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을 기반을 활동하는 아티스트 코코 카피탄(Coco Capitan)은 사진, 텍스트, 벽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아티스트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과 솔직하고 대담한 표현, 여러 패션 브랜드와의 참신한 협업은 그의 작업이 특히 젊은 층으로부터 공감과 지지를 얻고 있는 이유다.

<Boy in Socks in Dust Magazine>, London, 2017, C-type Print ⓒCoco Capitán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영 아트 스타(Young Art Star)’로 꼽히는 코코 카피탄의 전시 <Is It Tomorrow Yet?>이 8월 2일부터 2019년 1월 27일까지 아시아 최초로 대림미술관에서 열린다. 1992년생,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를 이야기하는 20대의 이 아티스트는 관념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패션 사진, 위트 넘치는 회화, 다양한 설치 작품 등 150여 점의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질문을 던지며 자신만의 감성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을 불러일으키거나, 친숙한 이미지를 유쾌하게 패러디하기도 하고, 깊은 사유를 담아낸 텍스트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그의 작업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봤다.

<Angels Walk With Me> London, UK, 2016, Mixed Media ⓒCoco Capitán

 

 

예술과 상업

스페인 남부에서 자란 영향으로 어린 시절에는 자본주의와 거리가 멀었던 코코 카피탄은 영국 런던으로 넘어와 공부하고 기반을 잡으며 브랜드와 소비, 트렌드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그런 고민은 작업에 반영됐다. 순수예술에 머물지 않고 여러 패션 브랜드, 패션 잡지와 작업했고 예술과 상업 사진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협업을 시도했다. 그중 가장 큰 화제가 된 작업은 2017년 구찌와 함께한 아트월 프로젝트. 구찌 컬렉션에 타이포로 자필 메시지를 표현한 이 컬래버레이션은 구찌의 로고 위에 메시지를 낙서하듯 그려 넣은 과감한 작품이었고 이는 브랜드에 젊은 감각을 더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당시 뉴욕, 밀라노, 피렌체, 마이애미에서는 ‘What are we going to do with all this future?’, ‘Common sense is not that common’이라는 문구가 쓰인 구찌의 거대한 아트월 작품도 공개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구찌 로고 위에 핸드라이팅 글귀를 쓴 티셔츠 설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Is It Tomorrow Yet?> 전시 설치 전경

 

 

자화상

코코 카피탄은 런던 패션 대학에서 패션사진을 전공하고 영국 왕립예술학교에서 사진학 석사를 밟았다. 그의 사진 작업 중에서도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자화상은 대부분 2011년 여름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혼자 보낸 여름방학에 촬영한 작품들. SNS가 일반화되며 ‘셀카’가 일상인 시대에 이 작품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코코 카피탄에게 자화상은 자신에 대한 확신을 견고히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정체성의 혼란을 겪던 시기에 스스로가 피사체가 되어 렌즈 앞에 서며, 타인이 바라보는 자신과 스스로가 생각하는 자신 사이의 간극에 대해 고민하며 자아를 탐구했다. 그렇게 탄생한 자화상은 홀로 보내는 시간에 대한 사색을 이끄는 작품들이다.

<The Triplets 2>, London, UK, 2018, C-type Print ⓒCoco Capitán

 

 

죽음에 대한 성찰

20대의 젊은 작가지만 그의 작업 곳곳에는 유한한 존재에 대한 인식과 죽음에 대한 성찰이 엿보인다. 작년 여름 미국 서부를 여행하며 만난 빈 건물과 버려진 도로, 교회와 묘지 등을 촬영한 사진은 언젠가는 결국 사라지고야 마는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들이다. 사진 작품만큼이나 시선이 머무는 것은 텍스트 작업들. 죽음에 대한 사유에서 비롯된 글귀에서 깊은 고민과 성찰을 느낄 수 있는데, 작가는 죽음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또한 삶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죽음을 막연히 두려워하거나 거부하기보다는 삶의 유한성을 받아들이고 현재에 집중하는 것 또한 코코 카피탄의 작업 태도다.

<The Realest Estate>, Joshua Tree, California, USA, 2017, Fibre Print ⓒCoco Capitán

 

 

공감과 응원

전시의 막바지에 다다르면 ‘현재’를 바라보는 작가의 태도가 보다 명확히 드러난다. “열렬히 꿈을 좇는 사람들, 그렇게 살아가는 너를 응원해. 그러한 노력은 오지 않은 내일보다 ‘오늘’을 살 수 있게 할 거야.” 이 메시지와 함께 전시된 작품은 스페인의 올림픽 싱크로나이즈 선수들을 촬영한 사진 시리즈. 연습을 마친 선수들의 모습을 담은 실물 크기의 이미지와 수영장 설치 작품, 그리고 대형 핸드라이팅 작품을 함께 전시했다. 코코 카피탄은 이 작품을 통해 꿈꾸는 것을 이루려는 모두의 노력을 응원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이 가장 소중한 순간임을 강조한다. 고민과 불안을 안고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더 큰 가능성을 가진 우리의 ‘푸른 오늘’을 말하는 긍정의 메시지는 다채로운 작업 중에서도 특히 인상적인 여운을 남긴다.

<Is It Tomorrow Yet?> 전시 설치 전경

 

사진 제공 대림미술관

 

 

ㅣ필자소개ㅣ
안미영(Miyoung Ahn)
잡지사 <노블레스>에서 피처 에디터로 일했다. 사람과 문화예술, 그리고 여행지에 대한 글을 쓴다. 저서로는 10명의 ‘일하는 여성들’을 인터뷰한 에세이 <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와 여행서 <Tripful 런던>, <셀렉트 in 런던>이 있다.

안미영 네이버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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