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우가 ‘챠챠(CHA CHA)’라는 이름으로 홀로 섰다. 이 뮤지션을 설명하기 위해 그가 거쳐온 밴드를 나열할 필요는 없다. 차승우는 언제나 스스로 어떤 장르이곤 했다. 그러므로 지금 차승우를 알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그의 새 노래를 듣는 일이다.

여름이 절정에 닿았던 날, 차승우를 만나 싱글 <momo>와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진 출처 – 포크라노스 

 

Q 얼마 전 싱글 <momo>가 나왔어요. 솔로는 처음이었는데, 어떻게 준비했어요?

쉽게 생각하려고 했어요. ‘momo’는 옛날에 써둔 곡이거든요. 그래서 ‘일단 이 곡부터 완성하자’라고 생각했죠. 곡의 분위기나 스타일도 여름과 잘 맞을 것 같아서 이 곡으로 출사표를 던져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리고 가사를 썼죠.

 

Q 밴드와 솔로 작업은 어떤 면에서 크게 달랐나요?

밴드는 누군가 의견을 내면 그걸 견제하는 사람이 있죠. 즉 객관적인 입장에서 그 아이디어를 판단해주는 사람이 있는 건데, 솔로는 그런 게 없어요. 혼자 판단하고 결정해야 해요. 굉장히 막연하죠. 종종 ‘지금 맞게 가고 있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는데, 좋은 점도 많아요. 내 맘대로 뭐든 구현할 수 있다는 것. 속으로만 생각하던 아이디어를 눈치 안 보고 어떻게든 끝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아요.

 

Q 오롯이 혼자 해내야 하는 게 불안하진 않았어요?

‘momo’를 발매할 때 이 노래를 다들 어떻게 들을지 정말 궁금하긴 했어요. 그런데 그냥 배짱으로 밀고 나가야겠다고 생각했죠. 저를 잘 아는 분들은 이 노래를 듣고 좀 당혹스러웠을지 몰라요. 제가 해왔던 음악들과 살짝 결이 다르거든요. 소위 말하는 락사운드, 기타가 주도하는 음악과 거리가 있고요. 그런데 오히려 이런 점이 재미있는 요소라 생각했어요. 내가 하면 결국 ‘이게 차승우 방식이다!’라고 어필할 수도 있을 것 같고.(웃음)

Q ‘momo’는 확실히 평소 차승우 씨가 들려준 음악과 다른 분위기를 풍겨요. 평소 자주 이야기했던 필 스펙터(Phil Spector)의 사운드를 구현하기 위해, 애초에 사운드를 다양하게 쓸 수 있는 곡으로 기획했던 건가요?

네. 필 스펙터나 비치보이스의 브라이언 윌슨 같은 60년대 사운드를 동경해요. 물론 록음악을 좋아하지만, 60년대 팝 음악, 선샤인 팝이라 불리는 장르도 정말 좋아하고요. 이제껏 해왔던 곡 말고 좀 다른 걸 해보고 싶었어요. 악기도 다양하게 들어가고…. 한 악기가 주인공이 되는 곡 말고, 여러 악기가 조화를 이루면서 하나의 사운드를 만드는 곡을 만들려고 했죠.

 

Q 어떤 악기들이 쓰였나요?

현악기, 브라스 같은 금관악기, 타악기도 굉장히 여러 종류로. 그랜드피아노와 기타, 드럼, 베이스…. 빠진 게 있나? 아, 호루라기도 들어갔구나.(웃음)

 

Q 모든 악기를 연주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겠어요.

예전보다는 이런 스타일의 곡을 만드는 게 좀 수월해요. 컴퓨터 로직 프로그램 안에 있는 가상악기로 스케치도 가능하고요. 요즘은 생각만 해봤던 악기도 직접 데모에 입혀볼 수 있어서 비교적 편하게 작업했어요. 일단 데모를 만들어놓고, 거기 맞춰서 세션 연주자분들이 실연주를 해준 거죠.

