해진다. 세계 도시들을 여행하며 느낀 순간의 감성을 포착해 그것을 작업물로 만들어 온 미국 영상감독 Brandon Li가 한 달 동안 서울에 머무르며 기록한 단편 영상 <seoul_wave>는 감독의 예리한 통찰력이 번득이는 작품이다. 너무 사실적이고 적나라해서 불편한 감상마저 안기는 7분짜리 영상을 따라가 보자.

<Seoul_wave>

한 달간 촬영하고 3개월간의 편집을 통해 완성한 이 영상에는 서울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장면들이 촘촘히 담겼다. 성형, 타투, 먹방, 게임, 시험, 케이팝 오디션 등의 주제를 줌인과 줌아웃을 오가는 액티브한 카메라 워크를 통해 속도감 있게 그려냈다. 영상의 가장 긴박한 카운트다운 장면에 등장해 긴박감을 더하는 사운드도 빼놓을 수 없는 묘미다.

무엇보다 영상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빠른 속도감으로 표현해낸 ‘경쟁’이다. 모든 것이 쉽고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서 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고 경쟁하는 것은 지금의 대한민국, 특히 서울에서 가장 흔한 미덕이 됐다. 다만 그 안의 진정성 잃은 속도와 변화는 우리네 삶을 더욱 피로하게 만들었다. 영상을 보면서 느꼈던 알 수 없는 껄끄러움과 부대낌의 감정은 이러한 치열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면서 느껴온 잠재적 압박과 불안의 정서에서 비롯된 게 아니었을까.

<seoul_wave>의 감독 코멘터리 영상

Brandon Li 감독이 여행하며 기록한 다른 나라, 다른 도시들의 모습은 그의 비메오 채널을 통해 모두 만나볼 수 있다.

Brandon Li 비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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