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태생의 아티스트들이 소속된 미국 힙합 레이블 88 라이징(88Rising)의 유튜브 채널에 수보이(Suboi)의 신곡 ‘N-SAO?’ 뮤직비디오가 공개됐다. 베트남 사이공의 허름한 뒷골목을 배경으로 흐르는 수준급의 랩핑과 압도적인 아우라는 이내 보는 이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한국에서는 수보이의 이름을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지만, 그는 이미 베트남에서 ‘힙합 여제(Queen of Hip Hop)’로 불리며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유명 래퍼다. 화제의 뮤직비디오를 먼저 보자.

Suboi ‘N-SAO?’ MV

독일의 영상 감독 Alexa Karolinski가 연출하고 베트남 사이공에서 촬영한 이 뮤직비디오는 길거리 음식 노점상에서부터 야간 근로자에 ​​이르기까지 사이공 사람들의 평범한 삶의 모습을 솔직하게 담아낸다.

사진- Suboi 페이스북

수보이는 14살에 처음 힙합을 접했고, 밴드 린킨파크를 사랑한 친구들과 어울려 뉴-메탈(nu-metal) 밴드를 결성하며 래퍼로서 무대에 서기 시작했다. 이후 17 살 되던 해 본격적으로 솔로 활동에 나서며 베트남 힙합 신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펼쳐갔다. 무엇보다 힙합 불모지인 베트남에서 이 정도의 실력 있는 뮤지션이 나왔다는 점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저 힙합이 좋아서 공연을 계속했고, 꾸준히 앨범을 발매해 온 수보이는 여성 래퍼를 향한 선입견을 깬 파워와 독특한 플로우를 다져가며 베트남의 명실상부한 실력파 래퍼로 자리매김했다.

2016년 3월에 발표한 수보이의 싱글 ‘Đời’ 뮤직비디오

한편 삼엄한 공산주의 국가에서 사회비판의 메시지를 담은 힙합 음악을 계속해나가기란 쉽지 않았다. 음원을 발표하기 위해서 반드시 문화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제반 활동이 국가의 검열 아래 놓였다. 동시에 이러한 통제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은 수보이에게 또 다른 도전이 되었다. 그는 자신의 음악에서 사회주의 억압적인 체제에 대한 비판적 주제를 다루면서도, 은유적인 노랫말과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국가의 검열을 우회하는 방식을 택했다.

Suboi ‘Người Ta Hiểu’ MV. 힙합을 베이스로 그 위에 R&B, 소울, 재즈 등 다양한 장르를 얹어낸 곡. 힘을 뺀 듯 부드럽고 나른하게 흘러가는 로우톤의 랩이 매력적이다

수보이는 2017년 세계적인 잡지 <포브스>에서 선정한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30인의 리스트 (Forbes 30 Under 30 Asia 2017)에 이름을 올렸다. 2018년 8월 2일 발매한 새 싱글 <N-Sao?>는 내년까지 이어지는 그의 새로운 음악 프로젝트의 신호탄 같은 작품이기도 하다. 자국 베트남을 넘어 아시아, 전 세계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는 수보이가 앞으로 어떤 작업물로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지 기대된다. 그의 또렷한 목소리가 어디까지 닿을지 응원하며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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