 

Q 방구녹음실 블로그에서 녹음 후기를 봤어요. 곡 하나에 들어간 채널이 200개가 넘었다고요. 무슨 뜻인지 쉽게 설명해준다면요?

녹음할 때 소리의 입체감을 높이기 위해서 ‘마이킹’이라고, 마이크를 대는 작업을 해요. ‘momo’ 녹음할 때 이 작업에 굉장히 노력했거든요. 이쪽 각도에서도 소리를 받아보고, 뒤에서도 옆에서도 받고, 공간에서 울리는 소리 자체도 받아봤어요. 쉽게 말해 소리를 받을 때 그 정도로 공을 좀 들였다? 좋은 소리를 얻기 위해 공을 많이 들였다는 의미입니다.

Q ‘momo’ 가사를 모노톤즈 해체 후인 4월에 썼죠. 가사가 선명해요. 어떤 마음으로 썼나요?

모호한 은유 없이 일필휘지라고 해야 하나, 생각나는 대로 썼어요. 그래야 마땅하다고 생각했고. 생각해온 세계가 아예 사라져버리고 혼자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시점이었죠. 그 마음을 담담하게 적었어요. 염세적이거나 허무한 심정 같은 건 다 걷어내고 그냥 앞으로 나아갈 결기 같은 걸 담아내겠다는 생각. 최대한 직관적으로, 한 번에 썼어요. 수정하고 말 것도 없고.

 

Q 가사를 보면 전반부에선 ‘몰랐어’였다가 후반부에선 ‘몰랐었어’로 바뀌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어요?

그걸 들어주셨구나.(웃음) 멜로디를 짤 때 하나는 3음절, 하나는 4음절로 하는 게 자연스럽게 느껴졌어요. 큰 의미는 없고요. 똑같은 말이 반복되는 걸 최대한 피하려는 결벽증 비슷한 것도 있고.

 

Q 가사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차승우 씨의 문장엔 개성이 있어요. 문샤이너스의 노랫말과 블로그 글에서도 느껴요. 소설이나 만화 속 주인공이 내뱉을 법한 말이랄까요? ‘momo’ 가사 역시 그렇고요. 말투나 문장이 독특한 기운을 풍기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우선 근대문학을 좋아하는 것도 한몫했겠고요.(웃음) 어릴 때 할머니와 함께 자랐는데, 할머니가 제게 신문을 보여주곤 하셨거든요. 옛날 신문엔 한자가 많았잖아요. 그러다 보니 자주 안 쓰는 딱딱한 한자어나 예스러운 말에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momo> 커버. 출처 – 포크라노스

Q 앨범 커버와 티저는 Uofc.(언오피셜) 크루와 협업했죠. 계기가 궁금해요.

‘momo’는 좀 레트로한 음악이잖아요. 음악 외적인 부분마저 너무 복고로 가면 재미없을 것 같았어요. Uofc. 이라는 팀은 요새 활발히 활동하는 젊은 친구들이에요. 소위 말하는 힙스터 컬처, 힙합, edm쪽과 자주 작업하는 팀이고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재미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했죠. 상반되는 것끼리 부딪치면 그 충돌에서 흥미로운 뭔가 나오리란 생각이었어요.

 

Q 티저가 근사해요. 어디서 촬영했어요? 비밀의 숲 같은 분위기를 풍겨요.

광화문의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찍었어요. 건물 뒤 정원에서. 여름이니까 신록이 우거진 풍경을 담고 싶었어요. 그런데 더운 날 수트 입고 찍느라 더워서 혼났어요.

‘momo’ 티저

 

Q 아직 공개되지 않은 뮤직비디오가 궁금해요. 어떤 구성으로 찍었나요?

처음 떠올린 건 60년대 누벨바그 영화의 이미지들이었어요. 점프컷과 같은 상징적인 장면들을 모아서 Uofc. 크루한테 보여줬죠. 그들도 누벨바그 레퍼런스에 흥미를 보이면서 자신들 방식으로 풀어보겠다더라고요. 대화하며 뮤직비디오 모양새를 잡아나갔어요. 영화적인 느낌을 가미한 뮤직비디오가 될 것 같아요.

