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콜크레인, 빌 에반스, 조 패스라면 각각 색소폰, 피아노, 기타 연주에서 역대 최고의 경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재즈 레전드이다. 이들이 당대 최고의 가수들과 듀엣으로 음반을 냈다면 일반적인 반주의 개념과는 확연히 다른 협연일 것이다. 존 콜트레인은 그의 전성기였던 임펄스(Impulse) 시절에 자니 하트만과, 빌 에반스는 1970년대 중반에 토니 베넷과 두 장의 음반을, 조 패스는 파블로(Pablo)에 소속된 재즈 디바 엘라 피츠제럴드와 네 장의 음반을 냈다. 정상의 목소리와 최고 수준의 즉흥연주가 빚어내는 멜로디와 하모니를 감상해 보자.

 

존 콜트레인과 자니 하트만

존 콜트레인(좌), 자니 하트만(중), 맥코이 타이너(우)

임펄스 레이블의 프로듀서 밥 티엘(Bob Thiele)이 인기 발라드 싱어 자니 하트만(Johnny Hartman)을 찾아 나섰다. 재즈 색소폰의 거장 존 콜트레인이 그와 함께 음반을 내고 싶다는 요청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들은 하트만은 콜트레인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었음에도 선뜻 내키지 않았다. 두 사람이 음악적으로 잘 맞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고, 무엇보다 자신이 재즈 가수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밥 티엘은 바로 그를 재즈클럽 버드랜드(Birdland)로 데리고 가서 콜트레인과 그의 피아니스트 맥코이 타이너를 만나게 하였다. 그들은 함께 대화를 나누고 연주를 해보았고, 이내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John Coltrane and Johnny Hartman>에 수록한 ‘My One and Only Love’

이렇게 출반된 <John Coltrane and Johnny Hartman>(1963)은 재즈 발라드 음반의 클래식으로 손꼽힌다. 특히 ‘Lush Life’, ‘My One and Only Love’, ‘They Say It’s Wonderful’은 재즈 발라드의 결정판으로 불린다. 이 음반은 2013년 그래미 명예의 전당에 헌정된 명반으로 기록되었다.

<John Coltrane and Johnny Hartman>에 수록한 ‘They Say It’s Wonderful’

 

 

빌 에반스와 토니 베넷

정상의 재즈 피아니스트 빌 에반스와 대중적인 톱 싱어 토니 베넷은 1970년대 중반 함께 활동하며 두 장의 듀엣 앨범 <The Tony Bennett/Bill Evans Album>(1975)와 <Together Again>(1977)를 출반했다. 재즈 콤보를 동반하지 않고, 빌 에반스의 피아노 소리와 토니 베넷의 목소리만으로 구성했다. 생애 단 한 번도 음정을 틀리게 연주한 적이 없다는 완벽한 하모니의 빌 에반스는 토니 베넷을 감탄하게 하였다. 토니 베넷은 “그는 혼자였지만, 마치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것 같았다”며 “마치 바다의 태풍처럼 연주하였다”며 에반스의 연주를 평가했다.

콜라보 앨범에 수록한 빌 에반스의 클래식 스탠더드 ‘Waltz for Debby’

두 사람은 음반 홍보를 위해 함께 자니 카슨쇼(1975. 10. 27)에 출연하기도 했다. 후일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제작한 토니 베넷 다큐멘터리 <Clint Eastwood Presents: Tony Bennett – The Music Never Ends>(2007)에는 이미 고인이 된 빌 에반스를 회고하며 그와 함께 연주하던 당시의 놀라웠던 경험을 전해 들을 수 있다.

자니 카슨쇼와 토니 베넷 다큐멘터리의 편집 영상

 

 

조 패스와 엘라 피츠제랄드

버브(Verve)를 매각한지 10년 만인 1973년 파블로(Pablo Records)를 설립한 노먼 그랜츠는 자신과 친하던 오스카 피터슨, 엘라 피츠제럴드, 조 패스 세 명의 재즈 거장을 기반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솔로 기타리스트 조 패스(Joe Pass)와 재즈 디바 엘라 피츠제럴드의 듀엣 앨범은 당시 파블로의 전략 상품이었다. 콤보 구성없이 솔로 기타와 피츠제럴드의 목소리만으로 멜로디와 하모니를 구성하였다. <Take Love Easy>(1973), <Fitzgerald and Pass.. Again>(1976), <Speak Love>(1983), <Easy Living>(1986)으로 모두 네 장의 스튜디오 음반을 냈고, 마지막 앨범은 그래미 최우수 재즈 보컬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독일 하노버 실황 중 ‘Stormy Weather’(1975)

평소 수줍음 타는 내성적인 성격의 피츠제럴드가 편한 성격의 조 패스와 만나 풀어낸 듀엣 협연은 네 장의 스튜디오 음반으로 발매했을 뿐 아니라, 재즈 페스티벌이나 TV 공연에서도 자주 연주되었다. 두 번째 듀엣 앨범이 나오기 직전 두 사람이 함께 유럽 공연을 하면서 독일 하노버에서 제작한 실황은 DVD로 제작되어 가장 많이 퍼졌으며, 전 곡을 유튜브에서 감상할 수 있다.

독일 하노버 실황 중 ‘You Turned the Tables on Me’(19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