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마을 곡성에 나타난 ‘외지인’. 일견 평범한 중년 남성처럼 보이는 외모지만, 모자 아래로 언뜻 드러난 형형한 안광을 본 경찰 ‘종구’(곽도원)는 의심의 싹을 키우고야 만다. 한국영화 역대 최고의 문제작으로 꼽히는 <곡성>에서 무시무시한 아우라로 관객들을 ‘현혹시킨’ 배우 쿠니무라 준. 그의 카리스마를 확인할 수 있는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1. 용감했다. 그리고 단칼에 목이 날아갔다!

<킬빌 – 1부>의 암흑가 보스

<킬빌>의 한 장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킬빌>에는 주인공 ‘브라이드‘(우마 서먼)이 원수를 갚아야 할 무시무시한 악당들이 나온다. 그 중 ‘오렌 이시이’(루시 리우)는 야쿠자의 손에 사망한 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10대 때 이미 이름을 날리는 암살자가 된 인물로, 성인이 된 후 일본 암흑가를 평정하고 수장 자리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중국계 일본 혼혈에 여성인 오렌을 반기지 않는 세력이 있었으니, 바로 쿠니무라 준. 그는 오렌의 추대식에서 용감하게 (?) 반발을 하다 단칼에 목이 잘려 여타 야쿠자 두목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된다.

 

2. 딸을 무비스타로 만들기 위한 ‘끔찍한’ 부정

<지옥이 뭐가 나빠>의 야쿠자 두목

<지옥이 뭐가 나빠> 예고편

아역 스타였으나 야쿠자인 부모의 폭력 스캔들로 단번에 몰락한 딸(니카이도 후미)이 영화 배우로 재기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아니 목숨까지 내놓는 카리스마 보스. 소노 시온 감독의 <지옥이 뭐가 나빠>에서 쿠니무라 준이 맡은 역할이다. 그가 연기하는 야쿠자 보스 ‘무타’는 딸인 ‘미츠코’가 출연할 ‘리얼리즘 걸작’을 위해 숙적과 ‘리얼 전쟁’을 벌인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멀쩡한 구석이 단 한 군데도 없는 ‘또라이’들이 난무하는데다 액션, 블랙 코미디, 로맨스가 뒤죽박죽 섞였다. 영화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가져본 적 있는 이라면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작품.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전개 속에서 쿠니무라 준의 노련하고 안정적인 연기가 빛을 발한다.

 

3. 나홍진 감독 극찬! “영화 연기의 정수를 보여준다”

<곡성>의 외지인

<곡성> 예고편

세계적 거장들과의 작업에 이어 처음 한국 영화에 출연하게 된 쿠니무라 준. 그는 최근 센세이션을 일으킨 나홍진 감독의 <곡성>에서 의문의 연쇄 살인 사건 이후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가는 소문의 중심에 선 미스터리한 ‘외지인’ 역을 맡았다. 살인 사건 현장에서 처음 등장한 그는 등산복 차림의 평범한 중년 남성처럼 보이지만, 주인공 ‘종구’(곽도원)와 눈이 마주친 순간 숨길 수 없는 강렬한 눈빛을 보여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외지인’은 극중에서도 선과 악을 규정할 수 없는 다면적 인물의 내면은 물론, 고라니를 먹고 폭포를 맞는 등 체력적으로도 어려운 부분까지 연기해 내야 하는 역할로, 쿠니무라 준은 그간의 연기 내공이 유감없이 발휘하며 <곡성>의 명장면들을 완성해냈다.