※ 8월 13일 <momo>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다. 뮤직비디오 링크

 

Q 싱글 소개글이 백미예요. 이것만 읽어도 ‘momo’가 어떤 무드의 곡인지 바로 느낌이 와요.

60년대 필 스펙터 / 브라이언 윌슨의 '월 오브 사운드'와 파워팝의 장쾌한 랑데뷰.
겹겹이 쌓이는 다양한 악기의 하모니가 거대한 소리의 벽을 이루는 순간, 아아 그것은 청춘의 여름밤!
대책 없는 레트로 바이브로 힙스터 지옥을 강행돌파!

- <momo> 소개글

민망하긴 한데 제가 썼습니다. 유통사에서 홍보자료가 있어야 한다길래…. 절 아는 분들은 보자마자 “야 이거 네가 썼구나?” 하더라고요.

 

Q 얼마 전 이이언 씨와의 인터뷰에서 ‘모던’에 대한 생각을 밝혔죠. ‘힙’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생각해요?

차승우: 일단 현재 ‘모던하다’라고 칭해지는 것들은 이미 모던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이언: 아, 일종의 뒷북 같은 거다?
차승우: 네. 심지어 그것이 하나의 정형화된 스타일로 어떤 흐름이 이어진다면 그건 더더욱 모던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과연 모던함을 답습하는 것이 모던할 수 있는 건가? 모순이죠.

- 차승우, 이이언과의 독점 인터뷰 중에서(20180719, 포크라노스)” 

요즘의 모던이라고 하면 소위 힙스터 문화를 일컫는 게 아닐까요? 미래지향적인 것을 답습하는 것이 미래지향적인 건지 생각해봤어요. 전 유행에 휩쓸리는 걸 항상 경계해요. 그저 ‘나의 것’을 완전히 취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헌 거든 새거든 크게 중요하지 않죠.

 

Q ‘힙스터 지옥’이라는 말도 그런 맥락에서 썼겠군요.

크게 보면 지금 문화가 또 너무 천편일률적인 것 같아서요. 약간 삐딱하게 보는 마음이 있는 거죠.

Q 정규 앨범을 기대해봐도 될까요?

앨범은 제게 필요해요. 기록물이라는 차원에서도 그렇고, 생각의 흐름을 앨범을 통해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다만 생각을 정리하고 공을 들이려면 시간이 걸리겠죠. 앨범 하나를 완성할 때까지 아무 작업물이 없다면 기다리는 분도 궁금할 테고, 그래서 싱글을 주기적으로 낼 생각이에요. 그러다 앨범을 장쾌하게 내야죠.

 

Q 그 앨범도 솔로로 낼 생각이에요?

고민 중입니다. 솔로 앨범을 내볼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식을 택할지. 2인조 유닛도 생각하고 있어요. 합이 잘 맞는 파트너가 있다면 결과물을 함께 고민해봐도 재밌겠다 싶어요.

 

Q 앞으로 발매할 곡들의 분위기는 ‘momo’의 연장선일까요?

다 다를 거예요. 솔로니까 한결 가볍게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어요. 하고 싶은 거 모두 최대한 해보려고요.

 

Q 모노톤즈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어요. 당시 인디포스트와 예정되었던 인터뷰도 취소되었죠. 그땐 어땠나요?

황망했어요. 감정이랄 것이 느껴지지도 않았어요. 그냥 ‘어? 뭐가 없어졌네’하는 상실감…. 첫 번째 멤버 일이 터졌을 때 피해자분께 사과드리는 게 최우선이었어요. 하지만 영화사와 전국 상영관, 금전적인 문제 등 개봉에 얽힌 것이 많으니 영화가 내릴 때까지는 기본만 하자 했죠. 첫 사건이 터졌을 때 이미 나머지 멤버끼리 밴드는 접자고 이야기했고요. 그런데 두 번째가 터졌죠. 그 후엔 그냥 끝, 다 끝. 영화 시사회 날 두 번째 사건이 터졌는데, 그 시간부로 모든 걸 끝냈어요.

 

Q 사건 이후로 인디신 내 성폭력이 다시 화두에 오르기도 했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모노톤즈 사건도 더 이슈화되었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해요. 정말 불명예스러운 일이지만, 이런 사건이 크게 이슈화되면 만연해 있는 폭력에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피해자분들이 용기를 내기 어려운 구조인 만큼 저부터도 적극적으로 행동해야겠다고 생각해요.

Q 6월에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에서 섹스피스톨즈의 원년 멤버 글렌 매틀록(Glen Matlock)과 협연했죠. 그 일로 엄청난 기운을 얻은 것 같아요. 거장과의 협연이었는데, 어떻게 준비했어요?

긴장을 잘 안 하는 편인데 그땐 정말 긴장했어요. 글렌 매틀록 선생님이 오신다고 할 때부터 가슴이 뛰기 시작했죠. 단둘이 무대에 올라 세 곡을 해야 하는데 정말 떨리는 거예요. 특히 원래 밴드셋인 노래를 두 사람이 기타를 치며 부르는 노래로 편곡도 해야 했고요. 편곡 버전을 선생님이 맘에 들어 하실지도 걱정이었어요.

 

Q 다행히 즐겁게 끝났죠?

합주 딱 한 번 하고 무대에 올랐는데, 합주날도 선생님이 굉장히 즐거워하시더라고요. 제겐 꿈같은 무대였어요. 글렌 매틀록은 제가 음악의 길로 들어서게 된 강력한 이유 중 한 분이니까요. 심지어 글렌 선생님이 저의 다음 작업물에 도움을 주시겠다고 먼저 이야기하셔서, 현재 작업 진행 중입니다. 녹음하러 갈 것 같아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영상 하는 친구와 함께 가서 재미난 콘텐츠를 만들어볼까 싶기도 해요.

차승우와 글랜 매틀록. 사진 출처 – Rolling Stone 

Q 지난달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열린 ‘종로 콜링’ 공연 영상을 봤어요. 관객과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이 진짜 행복해 보였어요. 그날은 어떤 기억으로 남았나요?

기억이 안 나요.(웃음) 그날 공연 말고도 크라잉넛 김인수 씨와 음악 대담을 했는데, 그게 긴장이 되어서 낮술을 너무 많이 마신 거예요. 이미 낮부터 취한 데다가 공연장에 자주 찾아와주셨던 분들을 정말 오랜만에 뵈니까 기분이 업되더라고요. 취한 와중에 유쾌하고 즐겁게 공연했습니다.


‘종로 콜링’ 음악 대담. 사진 출처 – 캡틴락 인스타그램 

Q 새로운 음악도 즐겨 들어요?

좋다는 것들은 다 들어봐요.

 

Q 그중 기억에 남는 건?

멜로디스 에코 챔버(Melody’s Echo Chamber) 좋았어요. 여러 장르를 두루 듣긴 하는데 역시 복고적인 사운드가 취향에 맞아요. 국내 뮤지션으로는 혁오나 검정치마도 잘 들었어요. 되게 잘한다, 부럽다 생각했죠.

 

Q 앞으로 계획을 들려주세요.

앨범을 내고 싶어서 아이디어를 쌓아두고 있어요. 공연도 당분간 쉬겠다고 말은 하지만 준비가 되면 짠! 하고 공들여 해보려고요. 일단 긴 호흡으로 준비할 거고, 당장은 글렌 매틀록 형님과 함께할 두 번째 싱글에 매진할 거예요. 재밌게 잘해볼게요. 가을쯤 나올 것 같네요.

 

 

인터뷰 김유영
사진 이강혁
장소협찬 루즈드 Loosed 

 

 

Editor

김유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